간병비 급여화 추진 과정 또 잡음…"기준부터 제대로 설정"
적정성 평가 이외 비급여·불법 페이백 병원 여부 검토 예정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정부가 간병비 급여화와 맞물려 추진 중인 '의료중심 요양병원' 제도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29일 병원계에 따르면 정부가 의료중심 요양병원 선정 기준을 적정성 평가 1~2등급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해당 기준에서 벗어난 요양병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1~2등급에 해당하는 암 요양병원들은 의료중심 요양병원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등 요양병원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이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24년 2주기 6차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1~3등급 858개소 중 1~2등급을 받은 요양병원은 510곳이고, 이중 암 요양병원은 90곳 내외로 파악됐다.
다시 말해 적정성 평가 1~2등급을 받은 요양병원 중에서 약 18% 가량이 암 재활 요양병원이었는데 이를 두고 일부 상당수 요양병원들은 평가 결과에 허점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요양병원장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재활 환자는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로 자유롭게 일상생활이 가능해 일반적으로 간병인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서 "암 재활 비율이 높을수록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지표인 욕창 개선율, 유치도뇨관 환자분율, ADL(일상생활동작) 개선 환자분율 등은 거동이 가능한 암 환자가 많을수록 점수가 올라가는 구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다른 요양병원장은 "정작 간병이 꼭 필요한 중증환자, 즉 의료최고도·의료고도 환자비율이 높은 요양병원들은 적정성 평가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암 재활 요양병원 중에는 얼마 전 논란이 된 '불법 페이백('보험사기 일종으로 입원비 일부를 돌려주는 식의 불법 영업) 의료기관도 포함돼 있다"면서 문제점을 짚었다.
결과적으로 무늬만 요양병원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평가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가 정한 의료최고도·의료고도 환자는 폐렴, 패혈증, 격리, 인공호흡기 사용, 혼수, 중심정맥영양, 3단계 욕창, 2도 이상 화상, 기관절개 등을 동반한 경우로 간병 급여화 대상 1순위로 꼽는다.
하지만 의료중심 요양병원 선정 기준에 적정성 평가 1~2등급을 잣대로 들이대면 문제가 발생할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요양병원들은 적정성 평가 대상에서 '암 요양병원'을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 급여 기준 자체가 암 치료와 요양을 구분하고 있는 만큼, 적정성 평가 역시 환자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지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요양병원장은 "정부가 의료중심 요양병원 제도를 통해 요양병원의 의료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그 선발 기준이 되는 적정성 평가가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제도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료중심 요양병원 관련 정부와 관련 단체간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는 "최근 회의에서 적정성 평가 1~2등급이라도 비급여 비중이 높은지, 소위 불법 페이백 의료기관은 아닌지 등 추가적으로 확인 후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부 요양병원들이 우려하듯 적정성 평가 결과만으로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선정할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그는 "환자단체, 소비자단체들이 3등급 받은 요양병원을 선정하는 것에 합의해줄 지 여부는 물음표"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꼼수로 만들어지는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병원계는 이번 기회에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연숙 의원(국민의힘)은 요양병원들이 적정성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교묘하게 점수를 조작하고 있는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최 의원은 실제 사례를 담은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컨설팅 영상을 국감장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최 의원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해당 컨설팅 업체는 요양병원들의 적정성 평가 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는 '꼼수'를 알려주고 200만~300만원의 컨설팅 비용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령 '통증이 없는 환자'에게도 '통증 점수'를 매겨서 단계를 조절하는 식으로 다시 말해 조작된 평가인 셈이다.
당시 심평원 또한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의 허점에 대해 일부 인정, 개선안으로 ▲욕창, 통증, 유치 도뇨관 등 조작 가능성 있는 지표의 전반적 검토 및 개선 ▲평가자료 신뢰도 점검 ▲평가결과 사후관리 강화 등을 내놨지만 당시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이처럼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 대한 불신과 문제점이 제기된 상황에서 의료중심 요양병원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검토하자 일선 요양병원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에 대한 논란은 수년 째 지속되고 있다"면서 "간병비 급여화 등 요양병원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이 부분부터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내달 7월 의료중심 요양병원 및 간병 급여화 방안 공청회에서 어떤 대책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병원계 파장이 지속될 지 여부가 정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