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 AI·AX 조직 발족…의료 전반 인공지능 접목
업무 전반 도입 시도…자체 의료 생성형 AI 개발 성과도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병원계에도 인공지능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병원들을 중심으로 단순 전산화를 넘어 병원 운영 전반에 AI를 이식하는 AX(AI Transformation)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이들은 임상 및 병원 운영상의 도움은 물론, 물류 시스템과 자체 의료용 거대언어모델(LLM)까지 개발하며 구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명지병원은 2일 AI 위원회 및 AX 어벤져스 사업단 발족식 기념 심포지엄을 열고 대학병원들의 AI 전환 현황을 공유했다.

삼성서울병원은 과거 전산화 작업을 통해 구축한 디지털 전환(DX) 성과를 바탕으로, AX를 통한 첨단 지능형 병원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94년 개원 당시부터 선제적으로 시작한 전산화 인프라를 동력 삼아, 의료 현장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환자 중심 의료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서울병원 데이터혁신센터 차원철 센터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병원 정보 시스템(HIS) 고도화 과정과 미래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운영 중인 처방 전달 시스템(OCS), 전자의무기록(EMR) 등 병원 정보 시스템 전반에 AI를 핵심 기능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차 센터장은 삼성서울병원은 중증 환자 치료, 첨단 지능형 병원, 케어 네트워크 등 5대 전략을 핵심으로 디지털 및 AI 솔루션을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트워크 연결이 어려운 의료기기들을 비전 AI를 통해 전산화하거나, 실시간 데이터 인터페이스를 구축해 중환자실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의료진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로봇 기술 도입도 눈에 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년간 야간 시간대 엘리베이터 혼잡도를 피해 물류 로봇을 운영해 왔다. 이를 통해 간호 인력이 매일 반복하던 병동 물품 재고 관리 및 청구 업무를 디지털화했으며, 데이터에 기반한 실시간 물류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환자 서비스 측면에선 모바일 기반 환자 보고 결과(PRO) 플랫폼인 '프리즘니어 네트워크'를 통해 의료진과 환자 간 소통 간극을 줄이고 있다. 매주 약 1만 명의 환자에게 모바일로 사전 문진 등을 발송해 85%의 회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진료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차 센터장은 AI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선 반드시 EMR과의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보다 클릭 수나 확인 창을 줄이고, 의료진이 놓칠 수 있는 결정적인 정보를 AI가 적시에 제공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
그는 이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은 차세대 AI 인프라로 '다이아(DIA, Digital & AI Assistant)'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하드웨어 레이어부터 GPU 서버 플랫폼, 서비스 레이어까지 아우르는 통합 구조다. 이를 통해 병원 내 방대한 데이터를 코드화하고, 생성형 AI를 내부 업무에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중이다.
외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과의 연동도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 파스타, 삼성 헬스 등과의 협업을 통해 외부 건강 데이터를 병원 내부로 연결하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일상 건강 관리와 전문 진료를 잇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차 센터장은 "아직 병원 내에 아날로그 형태로 머물러 있는 정보가 꽤 많다"며 "종이 문서를 어떻게 디지털화하고 코드화할 것인지, 또 우수한 외산 모델을 한국어 환경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기업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은 단순히 아픈 분들이 치료받고 가는 곳을 넘어 일상생활까지 케어하는 공간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DX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명지병원의 DX 및 AX를 준비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무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헬스케어AI연구원을 통해 의료 AI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통해 자체적으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한 것.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 개방과 기술 협력을 통한 혁신 모델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헬스케어AI연구원 이형철 부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서울대병원 임상 데이터를 포함한 500여 개의 데이터셋을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350만 명 규모 표준화 데이터와 3800만 건의 임상 의무기록, 100만 명의 중환자 데이터를 포함한 '미믹(MIMIC)' 데이터 등이 포함돼 있다.
데이터는 가명 데이터와 익명 데이터로 구분해 제공한다. 가명 데이터는 심의를 거쳐 지식재산권 요구 없이 무료로 지원하며, 합성 데이터나 사망 환자 데이터 등 익명 데이터는 즉시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특히 연구원은 최근 국내 최초로 사망 환자 데이터셋을 공개하며 헬스케어 분야의 데이터 활용 범위를 넓혔다는 설명이다.
의료 현장에 최적화된 LLM 개발과 파인튜닝에도 집중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11월 자체 개발한 AI Agent 플랫폼, SNUH.AI를 공개한 바 있다.
이 모델은 한국형 의료 거대언어모델(hari-q3)을 활용해 '의무기록 자동 생성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지원한다. 국제 표준인 파이어(FHIR)를 통해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동하며 ▲마취 상태 평가지 작성 ▲퇴원 기록지 자동 생성 ▲병리 판독문 오류 검출 등 실제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파인튜닝을 통해 한국 및 미국 의사 국가고시에서 80점 후반대의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성능을 입증했다는 것.
최근엔 네이버와 협력해 96점의 성적을 기록한 고성능 모델을 구축했으며, 이를 서울대병원 내부 업무에 적용하는 단계라는 것. 또 생성형 AI의 고질적 문제인 환각 현상을 줄이기 위해 의학적 계산이나 논문 검색을 정확히 수행하는 'MCP 툴'을 오픈 소스로 배포해 신뢰도를 높였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외부 병원 의뢰 자료의 OCR 요약, 연간 2만 건에 달하는 연구 심의(IRB/DRB) 등에 보조 에이전트를 사용, 행정 부담을 줄이고 있다. 이와 함께 연구원은 향후 개발된 에이전트들을 앱 형식으로 공유하고, 성능 리더보드를 운영해 연구자들이 검증된 AI 도구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의료 AI 관련 규제 동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록 검색이나 요약 등은 비의료기기로 분류돼 활용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진단을 강요하지 않는 AI'의 비의료기기 분류 사례 등을 논의된 만큼, 이런 동향을 참고해 규제 완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원장은 "현재 개발되는 서비스들이 의료기기 범주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향후 국내 규제 완화와 함께 헬스케어 AI 분야는 비약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라며 "다만 헬스케어 시장에서 어떠한 모델이 핵심 동력이 될지는 미지수인 만큼, 민관이 힘을 합쳐 미래 헬스케어 AI 산업을 함께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명지병원 역시 이날 AI 위원회 및 AX 어벤져스 사업단 발족식을 통해 의료 혁신 방향성 설정 및 거버넌스 구축을 공식화했다. 의료계가 직면한 인력 부족과 운영 효율화, 환자 경험 개선 등 복합적인 난제들을 AX로 돌파, 병원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취지다.
AI 위원회 및 AX 어벤져스 사업단은 단순히 기술 도입을 결정하는 기구를 넘어, 현장에서부터 실질적인 AI 기술 적용 분야 및 주체·방법을 발굴·실행에 옮기는 역할을 맡는다. 궁극적으로 의료진이 진료에 더 집중하고, 환자가 보다 인간적인 의료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한다는 목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