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수억" 기기사들 비명에 품목 허가 갱신제 손보나

발행날짜: 2026-02-03 05:30:00
  • 업계, 5년 주기 품목 검사비 비용 부담 '눈덩이' 하소연
    "품목 자진 철회부터 사업 철수까지"…식약처 "의견 수렴"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의료기기 산업 현장에서 5년마다 돌아오는 품목 허가 갱신제가 업계의 존립을 위협하는 핵심 규제로 부상하고 있다.

업체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 중의 하나는 제품의 안전성을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시험 검사 비용.

사고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부적합 제품의 허가를 취소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검사 항목이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어 업체가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약처는 의료기기 업체들을 대상으로 '시험검사 비용 부담 실태조사'에 나섰다.

과거에는 한 번 허가를 받으면 특별한 결함이 발견돼서 재평가 대상이 되지 않는 한 허가가 유지됐으나, 2020년 의료기기법 제49조가 개정되면서 모든 의료기기에 5년의 유효기간이 도입됐다.

의료기기 산업 현장에서 5년마다 돌아오는 품목 허가 갱신제가 업계의 존립을 위협하는 핵심 규제로 부상하면서 식약처가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 제도는 시중에 유통되는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사용되지 않는 유령 품목들을 정리해 관리 효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시행됐지만 실제 제도 취지와는 다른 부작용이 관찰되고 있다.

단순히 서류 제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최신 기준규격을 충족해야 하고 생물학적 안전성 시험이나 전자기파 적합성 시험 등을 다시 수행해야 할 때 위탁 시험 비용과 기술 문서 작성 비용이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까지 치솟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업체 관계자는 "지금 의료기기 업체의 가장 큰 이슈는 5년마다 시행되는 재평가"라며 "사고가 많이 난 제품의 허가를 취소하는 등의 절차는 필요하지만, 검사 항목이 너무 많고 비용이 엄청나 업체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안전성을 확인하는 시험 검사 비용이 1억원씩 들기도 한다"며 "한 품목당 1억원이 아니라 각종 검사마다 이런 검사비가 누적되는 구조로 많게는 수 억원대의 검사비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인장도 검사를 해서 통과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에 쓰인 재질에 따라 인장도 검사 규격을 개별로 검사하고 통과해야 한다"며 "이런 불합리한 구조 때문에 업체들이 매출이 늘어도 순이익은 떨어지는 악순환에 시달린다"고 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수치로도 증명된다는 것이 그의 판단.

A 업체 관계자는 "보건산업진흥원 자료를 보면 예전에는 업체들의 순이익률이 약 10% 정도였는데, 지금은 1% 미만으로 추락했다"라며 "매출은 오르는데 각종 검사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요구하는 기준을 다 맞추려면 마진이 남지 않고 또 이를 5년마다 혹은 변경이 있을 때마다 반복해야 하니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들은 품목 허가를 자진 취하하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말까지 한다"며 "수익이 나지 않아 품목을 접게 되면 결국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과거 제약업계에서 낮은 보험 약가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진 의약품 생산을 중단했던 사례와 판박이라는 것. 결국 이러한 품목 포기는 희귀질환자들이 필요한 의료기기를 구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수급 불안정 문제로 번지게 된다.

B 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은 제도 시행을 통해 결국 시험검사기관들만 수익을 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라며 "산업은 고사 당하고 오히려 검사기관들만 수익을 빼먹는 구조라는 것이 현장의 판단"이라고 했다.

최근 식약처도 문제를 인식, 의료기기 업체를 대상으로 시험검사 비용 부담 실태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이달 5일까지 진행되는 온라인 설문을 통해 전기기계적 안전성, 전자파, 방사선, 생물학적 시험 등 전 분야에 걸쳐 업계가 느끼는 실질적인 피로도를 측정한다.

특히 인체 삽입형이나 접촉형 기기의 경우 성능 시험이나 물리·화학적 시험에서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요구가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수집해 법적·제도적 해법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업계가 고통을 호소하는 부분은 과거에 비해 급증한 시험검사 횟수와 비용이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으로 인해 기존 원자재가 단종되거나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부품이나 소재를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식약처는 기업들이 느끼는 가장 큰 장벽이 무엇인지도 집중적으로 살핀다.

과도한 수수료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긴 검사 및 승인 대기 시간, 그리고 기관마다 제각각인 불명확한 검사 기준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식약처는 수집된 의견을 바탕으로 시험검사비의 과도한 상승을 막고, 불합리한 중복 규제를 철폐하는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의료기기·AI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