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초음파학회 "범의료계 차원 공동대응 필요" 당부
"의협서 제대로 된 논의 없어…장·차관과 담판 지어라"
대법원의 판결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속도가 붙으면서 의료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의사가 실제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범의료계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한국초음파학회는 추계 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학적 교육과 수련을 전제하지 않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22년 12월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무면허 의료 행위가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어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고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공식화했다. 이후 일선 한의원에서 초음파 진단기기 구매 문의가 늘어나는 등 도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국초음파학회는 초음파 검사는 단순한 영상 획득이 아닌 '실시간 진찰'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환자의 해부학적 구조, 병리 상태·심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시간으로 진단을 내리는 필수적인 진료 행위라는 설명이다. 반면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은 과거 유방암 및 자궁암 진단 오류 사례 등 오진의 위험성이 크다는 것.
한국초음파학회 신중호 회장은 "초음파 검사는 환자 신체에 대한 해부학적 구조를 알아야 하고, 그 환자의 병리 상태와 심리까지 고려해서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한의사들이 교육 과정에서 이를 거의 배우지 않은 채 초음파를 사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검사 자체가 환자에게 침습적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고 해서 위험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진단을 잘못하면 환자의 인생이 망가지는 것"이라며 "초음파 검사는 임상에서 환자를 바로 진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프로세스인 만큼 의사가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송민철 공보이사 역시 "의사는 병변 하나라도 놓칠까 봐 자신의 영역이 아닌 것을 쉽게 못하는 면이 있다"며 "반면 한의사들은 수년간 환자를 초음파 검사한다고 하면서 유방암을 놓치고 자궁암을 놓친다. 이런 케이스를 보면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는 환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이 때문에 알면 알수록 두려움이 커진다. 하지만 한의사들의 초음파 사용 요구를 보면 이런 인식이 없는 것 같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인 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사실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초음파학회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초음파 검사의 전문성 강화를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학회의 교육·인증 시스템을 계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회는 그 일환으로 초음파 인증의 자격 제도를 운영해 초음파 검사의 신뢰도 및 질적 수준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벨 1, 레벨 2 등 단계별 자격 기준을 마련해 일정 횟수 이상의 교육 이수와 필기시험 등을 통해 전문성을 검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전공의, 일반의, 개원의 등 다양한 임상 현장 의료진들에게 기초부터 임상 적용까지 다루는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 특히 학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연간 12회 이상의 핸즈 온 교육을 중단 없이 실시해왔다고 강조했다.
신의철 학술이사는 "초음파 검사는 실기이자 진찰이다. 청진기만 가지고는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국한돼 있다. 반면 초음파 검사로는 아주 객관적인 정보를 환자에게 공유할 수 있다"라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가 요구되는 시대인 만큼, 일차 의료에서 초음파 검사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5년간 가장 많은 인원을 가장 많이 교육한 기관이 우리 한국초음파학회임을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특히 신입 의사에게 실질적인 교육 기회를 마련하려고 힘쓰고 있다"며 "의료를 전쟁으로 비유하자면 초음파 진단기기는 소총이다. 우리는 이 소총을 잘 쓸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의계 초음파 사용 요구에 범 의료계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현재까진 이를 위한 구심점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할 대한의사협회 내부에서도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이 밖에 검체 수탁 수가 개편 및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등 회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긴급 현안에도, 구체적인 대책이나 대회원 고지가 없다는 비판이다.
이정용 이사장은 "초음파 검사는 체계적인 교육과 수련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단순히 기기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의사에 의한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최근 보도된 유방암 환자 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면허 체계와 원칙을 무시하고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행태는 면허 없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 의사의 본분이다. 이런 사안은 의협이 구심점이 돼 대응해야 하지만 소통이 전혀 없다. 다른 긴급 현안들에 대해서도 대책이 없고 몇 년 전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의협이 장·차관과 담판이라도 지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의협을 믿을 수 없다면 우리가 직접 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