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닮은 나, 나를 닮은 누군가

가톨릭 관동의대 배지섭(본과 1년)
발행날짜: 2025-06-16 05:00:00
  • 가톨릭관동대학교 본과 1학년 배지섭

"당신은 올해 어떤 사람을 닮고 싶으신가요?"

나는 매년 초, 닮고 싶은 인간상을 상정하는 습관이 있다. 이는 곧 나를 정의하는 방식이자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립하는 나만의 나침반이다.

그런데 요즘 '나'를 정의해 나가는 과정이 조금은 벅차다. 많고 많은 일들이 한 해를 관통해 온 2024년이었기에, 선뜻 어느 한 사람을 상정하기가 힘든 2025년 연초였던 것 같다.

"나부터 나를 잘 알아야 합니다. 나부터가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속으로 곱씹었던 말들이다. 자기계발서나 인문학 서적들을 읽다 보면 언젠가 내가 원하는 목표를 뚜렷하게 그려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도움은 되었겠지만, 많은 이들이 느끼듯 그 모든 내용이 내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게 자기계발서를 읽어 온 지도 어느덧 1년이 넘어가던 2025년 2월, 설날 연휴 아침에 뜻밖의 인스타그램 DM이 도착해 있었다.

"형,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가 2024년에 만났던 사람 중 존경하는 사람 탑 5에 들어요. 온 마음 다해 형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너무 기뻐요, 형을 알게 돼서"

너무나 뜻밖의 선물이었다. 소위 말하는 받침에 'ㅅ'이 들어가는 20대 중반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2025년이 된 지금, 이 친구의 새해 인사는 내게 있어 수없이 읽었던 자기계발서 이상의 울림을 선사해 주었다. 문득 왜 그런지 분석해 보고 싶어졌기에, 내가 상정했던 인간상을 하나씩 꼽아 보며 과거를 돌아보았다.

2022년에는 동기와 의대 선배들을, 2023년에는 함께 일한 동료이자 친애하는 조교진을, 2024년에는 단체를 이끄는 대표님들과 내 진로에 뼈저린 조언을 건네주신 다양한 교수님들을 롤모델로 삼으며 살아왔다. 어느덧 수많은 인간상을 마주해 온 2025년 초, 과연 올해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지 스스로에게 자주 묻고 또 고민하던 시기였다.

닮고자 하는 인간상을 상정하면, 그 사람을 동경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며, 어느새 내 바운더리 깊숙한 곳에 안착시켜 놓는다. 그리고 한 해가 마무리될 즈음엔, 연초에 떠올렸던 그들의 실루엣과 연말 나의 실루엣이 얼마나 겹쳐 보이는지, 어쩌면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에서였을까, 되새겨 보곤 한다.

해마다 목표로 하는 인간상이 달라졌다는 것은 해를 거듭할 때마다 내 마음속의 인간상에 대한 시선이 산뜻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에 흔들리듯 조금씩 일렁였다는 것을 뜻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제는 누군가를 동경한다기보다는 그저 나 자신과의 대화를 반추해 보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설날 연휴에 받은 위의 DM 한 통은 이러한 내 생각에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번 2025년의 첫 상정은 다음과 같다. 내가 누군가를 닮고 싶다고 판단했듯, 어느 어여쁜 어린 영혼이 나를 닮고자 하는 인간상으로 삼았을 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나 자신을 가꾸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24년 하반기부터 활동해 온 비영리단체 투비닥터의 슬로건과도 부합한다. '의대생과 젊은 의사의 성장 러닝메이트'. 되돌아보면 내 주변에는 나로 하여금 나의 포텐셜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았다. 내가 받아 온 것들이 많기에, 이제는 나 또한 후학에게 그들의 내재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참된 '기회'를 선물해 주고 싶다.

내가 추구하는 인간관계의 형상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단 두 줄로 표현할 수 있다. 나를 알고,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효용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동시에 사람과의 생각 교류를 도모할 수 있는 편안하고도 진중한 이미지의 매개체로서 작용하고 싶다.

'기회'의 되물림이 빛나는 이유는 나에게서 기회를 받은 후학이 그들의 후학에게 또다시 새로운 기회의 장을 선물해 주기 때문일 터. 다름 아닌 '인적 자원의 교류를 도모하고, 이를 선순환으로 연결 짓는 것'. 사람을 이어 주고, 사람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재정의하며 한층 더 성장하는 뜻깊은 시간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와 함께 발맞춰 걸어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경험인지 잘 알기에, 이제는 내가 그런 동반자가 되어 보고 싶다. 언젠가 누군가 나를 떠올리며 "그 사람을 알게 되어 기뻤다"고 말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오늘도 나 자신을 가꾸어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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