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은 치료 영역" 복지부의 궁색한 변명

발행날짜: 2023-05-19 05:19:00
  • 의약학술팀 최선 기자

보통 학회의 진료 지침은 2년주기로 바뀐다. 신약이 나오고 치료 방법이 고도화되면서 몇 년만 지나도 최신의 술기, 지식은 올드 패션이 되기 십상이다. 그만큼 임상 현장의 변화는 빠르다는 뜻. 그 변화의 속도에 맞추기 위해 각 학회마다 진료 지침을 업데이트하고 이런 근거들은 보험 정책 변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골다공증 치료는 특수성을 갖는다. 골밀도 T-점수가 -2.5를 넘으면 1년 이내 급여가 중단된다. 신약의 출시 등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1년간만 급여를 인정하는 기준은 10여년간 바뀌지 않은 것. 이같은 기준은 '무제한'의 해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특이한 지점이다.

18일 골대사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했다가 급여 기준에 대한 옹졸한 변명을 들었다. 보건복지부 인사는 "골다공증은 치료제다. T-점수가 -2.5를 넘으면 더 이상 골다공증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 영역까지만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데노수맙 등 신약이 출시됐지만 아직은 가격이 비싸 치료는 지원하지만 예방적인 부분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골다공증이 노년층에 집중돼 있고, 고령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험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의 부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과 합리성이다.

고혈압이, 당뇨병이, 이상지질혈증이 호전됐다고 해서 보험 급여를 중단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 약물 스타틴은 복용 중단 시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상승하고 고혈압 약제 복용 중단 시 합병증 진행이 가속화된다. 고혈압 등 다양한 만성질환 약제의 경우 지속치료를 할 수 있도록 급여기준 상 투여기간에 제한 두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예방적인 약물 투약의 효과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경제적 비용의 발생을 막는 '비용-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게 그간 정부의 기조. 치료에서 예방으로 패러다임 변화를 주문했던 것도 복지부다. 이런 점에서 만성질환 골다공증에 대한 급여 제한은 차별이라고 밖에 해석할 도리가 없다.

골다공증은 지속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 중 유일하게 상태가 호전되면 급여가 중단되는 적응증이다. 고혈압, 당뇨병, 아토피, 이상지질혈증, COPD 등 주요 만성질환은 약물 투여기간의 제한없이 보험 영역에서 지속치료가 가능하다.

약물을 투약해 혈압,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에 든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지 않듯 골다공증 치료 역시 T-점수 -2.5는 치료의 시작을 알리는 기준점일 뿐 치료 종료 시점을 뜻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골밀도는 신체노화에 따라 자연 감소하기 때문에 약제 투약에 따른 골밀도 개선은 일시적이고 약제 투약이 중단되면 골밀도의 악화 및 이로 인한 골절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골대사학회도 중재안을 내놨다. 재정 소요 증가를 감안해 1년을 최소 3년으로 바꿔달라고 한발 물러선 것. 보험 적용 기간을 2년 더 늘려도 연간 1000억원이 더 소요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해외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팔리는 효과가 불분명한 일부 약제에 연간 수 천억원을, MRI·초음파 급여화로 수 조원씩 재정을 쓰는 복지부의 '치료제 변명'이 궁색해 보일 수밖에.

과학적 근거 기반의 정책이 수립되지 않는다면 정책 추진의 설득력과 당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상 가능한 범위 내의 정부의 정책 기조는 신뢰 형성 및 합리성으로도 이어진다. 골다공증 급여 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매년 되풀이되는 '치료제 변명'을 내년에는 또 다시 듣지 않길 빌어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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