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산업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

발행날짜: 2023-05-17 05:30:00
  • 의약학술팀 이인복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국가적 신수종 산업으로 점찍고 지속적으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산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대대적인 예산 배정과 규제 개혁을 약속한 만큼 의약품 등에 비해 다소 소외됐던 의료기기 산업에도 활기가 돌지 않겠냐는 기대다.

이러한 기대는 점차 현실화되어 가는 분위기다.

지난달 대통령 방미시 7개의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을 동행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한미 디지털 바이오헬스 비지니스 포럼 등도 마찬가지.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를 투영하는 사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정책 마련과 예산 지원은 반길만한 일이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음지에서 망가진 의료기기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푸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제약산업에 비해 의료기기 산업은 그동안 철저히 소외됐다. 제약강국을 외치며 의약품 분야에는 지속적 지원과 규제 개선이 이뤄져 왔지만 의료기기는 사실상 논외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

이로 인해 의료기기는 의약품 정책에 곁다리로 언급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 부처만 봐도 의약품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여럿이지만 의료기기 전담은 단 한명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의료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의약품 관리 부서에서 겸직으로 의료기기를 챙기는 공무원이 생겨났을 뿐이다.

이러한 소외는 비단 정부 부처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보험 정책 수립의 핵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도 의료산업과 관련된 인물은 단 한명도 없다.

수만개의 치료재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과 규제를 검토하는 자리에 의료기기 전문가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기기 유통과 관리에도 구멍이 가득한 상태다.

일례로 의약품은 이를 관리하는 의료기관과 약국에 각 2%씩 관리료가 책정된다. 하지만 의료기기는 이 또한 배재돼 있다. 의약품보다 더 부피가 크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오로지 의료기관에 맡겨져 있는 셈이다.

의료기기 유통과 관리에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는 간납사 문제도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부피가 큰 의료기기를 보관하고 관리하려면 공간과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를 보전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결국 간납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간납사는 이러한 관리 비용을 공급자인 의료기기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종의 통행세를 부과하는 곳도 많다. 모든 의료기기가 간납사를 통해 들어가니 의료기기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할 재간이 없다.

이러한 불합리와 모순속에서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뒤틀릴때로 뒤틀려 있는 상태다.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산업의 부흥이 늦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집을 짓는다 해도 지반이 약하면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산업 육성에 앞서 이렇게 뒤틀린 의료기기 산업의 모순과 문제를 푸는데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육성책과 지원책도 뒤틀린 구조 위에서는 사상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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