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과도" 정신과 개원가, 실거래가 약가 인하 보이콧 조짐

발행날짜: 2022-04-05 05:30:00
  • 3월 실사서 약가 불일치로 행정처분 위기 놓인 개원가 나와
    "실익 적은데 좋은 의도로 참여…고의성 없는데 행정처분 웬말"

정신의학과 개원가에서 실거래가 약가 인하 제도를 보이콧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재정 부담을 줄이는데 동참하자는 취지로 참여했는데, 오히려 행정처분을 당할 위험에 놓이자 강경 대응을 각오하고 있다는 것.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실거래가 약가 인하 제도에 대한 정신의학과 개원의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의료기관이 구매한 의약품을 실제 거래가격에 맞춰 약값을 조정하는 제도다.

의료기관이 제약사와 협의해 심사평가원 정한 의약품 가격 상한선 보다 낮은 가격으로 청구하면 그 차액에 따라 장려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렇게 인하된 차액을 통해 건강보험재정을 보전하기 위함으로, 지난 2016년부터 2년 주기로 시행되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의료기관에 해당 제도를 권장하고 있는데, 좋은 의도로 참여했던 개원의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는 것.

개원가가 실거래가 약가 인하 제도를 보이콧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심평원이 문제 삼는 것은 의약품구입비 불일치다. 의료기관이 구입한 의약품 가격이 상한가보다 높으면 부당수익 명목으로 실사 대상이 되는 식이다.

하지만 의약품 품목이 많아 수량에 차이가 생기거나, 전자의무기록(EMR)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하는 등 고의성 없이 상한가를 넘는 경우가 있는데 심평원은 이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개원가의 불만이다.

심평원 의약품 상한가가 낮아지는 경우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기존에 상한가와 동일한 가격으로 청구하던 의료기관이 상한가가 낮아진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기존처럼 청구한다면 의약품구입비 불일치 대상이 되는 것.

더욱이 지난달 중순 진행된 심평원 실사에서 의약품구입비 불일치 문제로 행정처분 위기에 놓인 의료기관이 나오면서 개원가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 정신의학과 원장은 본과 개원의들 사이에서 실거래가 약가 인하 제도를 보이콧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번 실사에서 의약품구입비 불일치 문제로 행정처분을 받는 의료기관이 생기면 향후 관련 제도를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개원의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영업정지나 의약품 차액의 5배가 환수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처벌이 지나치다"고 규탄했다.

의원급은 관련 제도를 통해 얻는 실익이 적은 것도 문제로 꼽았다. 다른 정신의학과 개원의는 "대형병원과 달리 의원급은 다양한 약품을 소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받는 장려금이 크지 않다"며 "심평원에서 실사 전 의약품 가격을 수정하라는 안내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의원급 입장에선 이를 놓치기 쉽고 몇 년 전 구매내역을 뒤늦게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대한정신의학과의사회는 내부에서 실거래가 약가 인하 제도를 보이콧 하자는 주장이 나오긴 하지만, 아직 의사회 차원에서 이를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우선은 이번 실사로 인한 회원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정부와 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향후 정상적인 수준에서 의견이 합치되지 않거나, 같은 문제가 재발한다면 보이콧을 진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여지를 뒀다.

정신과의사회 김동욱 회장은 "실거래가 약가 인하 제도는 정부의 협력 사항이었고 심평원 측도 불일치 문제에 고의성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를 불법적인 행위처럼 대하는 모습에 회원들이 불쾌해 하고 있으며, 관련 문제가 재발할 경우 개원가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아직 보이콧을 논할 단계는 아니며, 상황이 벌어진 회원이 억울하게 행정처분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청구 건이 상한가를 넘으면 그 초과분을 자동으로 환수하는 식으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정신과의사회 신용선 보험이사는 "의료기관에서 취급하는 의약품이 셀 수 없이 많은데 각각의 상항가를 매번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제도를 보완하거나 불일치 기관을 계도하려는 노력없이 무작정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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