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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재단 의료바우처의 위험성

오승준 변호사(액시스)
발행날짜: 2026-08-03 05:00:00
  • 오승준 변호사 액시스 대표
    사회복지재단 의료바우처와 본인부담금 면제의 법적 한계
    의료법상 환자 유인 규제와 대법원 판례·보건복지부 유권해석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최근 몇 년 사이 사회복지재단, 비영리법인, 협동조합 등의 의료바우처 사업이 반복적으로 문제되고 있다.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을 높인다는 명분 아래 "비영리재단" 의 이름으로 상품권, 바우처 등을 발행하고, 환자가 협약 의료기관에서 이를 사용하면 본인부담금이 감면되는 구조다.

이러한 사업들은 대체로 스스로를 '복지사업'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의료기관과 사업자(재단) 사이에 은밀하게 대가가 오가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재단이 외형상 본인부담금을 대신 지급하더라도, 그 재원이 사실상 의료기관에서 다시 흘러나온다면 이를 단순한 공익사업으로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이러한 의료바우처 구조를 의료법상 환자 유인행위로 판단한 판례와 관련 보건복지부 유권해석까지 등장하면서 현장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상품권이나 바우처를 이용한 진료비 지원이 모두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복지'라는 명칭만으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형사판결과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토대로, 사회복지재단형 의료바우처 사업이 의료법상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으며 어느 지점부터 금지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복지재단 의료바우처 사건과 대법원의 유죄 판단

문제가 된 사건에서, 모 한의원은 특정 사회복지재단이 발행한 의료바우처카드 소지자의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았다. 다만, 수사를 해보니 뒷거래가 드러났는데, 재단이 본인부담금 상당액을 한의원 측에 지급하면, 병원은 그 금액의 103~104%를 다시 후원금 명목으로 재단에 지급하는 구조였다(의정부지방법원 2016. 8. 23. 선고 2016노1568 판결, 대법원 2016. 12. 1. 선고 2016도14457 판결).

형식상 재단이 본인부담금을 대납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의료기관이 그에 상당하는 금액을 재단에 돌려준 이상 실질적으로는 의료기관이 본인부담금을 면제한 것과 다름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본인부담금 면제가 환자 유인의 수단이 되고, 의료이용 증가를 통해 의료기관의 수익으로 이어지며, 후원금에 대한 세제상 이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영리목적을 인정하였다. 특히 해당 카드는 모든 의료기관이 아니라 재단과 협약한 의료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유도하는 구조로 평가되었다.

사업 규모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해당 한의원에서는 11개월 동안 본인부담금 면제 건수가 2만 5,000건을 넘었고, 법원은 이를 의료질서상 폐해가 심각하게 나타난 경우로 보았다.

피고인은 영리목적이 없었고 법률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록 벌금형의 선고유예가 내려졌지만, 재단을 매개로 한 본인부담금 면제 구조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유죄 판단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병원 전용 상품권·바우처와 비급여 진료비 할인 기준

그렇다면 상품권이나 바우처 자체가 위법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보건복지부는 특정 의료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바우처를 활용한 홍보와 관련하여, 국민건강보험법·의료급여법상 본인부담금의 면제·할인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고 보고 있긴 하다(민원 1AA-2108-0630568).

다만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542 판결에 따라,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비를 할인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는 대상·기간·항목과 할인 폭을 명확히 정한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정리하자면 원내 전용 상품권이나 바우처도 실질적으로 진료비 할인 효과를 가지므로, 본인부담금 감면에 사용된다면 위법하고, 비급여진료비 할인에 사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괜찮다. 다만 비급여 할인 광고 역시 소비자가 할인 조건을 오인하지 않도록 명확히 표시하고, 지역 의료시장에 과당경쟁이나 왜곡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는 일률적인 수치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구체적인 위법 여부는 할인 방식과 규모, 지역 의료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하여 관할 보건소가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제3자 진료비 대납과 환자 소개·알선의 경계

그렇다면 제3자가 진료비를 결제해주는 것은 전부 위법일까? 이 또한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이 호텔이나 기업과 제휴하여 진료비를 청구하는 방식이 의료법에 저촉되는지에 관한 민원에서, 의료법령이 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구체적인 결제 방식을 별도로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제3자가 진료비를 대신 결제하거나 정산하는 방식 자체는 원칙적으로 당사자 간 계약에 따라 정할 수 있다(민원 1AA-2107-0943649).

그러나 제3자 결제라는 외형만으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제휴업체가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에 연결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나 경제적 이익을 얻거나 제공한다면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소개·알선·유인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은 환자 유치를 둘러싼 금품수수와 의료기관 간 불합리한 경쟁을 방지하는 것이 이 의료법 제27조 제3항의 입법 취지라고 본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0542 판결).

결국 제3자가 단순히 복지 등의 목적으로 대납만 해준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특정 의료기관에 환자를 연결한 것인지에 따라 적법 여부가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제휴업체의 환자 모집 관여 정도,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의 범위, 수수료 지급 여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비영리법인의 취약계층 본인부담금 지원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2023년 서울특별시는 비영리법인이 의료취약계층에게 의료기관 동행 서비스와 본인부담금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의료법에 위반되는지 보건복지부에 질의하였다.

보건복지부는 먼저 의료기관 동행 서비스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고 보았다. 다만 동행 과정에서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을 추천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등 소개·알선 행위가 이루어진다면 의료법 제27조 제3항에 저촉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본인부담금 지원에 대해서는 의료취약계층의 진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이 의료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회신하였다. 다만 의료급여제도와 건강보험 본인부담금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여 기존 의료보장제도와의 정합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관할 지자체가 지원 대상, 진료 필요성, 지원 한도와 횟수, 기존 사업과의 중복 여부 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이 회신은 비영리법인의 본인부담금 지원이 언제나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정 의료기관을 추천하거나 연계하지 않고, 지원 대상과 범위가 객관적으로 관리되며, 기존 의료보장제도와의 정합성이 확보된다면 위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대로 소수의 특정 의료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이용 횟수에 제한이 없으며, 의료기관이 지원 재원을 다시 부담하는 구조라면 이러한 허용 가능성의 전제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의료기관이 의료바우처 사업을 제안받았을 때 확인할 사항

병원이 사회복지재단이나 비영리법인으로부터 의료바우처 사업 참여를 제안받았다면, '취약계층 지원'이나 '복지사업'이라는 설명만 믿고 협약을 체결해서는 안 된다. 의료법상 중요한 것은 사업의 명칭이나 운영 주체의 외형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본인부담금을 부담하고 환자가 어떤 경로로 병원에 연결되는지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자금의 흐름을 확인해야 한다. 재단이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대신 지급하더라도, 병원이 후원금·기부금·협약비 등의 명목으로 그 금액을 다시 부담한다면 실질적으로는 병원이 본인부담금을 면제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병원이 지급하는 금액이 환자 수나 진료비에 연동되어 있다면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범위도 중요하다. 환자가 다수의 의료기관 중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재단이 지정한 소수의 의료기관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면 단순한 의료비 지원을 넘어 특정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연결하는 소개·알선 구조로 볼 여지가 있다.

지원 대상과 한도, 이용 횟수도 확인해야 한다. 취약계층을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선정하고 지원 금액과 횟수를 제한하는 사업과, 사실상 누구나 반복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시적인 환자 유치 사업은 동일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관할 지자체의 승인이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국 의료바우처 사업의 적법성은 '복지'라는 명분이 아니라 실제 운영 구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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