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호르몬 치료, 막연한 두려움보다 '맞춤 전략' 필요"

발행날짜: 2026-02-26 05:00:00 수정: 2026-02-26 09:32:45
  • 아주대병원 황경주 교수 "치료 받는 여성은 여전히 소수"
    골다공증 예방 등 득과 실 따져 접근해야…맞춤형 치료 중요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폐경은 여성의 생애 주기에서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동시에 건강 관리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한 혈관 기능 변화, 대사 이상, 골밀도 감소 등이 동반되면서 심혈관 질환과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폐경기 호르몬요법은 증상 완화와 골 건강 보호를 위한 치료 옵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연구 결과로 형성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어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메디칼타임즈는 아주대학교병원 산부인과 황경주 교수(대한폐경학회 회장)를 만나 폐경기 호르몬 치료의 최신 근거와 임상적 의미를 들어봤다.

아주대병원 황경주 교수는 폐경기 여성의 호르몬 치료 요법이 증상 완화 및 골다공증 예방에서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라는 점을 강조했다.

"적절히 사용하면 효과적이고 비교적 안전"

황 교수는 "현재 폐경기 호르몬요법은 연령과 폐경 시점, 개인별 위험도를 충분히 평가한 뒤 사용하면 효과적이고 비교적 안전한 치료 옵션이라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경기 호르몬요법은 감소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틴)을 보충해 안면홍조, 야간 발한, 수면장애, 질 건조 등 폐경 증상을 완화하고, 골소실을 줄여 골다공증과 골절 위험을 낮추는 치료다. 현재까지 혈관운동증상 완화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로 평가된다.

통계청 2024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암과 심장질환은 여성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나타난다. 황 교수는 "폐경 이후에는 혈관 기능 변화와 지질대사 이상, 내장지방 증가 등이 동반될 수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과 연관될 수 있어 증상 치료와 함께 전반적인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호르몬요법은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한 치료가 아니라, 증상 완화와 골 건강 유지가 중심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WHI 연구 이후 이어진 '과도한 공포'

2002년 발표된 미국의 대규모 임상연구 WHI(Women's Health Initiative)는 폐경기 호르몬치료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꿨다. 당시 사용되던 특정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병합요법에서 유방암과 혈전, 뇌졸중 등의 위험 증가가 보고되면서 연구가 조기 중단됐다.

황 교수는 "이 결과가 '모든 호르몬치료는 위험하다'는 단순한 메시지로 전달되면서 장기간 두려움이 형성됐다"며 "이후 연령과 폐경 후 경과 기간, 사용 제형에 따른 하위군 분석이 이어지면서 위험-이득 균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보다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WHI 이후 미국 FDA는 폐경기 호르몬치료제에 강한 경고 문구(블랙박스 경고)를 삽입했다.

그러나 이후 20여 년간의 추가 분석과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치료 시작 시점과 환자 특성에 따라 위험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한 장기 추적 결과에서 전체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한 근거로 제시됐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반영해 FDA는 최근 일부 폐경기 호르몬치료제의 경고 문구를 조정했다. 다만 자궁이 있는 여성에서 에스트로겐을 사용할 경우 자궁내막 보호를 위해 프로게스틴을 병용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황 교수는 "이번 라벨 조정은 위험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위험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변화로 이해해야 한다"며 "이제는 치료 시점과 개인별 위험도를 고려하는 맞춤 접근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폐경기 여성이 심한 증상에도 호르몬 요법으로 치료 받는 환자는 극 소수 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받는 여성은 여전히 소수

일부 보고에 따르면, 폐경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호르몬요법을 받는 여성은 전체의 일부에 그치며, 장기간 치료를 유지하는 비율은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교수는 "진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우려는 유방암 발생 가능성, 체중 증가, 유방통, 질출혈, 장기 복용에 대한 불안감"이라며 "과거 연구 결과가 충분한 설명 없이 전달되면서 형성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60세 미만·폐경 후 10년 이내가 핵심 기준

현재 주요 가이드라인은 금기가 없고 증상이 있는 여성에서 60세 미만이거나 폐경 후 10년 이내라면 호르몬요법의 이득이 위험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황 교수는 "임상에서는 안면홍조, 수면장애, 기분 변화 같은 주 증상뿐 아니라 연령, 폐경 경과 기간, 체질량지수, 혈압, 대사 질환 여부, 심혈관 및 유방암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를 결정한다"며 "결국 개인 맞춤 전략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게스틴 선택도 치료 전략의 일부

자궁이 있는 여성에서는 자궁내막 보호를 위해 프로게스틴 병용이 필수적이다.

황 교수는 "프로게스틴의 종류에 따라 대사나 체액 저류, 기분 변화 등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며 "에스트로겐뿐 아니라 어떤 프로게스틴을 선택하느냐도 치료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종이나 체중변화 등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 등에서는 저함량 에스트로겐과 드로스피레논(Drospirenone)복합제를 활용 하는 등 각 환자의 상태 등을 고려해 다양한 약제가 활용 되고 있다는 평가다.

드로스피레논은 항알도스테론(anti-aldosterone) 작용이라는 약리학적 특성에 따라 부종이나 체중변화, 혈압 관련 측면에서 임상적으로 고려되는 경우가 있다.

"두려움이 아닌 근거로 판단해야"

마지막으로 황경주 교수는 다시한번 적절한 호르몬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적절한 상담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 교수는 "과거의 정보로 인해 우려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현재의 폐경기 호르몬치료는 축적된 근거를 바탕으로 위험과 이득을 평가하며 개별화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치료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막연한 공포보다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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