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목표치 인식조사 진행…개원가, 과도한 관리로 저혈당 위험↑
학회 건강 상태 따라 목표치 구분…고위험군, 의료진 자율 판단 맡겨

노인당뇨병 관리에 있어서 당뇨병 전문가들과 개원의들의 '간극'이 확인됐다.
노인당뇨병의 경우 쇠약함이나 합병증 등 개별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개원의들은 당화혈색소 7% 미만과 같은 수치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 당뇨병학회의 판단.
이에 학회는 환자 상태를 반영, 8.0% 미만도 허용하는 등 혈당 목표치를 개별화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26일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된 대한당뇨병학회 국제학술대회(ICDM 2025)에서 노인당뇨병 관리 관련 의료진 인식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번 설문은 지난 7~8월 전국 개원의 및 봉직의 273명, 당뇨병 전문가 77명을 대상으로 델파이 방식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노인당뇨병 환자 관리에서 개원가와 당뇨병 전문의 사이에 뚜렷한 시각 차이가 드러났다.
개원가에서 더 엄격하게 혈당 목표를 설정하는 경향이 확인됐으며, 학회는 이 같은 기계적 관리가 오히려 저혈당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노인 환자 맞춤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인당뇨병 관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표인 당화혈색소 기준을 묻는 문항에서, 당뇨병 전문가의 경우 65세 이상 건강한 노인의 목표치에 대해 7% 미만이 54.5%로 가장 많았고, 이어 7.5% 미만(29.9%), 6.5% 미만(13%)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원의는 절반에 가까운 44%가 6.5% 미만을 선택했고, 7% 미만 역시 44.3%로 비슷하게 높았다. 7.5% 미만을 제시한 비율은 9.5%에 불과해, 전문가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조절 목표를 고수하는 모습이 드러났다.
중등도 위험군이나 복잡한 건강 상태를 가진 노인에서도 인식 차는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8% 미만(61%)을 가장 많이 선택했지만, 개원의는 여전히 7% 미만(36.4%)을 최다 응답으로 꼽았고 6.5% 미만을 고른 비율도 11.4%에 달했다.
중증위험·복합질환 상태의 노인에서는 그 격차가 더욱 확연했다. 전문가들은 환자 상태가 위중할수록 저혈당과 고혈당을 모두 피하는 데 무게를 두며 8.5% 미만(16.9%)을 가장 많이 제시했지만, 개원의들은 7% 미만(24.9%), 7.5% 미만(23.1%), 8% 미만(21.6%) 등 여전히 엄격한 관리 기준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 대한당뇨병학회 노인당뇨병TFT 조동혁 팀장(전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은 "65세 이상 노인은 같은 연령대라 하더라도 기대여명, 합병증, 근감소증, 치매 동반 여부에 따라 상태가 크게 다르다"며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혈당 목표를 낮게 잡으면 저혈당 위험이 커지고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회가 홍보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반대급부로 획일적인 혈당 목표치에 대한 인식이 고착화된 것 같다"며 "당화혈색소 6.5% 또는 7%가 마지노선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으면서 노인 환자에서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회는 8.0% 미만도 혀용하는 등 혈당 목표치를 개별화하는 노인당뇨병 관리를 위한 입장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 팀장은 "65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연구는 국내외 모두 부족하고, 미국 ADA 지침도 전문가 합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며 "학회 차원에서 노인 환자의 특수성을 반영한 입장을 정리해 학회지 가을호에 게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에는 환자의 쇠약(frailty) 정도에 따라 혈당 목표를 달리 정하는 원칙이 담겼다.
한국형 frail 척도(K-frail, 1~9점)를 활용해 건강한 노인(1~3점)은 당화혈색소 7% 미만, 뇌쇠 전단계(4~6점)는 8% 미만을 목표로 하고, 노쇠 환자(7~9점)는 저혈당과 고혈당을 모두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의료진이 개별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조 팀장은 "노인은 단순히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며, 같은 노인 환자라도 당뇨 이환 기간, 합병증 상태, 신체 활동 능력 등이 모두 다르다"며 "80세에 새로 진단된 당뇨 환자와 65세부터 30년째 당뇨를 앓아온 환자를 똑같은 기준으로 관리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저혈당에 취약한 노인 환자가 많기 때문에 지나친 혈당 강하가 오히려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앞으로는 개별 환자의 쇠약함 상태와 생활 환경을 고려해 보다 유연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와 성명서는 국내 노인당뇨병 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
기존의 모든 환자를 철저히 조절한다는 일률적 접근에서 벗어나, 환자별 상황을 반영한 맞춤 관리가 학회의 새로운 전략으로 제시된 것이다.
앞서 임신성 당뇨병에 대한 전주기 관리체계 도입을 촉구한 학회는 환자 상태별 맞춤 관리를 위해 노인당뇨병 연구회 등 전문가 의견을 수렴, 근거 축적과 가이드라인 정립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