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홍콩·대만·일본 4개국 재택혈액투석 현황 비교 논의
"한국만 보험급여 부재로 시작조차 못 해…제도 기반 시급"

대한신장학회(이사장 박형천, 연세의대)가 8일 일본 가와고에에서 열린 신장질환 국제기구 KDIGO 주관 '동아시아 재택혈액투석 도입 및 확산 워크숍'에 참석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워크숍은 홍콩, 일본, 대만, 한국 등 동아시아 4개 지역을 중심으로 재택혈액투석의 현황을 공유하고, 환자 치료 선택권 확대와 지속가능한 신대체요법 체계 구축을 위한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워크숍에는 대한신장학회 박형천 이사장을 비롯해 범일연세내과 이동형 원장, 울산대학교병원 유경돈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강은정 교수, 상계백병원 김성근 교수가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워크숍에서는 동아시아 3개국은 이미 재택혈액투석이 보험 급여로 운영되고 있는 반면, 한국만 제도적 기반이 전무한 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현재 한국은 투석 환자 약 10만 명 중 재택혈액투석을 시행하는 환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홍콩은 2006년 정부 주도 프로그램을 시작해 현재 전체 투석 환자의 약 3%가 재택혈액투석을 시행 중이다. 특히 재택혈액투석 도입 후 환자의 상당수가 직장에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항고혈압제·인산결합제 사용이 감소하는 등의 성과가 제시됐다. 대만은 올해 초부터 재택혈액투석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본격적인 확산 단계에 진입했다. 일본에서는 성인뿐 아니라 소아 환자까지 재택혈액투석을 적용해 재택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하고 있다.
워크숍에서는 이외에도 재택혈액투석을 통한 환자 자율성 강화, 삶의 질 향상, 사회경제적 비용 완화 효과가 강조됐으며, 제도적 뒷받침을 위한 정책 제안, 의료진·환자 교육 강화, 환자 지원 네트워크 구축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한국 대표단 이동형 원장(범일연세내과)은 다양한 국가의 임상 사례와 정책적 경험을 공유 받으면서 "한국 내 재택혈액투석은 이제 시작하려는 단계로, 환자의 치료 선택권 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부를 설득해 제도·보험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천 이사장은 "재택혈액투석은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표준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제도적 기반이 없다는 점이 이번 논의에서 더욱 선명해졌다"며 "KHP 2033이 제시한 재택치료 비율 33% 달성을 위해, 국제적으로 검증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재택혈액투석 보험·제도 설계를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신장학회는 워크숍 결과를 토대로 ▲재택혈액투석 제도화와 보험 적용에 대한 정책 대화 착수 ▲환자·보호자·의료진 교육체계 및 멘토링 네트워크 구축 ▲안전성·경제성 근거 축적을 위한 시범사업 설계 등 도입 로드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