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정밀검사 없이도 고위험군 선별 가능성 제시
영국 단일기관 995명 분석…사망률·심혈관 사건과 상관성
신장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데 있어 단순한 걷기 속도 측정만으로도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0m 걷기 테스트에서 빠른 속도를 기록한 환자일수록 심장 이상 검사에서 양성 소견이 적었고, 심장 질환 발생률과 사망률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왕립자선병원 프라나브 사티쉬 등 연구진이 진행한 신장 이식 전 보행 속도 평가와 예후 상관성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Nephrology Dialysis Transplantation에 29일 게재됐다(doi.org/10.1093/ndt/gfaf094).
신장 이식 대기 환자들, 특히 말기신부전(ESRD) 환자들은 심장 질환이나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매우 높고 심혈관질환(CVD)은 이식 전후를 막론하고 신장 질환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혈압 조절이 잘 안 되고, 체내 수분이나 전해질, 칼슘·인 농도 조절이 무너지면서 심장 구조 변화나 혈관 석회화가 쉽게 생겨 신장 이식 전 반드시 심장 정밀검사를 해서 이식 수술을 버틸 수 있는지 평가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심혈관 위험이 낮은데도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심장 스트레스 테스트나 관상동맥 CT 등을 적용하다 보면 시간과 자원이 낭비되고, 이식 대기 등록 자체가 늦어지기도 한다는 점에서 심장 정밀검사의 대체 검사를 찾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연구진은 영국의 한 단일 센터에서 신장 이식을 위한 사전 평가를 받은 환자 995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분석을 진행했다.
기존 심혈관 선별 프로토콜 외에 환자들에게 130m 거리를 걷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는 '걷기 테스트 시간(WTT, Walk Test Time)'을 추가해, 이를 네 개의 사분위수로 나눈 뒤 심장 스트레스 검사 결과와 심혈관 사건 발생률, 사망률, 이식 대기 등록 및 이식률과의 상관성을 평가했다.
연구는 민감도 분석을 통해 WTT의 예측력을 계산하고, 사망 및 심혈관 사건의 예측에 영향을 미치는 공변량도 함께 분석했다. 생존 분석은 Kaplan-Meier 방법으로 실시했다.
분석 결과 걷기 속도가 가장 빠른 Q1 그룹은 평균적으로 더 젊고, 체질량지수(BMI)가 낮으며, 허약함과 당뇨병, 기존 심혈관질환(CVD) 비율이 모두 낮았다.
Q1 그룹은 걷기 속도가 가장 느린 Q4 그룹보다 사망률(1.62% vs 10.6%)과 심혈관 사건 발생률이 낮았다.
심장 스트레스 검사에서 비정상 결과가 나온 비율도 Q1에서는 13.8%로, Q4의 22.8%보다 낮았으며, 이식 대기 등록 활성화 비율은 Q1이 90.6%로 Q4의 55.3%보다 월등히 높았다.
Cox 회귀분석 결과 WTT는 심혈관 사건 발생의 유의한 예측인자였지만(HR 1.011), 사망률 예측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HR 1.003).
민감도 분석에서는 걷기 속도 테스트가 심장 스트레스 검사 결과를 음성으로 예측하는 데 있어 86.2%의 높은 음성 예측도를 보였다.
연구진은 "현재 이식 전 평가 프로토콜은 심혈관 위험이 낮은 환자를 과도하게 조사해 후속 이식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신장 이식 전에 심폐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보행 테스트와 같은 신속하고 비침습적인 방법을 제안한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