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U 그로스만 의대 연구진, 대규모 코호트 연구 공개
DPP-4i 대비 비만 관련 암 발생률 7%, 사망률 8% 낮춰
대사증후군 개선 및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효과가 밝혀진 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은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가 비만 관련 암의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규모 진료 데이터 기반 연구에서 밝혀졌다.
NYU 그로스만 의과대학 루카스 마브로마티스 등 연구진이 진행한 GLP-1 RA 투약과 비만 관련 암 발생률 연구 결과가 현지시간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5)에서 공개된다(DOI:10.1200/JCO.2025.43.16_suppl.10507).
비만은 이미 다수의 암 발생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국립암연구소(NCI)는 비만과 관련된 암으로 유방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췌장암, 신장암 등 최소 13가지 암을 지목하고 있으며, 비만을 동반한 제2형 당뇨 환자의 암 발생 위험은 일반인 대비 현저히 높다.

그러나 이러한 고위험 환자군에서 체중 감량 자체가 실제 암 예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한 연구는 부족했으며, 특히 GLP-1 RA와 같은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의 항암 예방 효과에 대한 근거는 제한적이었다.
기존에는 대체로 체중 감소나 혈당 조절 개선이 암 위험에 미치는 간접 효과에 대한 추론 수준에 머물렀고, 무작위임상시험(RCT)은 현실적인 제약으로 장기 암 발생률을 평가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번 연구는 '타깃 임상시험 모사(target-trial emulation)'라는 방법론을 통해 실제 진료 데이터에서 임상시험 조건과 유사한 환경을 재현하려 시도했다.
연구팀은 미국 43개 헬스시스템에서 BMI 30 이상이면서 당뇨병 진단을 받은 성인 환자 중 2013~2023년 사이 GLP-1 RA 또는 DPP-4i를 새롭게 시작한 환자 8만 5015쌍(총 17만 30명)을 처방 시점과 연도, 환자 특성을 기준으로 1:1 성향점수 매칭한 뒤, 복합 비만 관련 암 발생률과 전체 사망률을 비교 분석했다.
두 약물군 모두 평균 3.8, 3.9년간 추적관찰이 이뤄졌으며, 분석에는 성별 분리 및 상호작용 효과에 대한 평가도 포함됐다.
분석 결과 GLP-1 RA 사용군에서 비만 관련 암 발생 위험이 DPP-4i 사용군 대비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조정 위험비[aHR] 0.93).
전체 사망률 역시 GLP-1 RA 군에서 낮았으며(aHR 0.92), 암 종류별 분석에서는 특히 대장암 및 직장암에서 보호 효과가 뚜렷했다.
GLP-1 RA가 DPP-4i에 비해 비만 관련 암 발생률을 7%, 전체 사망률을 8% 가량 낮추는 것으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이러한 결과는 성별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나 연구팀은 GLP-1 RA의 체중 감량 효과, 염증 경감, 인슐린 저항성 개선, 대사 조절 개선 등의 복합적 기전을 통해 암 발생 경로를 차단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들과 달리 실제 진료 현장에서 처방된 약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규모 환자군을 분석했으며, 비만과 당뇨를 동시에 지닌 고위험군을 타깃으로 설정한 점, 그리고 비교군으로 체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DPP-4i를 선택해 효과의 특이성을 평가한 점에서 의의가 인정된다.
연구진은 "GLP-1 RA 약제는 당뇨병과 비만 환자의 대규모 실제 코호트에서 DPP-4i에 비해 비만 관련 암의 위험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연구에서는 GLP-1 RA가 암 예방에 미치는 역할을 전향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