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의학자 일으킨 K-학회…해외 연자들 "벤치마킹 사례"

발행날짜: 2025-05-27 05:30:00 수정: 2025-05-27 13:36:08
  • [현장]심장대사증후군학회, 국제학술대회서 동참형 운동 선봬
    "운동위원회 이사와 안무 구성…새 시도에 해외 연자도 호평"

한창 강연이 진행되던 오후,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세션이 끝나자 강연장 조명이 은은하게 바뀌고, 연단 앞에 젊은 트레이너들이 등장했다.

스피커를 통해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울려 퍼지자 흰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이들은 경쾌한 리듬에 맞춰 스트레칭과 간단한 댄스 동작을 선보였다. 대형 스크린에는 해당 안무 동작이 큼지막하게 펼쳐졌다.

다소 어색한 기운이 감돈 것도 잠시, 스피커를 통해 영어로 동참을 유도하는 안내 음성이 울리자 객석에 앉아있던 참석자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쭈뼛쭈뼛 몸을 흔들던 손과 팔은 곧 유연한 리듬을 형성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심장대사증후군학회 APCMS 2025 국제학술대회는 딱딱할 것만 같은 학술대회의 풍경을 새로운 시도로 변모시켰다.

의학 학술대회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운동 시간(액티브 세션)'이 펼쳐진 것.

이를 기획한 김병진 심장대사증후군학회 학술이사(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대사질환 분야에서 운동 부족은 가장 대표적인 위험 요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회 현장은 하루 종일 앉아있는 구조"라며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학회 이사진들과 함께 운동 세션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참가형 운동 코너의 핵심은 '라이프스타일 변화'라는 심장대사질환 예방의 본질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데 있다는 것. 늘 말로만 환자들에게 '앉아있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학회 임원진, 참가자들부터 일어나 움직이면 이 자체로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23일 심장대사증후군학회는 APCMS 2025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함께 하는 운동 세션을 기획, 직접 몸을 움직이며 라이프스타일 개선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호평을 받았다.

김 이사는 "연구나 교류도 중요하지만, 국민에게 1차 예방의 중요성을 전달하려면 이런 시도가 필요했다"며 "백 번의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메시지를 보여준 셈"이라고 했다.

운동 세션은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됐다. 학회 산하 운동위원회 이사인 제세영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 교수와 함께 중·장년층도 무리 없이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한 동작이었다.

처음 제작된 영상은 동작 난이도가 높아 몇 차례 수정 끝에 최종안이 나왔다. 약 3분 30초 길이의 짧은 유산소+근력 복합 루틴에, 해외 연자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특성을 감안해 인지도가 높은 노래를 배경 음악으로 택했다.

실제로 당일 현장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처음엔 다소 어색한 기운이 감돈 것도 사실이었지만 음악이 나오고 학회 마스코트 '해랑이' 티셔츠를 입은 학회 임원들부터 손동작으로 참여를 독려하자 참석자들도 자연스레 일어나 따라 하기 시작한 것.

반신반의했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며 몰입했고, 3분 여간의 운동이 끝난 뒤엔 공연을 끝낸 것처럼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독특한 풍경에 곳곳에서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동영상을 찍는 외국인 참석자들도 포착됐다.

일부 해외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함께 하는 '요가 세션'이 시도된 바 있지만 학술대회와는 무관하게 독립된 장소와 시간에 펼쳐져, 이번의 융합형 세션과는 결이 다르다.

김병진 이사는 "보통 교수들이 이런 시도에 보수적일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 분위기와 참석 호응도는 매우 뜨거웠다"며 "해외 연자로 모신 저명한 교수들도 해당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본인이 소속된 학회에서도 시도해보겠다고 귀띔했다"고 말했다.

운동 세션을 주도한 김병진 학술이사. 학회 마스코트인 해랑이 티셔츠를 입고 그도 직접 운동 세션에 참여했다.

그는 "이번 학회의 주제가 다학제적 접근이었기 때문에 운동학, 식품영양학 등 타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보여주는 의미도 있었다"며 "운동 세션 외에도 식이요법 시연도 구상됐으나 호텔 측 조리 제한 규정으로 무산돼 추후 기회가 되면 식품영양위원회와 간단한 건강식을 선보일 계획"이라는 포부도 전했다.

'학술대회의 무게감은 점잔 뺀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형식적 권위보다 '실질적 메시지 전달'이 더 중요하다는 게 김 이사의 판단.

김 이사는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학술대회가 더 빛나게 마련"이라며 "학회가 변하면, 메시지도 바뀐다는 믿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누군가가 시작해야 다른 사람도 따라올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시작점이 됐으면 한다"며 "이번 운동 세션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직접 몸을 움직이며 메시지를 전하는 실천형 학회의 첫 걸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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