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진료시 진료비 폭탄 기우였나…건보 재정 0.06% 불과

발행날짜: 2025-05-27 05:30:00
  • 시범사업 청구 자료 분석 결과…전체 진료 건수 0.16%
    전체 의료기관 중 8% 참여…내과 질환이 63.8% 최다

원격 진료가 시행되면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 진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기우로 드러났다.

시범사업 결과 전체 건강보험 재정 중 원격 의료의 비중이 0.06%에 불과했던데다 전체 의료기관의 8% 밖에 이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1차 의료기관이었다.

국내 원격 진료 실태를 분석한 최초의 연구가 나와 주목된다.

오는 6월 2일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KMS에는 국내에서 진행된 원격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건강보험공단 청구 데이터 분석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대면 진료에 상당한 차질이 생기면서 세계 대다수 국가들은 원격 진료를 대안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이 기간 동안 입증된 잠재력을 고려해 2023년 6월부터 원격 진료 시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여전히 의료계에서는 과잉 진료로 인한 진료비 폭등과 부실 진료 등으로 인한 국민건강 위해 등을 이유로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톨릭 의과대학 의료정보학과 김헌성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국민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활용해 원격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분석을 진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원격 진료가 허용된 후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이러한 우려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2023년 6월 1일부터 12월 14일까지 단 한번이라도 원격 진료를 활용한 환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대면 진료 데이터와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 기간 동안 원격 진료는 총 88만 1503회 실시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진료 건수 대비 0.16%를 차지하는 진료량이다.

원격 진료 이용 연령은 80세 이상이 0.28%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는 10세 미만이 0.19%로 뒤를 이었다.

원격 진료를 시행한 기관은 국내 전체 의료기관 중 8.5%를 차지했다. 이 중에는 1차 의료기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상급종합병원이 11.1%로 조사됐다.

원격 진료로 인한 진료비는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중 0.06%로 집계됐다.

의료기관 종별로 원격 진료가 차지한 비중을 보면 의원은 0.12%에 그쳤고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소수점 세자리까지 '0'을 기록해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진료과목별로 보면 역시 내과가 63.8%를 기록해 가장 많은 원격 진료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산부인과는 원격 진료 사례가 1.9%로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첫 진료 비율이 5.7%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후속 조치를 위해 원격 진료를 이용한 환자는 69.1%를 차지했다. 이중에는 14.2%가 거동에 불편함이 있는 환자였고 0.2%는 섬 및 오지 거주자였으며 3.6%는 감염병에 걸린 상태였다.

질환별로 보면 고혈압이 23.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2형 당뇨병이 11%로 뒤를 이었고 급성 기관지염도 8.9%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원격 진료가 현재 의료 체계에 잘 통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원격 진료의 99.8%가 지역 1차 의료기관에서 이뤄진 만큼 의료계가 우려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쏠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결론내린 것.

아울러 원격 진료로 인한 총 의료비가 167억원으로 건강보험 전체 의료비의 0.06%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료비 폭증에 대한 우려 또한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해석이다.

특히 원격 진료를 활용하는 질환의 대부분이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라는 점에서 병원 방문의 불편함을 줄이면서 지속적인 관리를 유도하는 원격 진료의 취지와 잘 맞아들어가고 있다고 정리했다.

다만 원격 진료 건수가 가장 많은 내과의 경우 첫 진료 비율이 낮았지만 산부인과와 피부과 등은 첫 내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병원 진료를 꺼리는 사람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는 점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과관계를 규정할 수는 없지만 탈모나 발기 부전, 사후피임약 등의 처방이 원격 진료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약물 남용에 대한 잠재적 우려를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 자료를 활요해 국내 원격 진료 현황을 분석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일차적으로 국내에서도 원격 진료가 만성질환 관리의 효과적 도구로서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추가적으로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점도 분명하게 드러난다"며 "원격 진료 이용과 지속가능성, 안전성을 포함하는 평가 지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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