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초음파 검사법 두고 의사회vs학회 대립각

발행날짜: 2023-04-04 05:30:00
  • 대한정맥학회 검사법 발표에 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반발
    "과학적 근거 기반"vs"내용 오류 많아…의사회 의견 반영해야"

대한정맥학회 등 6개 학회가 발표한 하지정맥류 진단을 위한 근거 중심 초음파 검사법을 두고 학회와 의사회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학회는 의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검사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 반면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는 검사법에 오류가 많고 하지정맥류 검사 및 치료의 최전선을 담당하는 의사회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 등 '반쪽짜리'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3일 의학계에 따르면 대한정맥학회와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가 하지정맥류 진단 초음파 검사법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맥학회는 "하지정맥류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병률이 높은 질환으로 최근 정맥질환의 진단 및 치료가 급속히 늘어나 재정 부담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정맥질환은 초음파를 이용한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지만 질환과 초음파 술기의 특성상 주관적인 판단 개입 여지가 많아 하지정맥류 진단 방법의 명확한 기준 확립과 술기의 표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검사법 제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맥학회가 발간한 하지정맥류 진단 초음파 검사법 표지.

이어 "초음파에 의한 정확한 진단 기준의 정립이 무엇보다 시급히 필요하다고 판단돼 관련 학회가 모여 진단 안내서를 발간하게 됐다"며 "하지정맥류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의 표준화되고 정확한 진단에 안내서가 지표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검사법은 그 목적부터, 방법, 진단 대상자 및 측정 방법, 정맥부전의 양성기준, 초음파검사 표준영상 측정 방법 등을 두루 포괄하고 있다.

정맥학회는 학술위원회에서 초안을 만들고, 6개 유관 학회의 검수 및 보완을 통해 만들었기 때문에 '근거 중심 검사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입장. 특히 기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하지의 표재정맥 초음파검사 기준을 오랫동안 객관적으로 제시해온 미국의 유관 학회들의 지침 및 유럽의 최신 하지정맥류 진료지침도 참조해 공신력을 높였다는 평이다.

반면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는 해당 안내서가 포지티브 리스트 형태로 원칙에 벗어나는 행위는 보험 영역에서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김승진 심장혈관흉부외과의사회 회장은 "안내서는 해당 행위만 인정한다는 포지티브 리스트에 기초하기 때문에 안내서 내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경우 쟁점화될 수 있다"며 "의료공급자, 수급자, 기타 관계인들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안내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안내서 항목 3-2는 환자의 자세별 측정법을 제시한다. 서 있는 자세에서 측정을 하고, 발살바법(Valsalva Maneuver)을 쓰거나 원위부 정맥 역류를 유발하기 위해 손이나 압박띠로 압박하는 방법(Distal Augmentation)을 사용한다. 단 환자가 서있는 자세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앉거나 'Reverse Trendelenburg' 자세에서 측정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김 회장은 "기립성 저혈압 환자의 경우 검사 도중 쓰러져 다칠 우려가 있어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가 누운 상태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안전띠를 하고 침대를 60도 이상 세워서 검사를 하는데 본인의 경우 거의 모든 환자에 이 방법을 사용한다"며 "환자가 서 있는 것보다 더 안전한 방법이지만 안내서에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쟁점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내서 항목 5-4는 증강파형이 가로축의 아래로, 역행성 혈류파형이 가로축의 위에 위치하도록 측정하라고 제시하지만 교과서는 증강파형이 가로축의 위로, 역행성 혈류 파형이 가로축의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며 "안내서는 교과서의 정 반대로 제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병원과 보험사간의 문제를 부추기거나 심화시킬 소지가 있는 검사법을 당사자인 의사회와 어떠한 논의도 없이 발표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학회는 학문 연구의 중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하며 진료와 비용관리의 문제까지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에 학회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성호 정맥학회 이사장(고대안암병원 흉부외과)은 "근거 중심을 표방하기 때문에 당연히 과학적인 근거, 문헌 검토를 거쳐 검사법을 만들었다"며 "대한혈관외과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정맥학회, 대한외과초음파학회, 인터벤션영상의학회가 같이 만든 만큼 공신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초 검사법을 만든 취지는 주관이 개입하는 검사법의 난립을 막고, 임상적 필요성이 인정되는 과학적인 검사를 시행하기 위함"이라며 "학회의 검사법이나 진료지침에 의사회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것 역시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은 교육 이수자가 하지정맥류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경우에 한해 보험을 지급하는 등 굉장히 엄격하게 시행한다"며 "검사법과 관련해 의사회가 규정의 맥락을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학회가 제시한 "Reverse Trendelenburg 자세에서 측정할 수 있다"는 부분과 의사회가 제시한 "일부 병원에서는 침대를 60도 이상 세워서 검사를 한다"는 내용은 같은 의미라는 게 이성호 이사장의 판단.

그는 "Reverse Trendelenburg 자세에서의 측정과 침대를 60도 이상 세워 검사를 한다는 건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닌 같은 의미"라며 "이번 지침서에도 해당 내용을 해도 된다고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5-4 증강 파형과 역류 파형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위치해 혈류의 방향성이 잘 나타날 수 있도록 측정할 것을 권고한다'는 부분이 가장 중요한 소견으로, 세팅과 기계에 따라 방향이 바뀔 수 있어도 역류가 확실히 보이도록 잡게되면 문제가 안되고 설명에도 가급적이라고 언급했다"며 "대부분 기기는 중강파형이 아래로, 역행혈류가 위로 나오게 돼 있다는 일반적인 사항을 고려해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검사법에 문제가 없는 만큼 의사회의 의견 반영은 고려치 않는다는 입장. 학회 관계자는 "소수의 이의 제기에 따라 과학적 근거, 원칙에 의거한 검사법이 휘둘리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자체 근거, 판단에 의거해 지침을 작성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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