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헬리코박터 제균 성공률 60%대…PCR 살펴야"

발행날짜: 2022-12-21 05:30:00
  • 순천향대 천안병원 조영신 교수, 상황 및 대안 제시
    "내성 문제 빈번…맞춤형 처방 통해 성공률 높여야"

한국인의 위암 발병률은 전세계 1위다. 위암의 주적은 위장 점막에 서식하는 헬리코박터 균. 찌개를 공유하고 술잔을 돌리는 문화로 국민 절반은 헬리코박터에 감염된 상태다.

헬리코박터 감염의 위험성 및 제균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는 올라갔지만 실제 헬리코박터 제균 성공률은 60~70% 대에 머무른다. 제균을 받았다고 안심하다간 내성이 생긴 헬리코박터 균의 '역습'에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는 것.

국내 관련 학회들도 제균율을 올리기 위해 7일간의 약제 투약 일수를 14일로 늘리고 약제 요법을 세분화하는 등 새 지침을 적용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조영신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일선 현장에선 항생제 내성률의 증가 추세를 반영해 PCR 검사로 내성 여부 판별 후 적절한 약제를 '쪽집게 처방'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맥락.

조영신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헬리코박터 제균의 치료 동향 및 제균율 향상을 위한 전략을 들었다.

조 교수는 "한국인의 위암 발생률이 높고 헬리코박터 균의 존재 및 제균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가 올라갔다"며 "요즘은 환자들이 먼저 헬리코박터 제균을 이야기할 정도가 됐지만 정작 문제는 60~70%에 머무르는 제균 성공률"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목시실린과 클래리스로마이신에 PPI와 같은 위산분비 억제제를 투약하는 3제 요법이 표준 치료 방법"이라며 "항생제 남용에 따른 내성은 전세계의 이슈이기 때문에 약제를 늘리는 4제 요법이나 투약 기간을 늘리는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제균 지침은 2020년 개정을 통해 약제 투약 기간을 기존 7일에서 14일로 두 배 늘리고 동시 약제 병용요법이 필요한 환자군을 명확히 하는 등 제균 성공률 제고에 팔을 걷은 바 있다.

문제는 늘어난 약제 기간 만큼 환자의 복약순응도가 떨어져 중도 투약을 포기하거나, 투약 완료를 제균 성공으로 착각해 실제 제균 성공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는 것.

조 교수는 "제균율 제고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항생제 클래리스로마이신에 대한 내성"이라며 "외국 가이드라인에서는 클래리스로마이신에 대한 내성이 15% 이상인 지역에서는 3제 요법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환자의 약 40% 이상이 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가 그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경우 약제를 오래 투약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투약 기간이 길어질 수록 복약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최근 헬리코박터 균을 배양해 해당 약제의 내성 여부를 미리 살펴보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며 "내성이 있는 환자는 약제 투약 기간과 상관없이 제균 성공률이 낮을 수밖에 없어 PCR 내성 검사 후 적절한 약제를 맞춤 처방하는 것이 효율성 면에서는 최적"이라고 강조했다.

저조한 제균 성공률로 인해 3제 요법의 표준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조 교수는 "표준 3제를 쓰고 효과가 없으면 비스무스를 추가하는 4제 요법을 사용한다"며 "약제를 순차적으로 늘리는 순차요법이나 처음부터 4제를 동시에 투약하는 동시요법들이 개발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시요법이 제균율에서 다소 우위에 있다는 데이터들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이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는다면 향후 3제 요법 대신 초기부터 4제 동시 투약 요법이 표준이 되지 않을까 전망해 볼 수 있다"며 "순차요법은 약제 성분별로 투약 시기가 달라 복약순응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 표준으로 자리잡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많은 환자들이 도중에 약을 끊으면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다"며 "투약이 끝나면 이를 곧 제균 성공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선 제균 이후 재차 검사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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