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요양시설 촉탁의 제도 수면위…현장 불만 지속

발행날짜: 2022-09-08 05:30:00
  • 규제들로 라포 형성 난항…지원자 줄어 문제 심화
    휴일 날 잡고 청구만…"청구절차 간소화 문제 시급"

현행 요양시설 촉탁의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화했다. 그동안 촉탁의 제도는 청구절차 및 처지 영역 등에서 지적을 받아왔는데 별다른 개선이 이뤄지지 않자 이를 촉구하기 위한 위원회가 구성된 상황이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촉탁의 제도에 대한 현장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지적되는 촉탁의 제도 문제는 복잡한 청구 절차 및 인원 수 제한, 저평가 된 방문·진찰비, 불명확한 처지 영역 등이다. 이 때문에 지원자가 줄어들어 먼 거리에 있는 촉탁의를 고용할 수밖에 없어 의사와 요양기관 양쪽에 애로사항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다.

현행 촉탁의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화했다.

현장 촉탁의들은 의사와 환자 간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을 문제로 꼽았다. 대면하는 시간이 충분치 않아 환자가 이전에 내원하던 병·의원이 더 신뢰하고 이 때문에 증상이 달라져도 기존 처방내용을 변경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한 요양원 촉탁의는 "멀리서 방문하면서 낭비되는 시간은 그렇다 쳐도 입소자나 보호자와의 라포 형성이 어렵다는 게 문제"며 "환자나 보호자가 기존 단골 병·의원 처방을 더 신뢰하다 보니 현장에서 처방을 변경하려고 하면 반대에 부딪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양원은 자택에서 가료해도 될 경증의 입소자를 받도록 규정돼 있어 처치·진료가 금지돼 있는데 이는 인권유린에 가깝다"며 "환자가 약을 한 움큼 복용하며 몇 년 간 입소해도 간기능검사, 당뇨환자 당화혈색소 검사 한 번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다약제 처방을 줄이는 등의 간단한 조치도 어렵고, 열악한 처우로 촉탁의 지원자가 줄어들면서 비효율적인 처치 영역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요양병원에선 청구 인원 수 제한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촉탁의가 청구를 통해 활동비용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은 50명으로 제한돼 있는데 최근 요양병원이 대형화되는 추세여서 이 제한을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

이와 관련 한 요양병원 촉탁의는 "하루 60~70명의 환자를 방문 진찰해 청구를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다만 처방 자체에는 문제가 없고 의사 입장에서 환자를 거부할 수도 없어 그냥 진찰료를 받지 않고 환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문제로는 복잡한 청구절차를 지목했다. 현재 청구 방식을 보면 촉탁의가 요양원을 방문하면 시설국장이 온라인으로 방문 진찰을 받은 입소자를 입력한다. 촉탁의는 이를 확인만 해도 문제가 없지만 불필요하게 입력해야 할 사항이 많아 휴일에 날을 잡아 하루 종일 청구만 하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구절차 간소화만 이뤄져도 촉탁의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장은 관련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저조한 사회적 관심을 꼽았다. 이를 개선해야 할 촉탁의 지역협의체도 유명무실해졌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가 촉탁의위원회를 구성한 이유다.

실제 촉탁의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관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는데 보건복지부는 불참했다.

다만 촉탁의위원회는 간담회에서 국민건강보험·장기요양 및 전문가·교수진 모두가 촉탁의 제도 문제점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서 논의된 사안은 ▲진찰·방문비용 청구 간소화 ▲방문비·진찰비 인상 ▲촉탁의에 가정간호사 지도권 부여 및 간단한 검사 허용 ▲면담 수가 책정 ▲일일 청구 가능 인원 수 상향 ▲요양원 내에서 촉탁의에 의한 처치 가능 여부 ▲촉탁의 유무에 따른 공단 요양원 평가 배점 상향 및 페널티 부과 등이다.

촉탁의위원회는 노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제한들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가장 시급한 문제로는 청구 절차를 꼽았으며 요양원에 간단한 처치·검사를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촉탁의위원회 예현수 위원장은 현재 노인복지와 관련 의료계 인사들이 커뮤니티케어에만 매진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초고령사회로 폭증하는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선 의료소비자를 한 곳에 모을 필요가 있는데, 커뮤니티케어는 오히려 치매환자를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낸다는 이유에서다.

시행 초기엔 의료계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높은 수가를 책정하겠지만, 방문치료로 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올 것이고 이때 대규모 삭감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로 인해 참여 의사가 줄어들면 오히려 치매환자가 가정에서 방치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예 위원장은 "과밀화되더라도 요양원제도가 더 낫다고 본다. 이상적인 모델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통해 경증환자는 요양원, 중증은 요양병원이 수용하도록 하는 방식이지만 워낙 많은 재원이 필요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며 "우선은 촉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면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요양원 입소자들이 좀 더 나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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