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입원실 운영하는 병원들…상종, 중증도 올리기 전략?

발행날짜: 2022-09-13 05:15:00
  • 일부 상급종합병원들 정맥주사 항암치료 입원으로 진행
    환자 편의는 기본…5기 상종 지정 앞두고 중증도 염두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비교적 장시간 치료가 필요한 항암주사, 방사선치료를 위해 별도의 '입원실'을 마련, 운영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병원들의 환자 경험 서비스 확대 일환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내년에 있을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중증도' 향상 및 관리라는 점도 자리 잡고 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항암제 주사치료, 방사선 치료를 위해 별도의 입원실을 마련해 입원 치료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모든 정맥주사 항암치료는 입원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암병원 입구에 '입원 항암주사치료'를 시행한다는 배너를 내걸었다. 전용 병실을 마련해 모든 정맥주사 항암치료는 입원으로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환자의 안전하고 편안한 항암주사치료를 한다는 게 주된 이유다.

강릉아산병원도 환자가 원할 경우 항암주사 및 방사선치료를 외래가 아닌 입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역마다 교통 환경이 원활하지 않고, 대형병원도 드문 강원도 지역 특색을 반영한 결정이다.

통상 주사실을 마련해놓고 외래 베이스로 장시간이더라도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시스템이다.

이대여성암병원 고위 관계자는 "같은 암 환자라도 주사치료 환자는 수술하기 위해 입원하는 환자 보다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잘 헤아려 정신적으로도 지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항암주사 치료 전용 입원실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항암주사 치료를 받는 환자의 편의성 때문에 선택한 정책이라는 것. 하지만 이면에는 내년에 있을 제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충족을 위한 전략도 무시하지 않을 수 없다.

상급종병 지정 기준에서 환자 중증도는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 중 하나다.

상급종병 지정 기준에서 환자 중증도는 '상급' 타이틀을 다는데 가장 결정적인 평가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상급종병 지정기준에 따르면 전문 및 단순진료 질병군 입원 환자 비율 평가대상 시점은 올해 6월부터 내년 6월까지 약 13개월치다. 전문진료 질병군 환자 비율은 34% 이상이어야 한다.

입원환자 비율에는 '낮병동'이 포함된 입원료가 청구된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환자가 포함된다. 이 말은 곧 치료받는 시간이 최소 6시간을 넘으면 낮병동 입원으로 인정한다는 말이다.

서울 한 대학병원 기조실장은 "중증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단기 항암 병상을 운영하는 게 가장 좋다"라며 "최소 6시간을 기준으로 한 병상에 두 턴씩해서 항암 환자들을 배치하면 중증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상급종병 평가 기준이 최소 6시간은 환자가 입원 형태로 체류하도록 하고 있으니 결국 정부가 항암치료 환자를 입원시키라고 등 떠밀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한 상급종합병원 암병원장도 "사실 평가가 진료 패턴을 바꾸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라며 "항암주사 치료는 외래에서 단기로 하도록 하는 게 전 세계적인 추세다. 2~3일 동안 추적 관절을 해야 하거나, 10시간 넘도록 투여가 필요하다거나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만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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