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재평가 도마 오른 간장약…전문약 시장 위기론

발행날짜: 2022-03-02 05:30:00
  • 레가론 이어 올해 고덱스와 명문 씨앤유 재평가 돌입
    내과계 전문의들 일반약‧건기식 시장으로 재편 예상

간 질환 치료와 기능 개선을 위해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간장약' 전문약 품목들이 위기에 놓였다.

보건당국이 주요 간장약 품목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달아 급여 적정성 평가 테이블에 올려놨기 때문. 이로 인해 내과계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 부광약품 레가론, 셀트리온제약 고덱스, 명문제약 씨앤유 제품사진이다. 이들 품목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정부의 급여와 임상재평가 대상에 연이어 오르고 있다.

2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약제 급여 적정성평가 향후 계획'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올해 재평가 대상 항목은 ▲간장질환용제 '오로트산카르니틴 등(셀트리온제약 고덱스)' ▲근이완제 '에페리손염산염' ▲위장약 '알긴산나트륨' ▲진경제 '티로프라미드염산염' ▲제산제 '알마게이트' ▲소염효소제 '스트렙토키나제' 등이다. 이들 6개 성분으로 전체 급여처방 규모는 3년 평균 약 2300억원 규모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셀트리온제약의 고덱스가 단연 눈에 띈다.

복지부가 재평가를 예고한 '아데닌염산염·리보플라빈·비페닐디메틸디카르복실레이트·시아노코발라민·피리독신염산염·항독성간장엑스·오로트산카르니틴' 성분의 급여 의약품은 셀트리온제약의 고덱스가 유일하므로, 사실상 해당 품목만을 살펴보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더구나 다른 약제와는 다르게 고덱스는 '오래된 성분'이 아닌 '2021년 재평가 과정에서 평가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이유에서 재평가가 진행된다는 것도 특이점이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진행된 급여 재평가 과정에는 간염, 간 경변, 독성 간질환 등에 처방됐던 실리마린(밀크씨슬 추출물) 성분이 포함돼 '급여 제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복지부가 밝힌 것처럼 지난해 실리마린 성분의 급여 재평가 논의과정에서 간장약 처방 시장에서 선두에 서 있는 고덱스도 필요성이 제기됐다는 추론이 가능한 부분이다.

다만, 실리마린 성분의 대표품목으로 여겨지는 '레가론'을 보유한 부광약품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급여 재평가 최종 결론은 '현재 진행형'이다.

자료 출처 : 보건복지부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서는 병‧의원에서 처방이 많은 주요 간장약들이 대거 재평가에 휘말렸다는 점에 주목하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다른 간장약의 블럭버스터 품목인 씨앤유캡슐(케노데옥시콜산-우르소데옥시콜산삼수화물마그네슘염) 역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재평가'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제약사인 명문제약은 효능‧효과 임상시험 진행 기로에 놓여있다.

사실상 병‧의원 간장약 상위 처방액을 기록한 대부분의 약물이 정부의 급여‧임상 재평가에 놓여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 안 할 수 없다"며 "사실상 간장약으로 분류되는 성분들이 대부분 정부의 재평가에 포함되면서 사실상 처방 시장에서 퇴출당할 우려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간장약 시장 일반약‧건기식 시장 재편 가속화"

의료계 내에서도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간장약'의 정부 재평가 기조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의 재평가 기조가 글로벌 제약사의 고가 항암제 등의 급여 전환 속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 차원의 일환으로 이해하지만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끼쳐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자료출처 :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

익명을 요구한 서울 A상급종합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제약사 편을 드는 것일 수 있겠지만 간장약 시장에서 고덱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며 "오래된 약물이지만 간 수치를 떨어뜨리는 데 효과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약물이라는 것은 처방 시장에서 증명 받은 약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간장약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환자들을 위한 올바른 선택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정부의 재평가 기조로 인해 향후 간장약의 비급여 전환에 따른 일반약과 건기식 시장 팽창을 예상하는 평가도 나온다.

반사적으로 의약품이나 건기식 등의 여러 종류의 약물을 복용하거나 주사 또는 흡입함으로써 발생하는 '독성간염'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예상마저 제기된다.

대한간학회 보험위원이기도 한 강남세브란스 이현웅 교수(소화기내과)는 "비급여가 된다고 해도 환자들은 불안 심리로 인해 관련 일반약이나 건기식 시장을 찾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독성 간염 문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약을 함부로 복용함에 따른 문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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