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한 협진 데이터 왜곡됐다" 폭로…시범사업 연장 제동

발행날짜: 2021-12-14 16:45:57
  • 시범사업 참여 연구자 "연구 참여 후회…연구진 명단서 빼 달라"
    의·한 협진 한방병원 이익만 창출…잘못된 데이터로 연구결과 왜곡

4차 의·한 협진 시범사업 당위성의 근거로 제시된 사업평가 연구보고서에 잘못된 데이터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해당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의 입에서 나왔다.

14일 대한의사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12월 종료예정이던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이 지난달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에서 4단계로 연장하기로 결정된 것을 강력 규탄했다.

앞서 건정심에서 의·한 협진 시범사업 타당성의 근거로 활용된 보고서에서 오류가 드러난 만큼 해당 사업은 폐기해야 된다는 것이 대한의사협회 주장의 요지다.

대한의사협회 김상일 정책이사가 의·한 협진 시범사업 보고서 연구자의 폭로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대한의사협회 김상일 정책이사는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평가 연구(2020.11.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구대학교)'에 참여했던 연구자가 보고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자는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연구 참여를 결정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보고서를 제출 전에 철회하지 못한 불찰"이라며 "이 연구 보고서에 동의하지 않으며 공동 연구진에서 이름을 제외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강력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의료계는 물론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가입자 단체에서도 반대하는 시범사업을 연장하는 실절적 배경이 의문스럽다"며 "복지부 한의약정책과와 한의계의 야합에 따른 정치적 결정이 의심될 정도"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김상일 정책이사는 해당 보고서의 오류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이 보고서는 협진을 받은 환자의 평균 치료기간이 짧다는 것을 근거로 시범사업 타당성을 확립하고 있는데 이는 마지막 진료일을 치료의 완료시점을 단정해 결과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김 정책이사는 "해당 의료기관에서의 마지막 진료일은 질병의 치료시점이 아니다"며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단순히 내원 중단하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존재함에도 이를 근거로 평균 치료기간이 짧다고 단정해 터무니없는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례로 상급종합병원을 다니는 뇌경색증 환자 30명이 협진을 받고 단 하루 만에 치료가 완료됐다는 내용을 들었다.

병원에서 비협진으로 치료하면 63일이 걸리는 질환이 협진 시 1일 만에 치료되는 것은 왜곡된 데이터임이 분명한데, 이를 배제하기는 커녕 오히려 시범사업 당위성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한 협진 시범사업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치료기간은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데이터가 아님에도 성과분석 결과에 이를 활용한 것도 문제 삼았다. 실제 해당 보고서엔 치료기간이 유의미하게 줄어든 것을 근거로 19개 질환 중 18개에서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일 정책이사는 "성과분석을 한 19개의 질환 중 치료기간이 유의미하게 줄어든 것은 S33(인대 탈구·염좌·긴장), I63(뇌경색증) 등 단 2개"라며 "나머지 17개의 질환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건정심에 18개 질환에서 성과가 보인다는 허위의 사실을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이사는 "협진의 긍정적인 효과는 앞선 3차례의 시범사업에서도 밝혀지지 않았고 관련 분석이나 연구도 전무했다"며 "지속할 근거가 없는 사업을 이어가려고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당초 의과·한의과 협진 활성화였던 시범사업 목적이 한방병원의 이익 창출로 변질된 상황을 우려했다.

3단계 시범사업 협진 의뢰 방향을 보면 한방과가 의과에 협진을 의뢰하는 비중이 98.33%였다. 반면 의과에서 한방과의 의뢰하는 경우는 1.67%에 불과했다. 또 시범사업에 참여한 79개 의료기관 중 한방병원은 51개였다.

이 사업에 참여한 한방병원은 자체적으로 의사를 고용해 한의사에게 먼저 진료를 맡기고, 이후 의사 진료를 유도해 후행급여비와 협의진료료를 동시에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상근부회장은 "이 사업은 후행행위 급여 및 협진수가 추가를 통해 결국 한방병원의 수입으로 귀결된다"며 "수많은 곳에 건강보혐료 투입이 절실한 상황에서 왜 입증되지 않은 시범사업에 급여 적용과 추가 수가를 만들어 지급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교웅 위원장은 "의·한 협진 시범사업은 1단계에서 5억, 2단계에서 22억, 3단계에서 53억이라는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다"며 "이 돈은 시범사업이라는 탈을 쓰고 한방병원의 수익을 위해 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의사협회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왜곡된 자료를 생성하고, 이를 근거로 잘못된 국가 정책을 추진해 혈세를 낭비하게 한 정부 관련자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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