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주4일제 참여 간호사들 "업무 집중도 오히려 상승"

발행날짜: 2025-08-12 11:58:50
  • 시범사업 참여자들 가정과 일 균형 만족도 상승…업무 능률 올랐다
    연세의료원 권영식 인사국장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고민 필요"

"40개월 된 쌍둥이 키우는 워킹맘으로 췌담도 외과병동에서 3교대로 근무하며 번아웃을 경험했다. 심할 땐 일주일 내 4명이 퇴사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주5일제 근무 당시에는 두 아이 어린이집 행사는 남편과 시부모님의 몫이었지만 4주일제 근무로 전환한 이후 육아와 일이 균형이 잡혔다. 또한 직장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고 책임감이 커졌다."(세브란스병원 191병동 고경민 간호사)

"5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간호사로 경기도 양주에서 편도 1시간 30분 출퇴근을 감수하며 3교대 근무를 해왔다. 한번은 당직 후 아이 어린이집 픽업가는 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하면서 심각하게 사직을 고민하던 찰나 주4일제 참여하면서 삶이 바뀌었다. 가정 속에서도 만족도가 높아졌지만 근무 중에서도 환자, 보호자도 한번 더 챙기게 됐다. 또 병동 내 간호사들간 분위기도 부드러워졌다." (강남세브란스병원 52병동 서동임 간호사)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간호사 2명이 국회토론회에서 자신이 경험한 변화를 발표했다.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시도한 주4일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12일 국회의원회과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자신이 일과 가정 속에서의 변화를 공유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23년 신촌 3개 병동, 강남 2개 병동 총 25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2024년, 2025년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이날 토론회는 국내 처음으로 주4일제 시범사업 운영 2주년을 맞은 세브란스병원 노조가 주최한 행사로 실제로 사업에 참여한 간호사들의 달라진 변화가 눈길을 끌었다.

공통된 변화는 해당 간호사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이 잡히면서 병원에서 본연의 업무에 집중도가 상승하고 만족감도 커졌다는 점이다.

병원계에서 3교대 간호사들의 높은 사직율은 고질적인 문제.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한 간호사들도 주4일제 시범사업 참여 이전에는 자신의 건강과 번아웃 등으로 사직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주4일제 근무를 통해 3교대를 유지하면서도 일과 가정의 변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본인 이외 가족들의 만족도 또한 함께 상승했다는 점이 공통된 변화였다.

세브란스병원 노조는12일 주4일제 운영 2주년을 기념해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일하는 시민연구소 김종진 소장은 "한국 대학병원의 3교대 간호사들의 근무패턴을 고려할 때 주4일제를 도입해야 OECD평균 근무시간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현재 근무시간이 워낙 길다보니 주4일제로 줄여야 OECD 근무시간 평균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동덕여자대학교 권혜원 경영학과 교수는 "시범사업에 참여한 간호사들과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개인과 조직 모두에 긍정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실험 병동 내 주4일제 효과가 매우 긍정적이어서 제도 만족도와 이용 욕구가 강하고 제도의 지속성과 확장성에 대한 기대 또한 모두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참여한 연세의료원 권영식 인사국장은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권 인사국장은 "주4일제 시범사업은 현재 교섭중으로 심도깊게 논의 중"이라며 "만족도가 매우 높지만 병원 입장에선 경영적 측면에서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수익적으로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 3년간 인건비만 12억원이 소요됐고, 여기에 복지 관련 비용도 추가된다"며 "주4일제와 교대제 시범사업을 융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병원 경영적 측면에서 안정화하려면 수가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노조 차원에서 만족도에 대한 연구도 좋지만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연구도 진행해달라"며 "비용 측면에서 도움이 될 만한 부분도 찾아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박혜린 과장, 고용노동부 한진선 과장 모두 주4일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보건복지부 박혜린 과장(간호정책과)은 "보건의료영역은 365일 가동을 멈추면 안되는 영역으로 만약 근로시간을 줄이려면 인력 확충이 고려돼야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이후 면허자 양성까지 검토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세브란스병원은 대형병원이라는 점에서 만약 해당 사업을 확대할 경우 연쇄적으로 인력 이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간호인력 수급 등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한진선 과장(임금근로시간과) 또한 "세브란스병원의 주4일제 시범사업은 긍정적이지만 지방 의료기관일수록 근무시간 단축이 체감이 될 것인지 고민이 된다"면서 "노사 양측의 공감대가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 교육부,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도 머리를 맞대로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다양한 부처와 함께 고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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