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이해한다고? 택도 없다"(139편)

백진기 한독 대표
발행날짜: 2025-05-12 05:00:00
  • 백진기 한독 대표

대학에서 성악을 가르치고 있는 대자(카톨릭)가 있다.

정기건강검진하다가 암이 발견됐다

가까운 병원에 입원했다가 예후가 심상치 않아 큰 병원으로 옮겼다.

그후에 일은 모두가 잘 아는 과정이다.

비상이고 또 비상이었다.

지푸라기를 집는 심정으로 내게도 "그 병원에 아시는 분 없으시나요?"

검사실,수술실을 오갔다. 다행이 몇개월 후 나아져 우리집에 들렸다.

담담하게 말하는 대자의 말속에는 처음에는 "왜 하필 내가?"가 였고 지금은 "평상심"을 찾았다고 했다.

듣는 나도 놀랄 정도로 침착하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담담해 보였다

나 같으면 대자처럼 저렇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택도 없다.

그 와중에 대자와 같은 직장을 다니는 친한 후배 최교수의 전화를 받았다

그도 건강검진을 하다가 암이 발견됐는데 4기같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형님 어떻게 하면 좋을 까요?"

전화속 음성으로는 그저 담담하게 남의 얘기하듯 들렸다.

"당장 만나자"

만나자마자 "오진일 수 있으니 큰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해보는 것이 낫겠다"

내가 해줄수 있는 것은 이 말뿐이었다.

그는 바로 큰병원에가서 며칠에 걸친 검사후 내게 전화를 했다.

"형님 암이 아니랍니다. 암으로 보일 수 있어서 간혹 그런 의사소견이 나올 수 있다고 하네요"

전화속 그의 목소리의 힘이 내게 그대로 전달됐다.

사람을 그렇게 죽였다가 살릴수 있나? 다행이다.

간단한 시술을 마치고 만났다.

평소 그 답게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얘기를 담담하게 말했다.

나 같으면 최교수처럼 저렇게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택도 없다.

몇 달후 두분이 안정을 찾았다.

만날 때 마다 염화시중의 미소를 주고 받았다.

“어때요?”란 내 질문에 “좋아요”란 답이다.

난 그래서 ‘암에 걸려도 요즈음 의학이 발달해서 다들 저렇게 담담하게 대처하고 사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대자가 지난 설 때 인사를 와서 “최교수님을 한창 힘들 때 만나 둘이 얼마나 대성통곡을 하고 울었는지 몰라요. 무섭고 두렵고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이 복받치는데 참지를 못하겠더라구요. 몇시간을 둘이 서로 부여잡고 울었는지 몰라요.”

이 얘기를 듣고 두분이 내게 “암이에요” “수술하면 된데요” “ 큰병원의 의사들은 달라요” “걱정마세요”라고 얘기한 것은 걱정하는 나나 주위분들을 오히려 위로하는 환자의 가짜변이었지 진실된 표현은 아니었구나하고 깨닫게 되었다.

참 아둔하다. 나는 감정지능이 아주 낮은 인간이다.

더 한심한 것은 그분들이 담담히 이야기 할때 속으로는 1) 부정하고(Denial) 2) 분노하고(Anger) 3)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타협(Bargaining)을 하고 4) 우울 (Depression)해지고 5) 결국에 가서는 수용(Acceptance)하게 된다는 분노의 5단계(five stages of grief)나 생각하고 있으니..참나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거론한 죽음과 관련된 임종 연구(near-death studies))

언젠가 강의에서 들은 김명현 교수의 말이 백번 맞다.

“슬픈적이 있어야 슬픈지 안다 다른 사람의 슬픔도 내가 경험한 슬픔으로 가늠하여 인식한다”

그분들이 부등켜 안고 그렇게 한동안 운 것이 동병상련 同病相憐이었던 것이다.

내가 어찌 그분들의 아픔의 크기, 두려움의 크기 등을 안다고 위로할 수 있을까?

조문을 가서 적당한 위로의 말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기껏해야 내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 심정이 이러 이러 했다는 것으로 상주의 심정을 가늠할 뿐이다.

병문안 가서 적당한 위로의 말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아들이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했을 때를 생각하면서 그 심정의 크기로 그 환자와 가족들의 심정을 이해할 뿐이다.

내 모토가 역지사지 易地思之인데 참으로 민망하고, 아직 멀었고, 어렵다.

어려우니까 노력하는 것이다.

남을 이해했다? 그것은 내가 비슷한 상황에서 겪은 ‘그만큼’만 이해한 것이니 함부로 “나 니 마음 다알아”란 하지 말고 살아야지 결심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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