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이충근 교수, 표적치료제 등 새 옵션 강조
빠른 검사 통한 치료 방향성 설정 필요…비용 부담 한계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선택지에 한계가 있던 담도암 치료제 시장에 표적치료제 등이 도입되며 '맞춤형 정밀의료'의 막이 열렸지만, 여전히 환자들의 부담이 커 실제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맞춤형 치료의 출발점이 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의 높은 비용 장벽으로 인해 여전히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본인부담률 완화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진단 초기부터 NGS 검사를 통해 치료의 방향성을 설계하고 접근성을 강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충근 교수를 만나 현 담도암 치료환경의 변화와 향후 방향성 등을 들어봤다.

담도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종 중 하나로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 시점에 이미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으며, 담도염이나 폐쇄성 황달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어 치료 과정이 복잡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췌장암과 유사하게 건강검진에서 발견되기 어렵고, 수술이 불가능한 단계에서 진단되는 비율이 높은 것도 예후가 좋지 않은 원인으로 꼽히며, 치료 선택지가 제한적이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담도암은 서구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드문 암종이고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즉 글로벌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이 주로 서구권 암종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시아인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담도암 분야의 치료제 개발도 상대적으로 늦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
■ 담도암 치료 환경 변화…면역항암제·표적치료제 등장
이충근 교수는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진행성 담도암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치료 옵션은 세포독성 항암화학요법이 사실상 유일했으나 이후 면역항암제가 1차 치료에 도입되면서 치료 환경에 변화가 생겼다"며 "평균 생존기간 연장 폭 자체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2~4년 이상 장기간 질환이 조절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장기 생존율 개선이 확인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FGFR2 융합, IDH1 돌연변이, HER2 과발현과 같은 분자 이상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환자별 맞춤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더라도 실제 치료 선택으로 연결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았지만 현재는 페마자이레처럼 유전자 변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도 있다"며 "이와 더불어 임상시험이 증가하면서, 유전자 검사가 치료 전략 수립 과정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만큼 변화하는 치료 환경 속에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의 필요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담도암은 해부학적 특성상 충분한 조직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한 번에 다양한 검사를 할 수 있는 NGS 검사의 장점이 크다.
특히 핵심 바이오마커인 FGFR2 융합이나 IDH1 돌연변이는 단일 유전자 검사로 탐지가 불가능하며, 오직 NGS를 통해서만 정확한 확인이 가능하다.
현재 간내담관암 기준 IDH1 돌연변이는 약 15%, FGFR2 융합은 약 5% 수준에서 확인된다. 비중 자체는 높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표적을 가진 환자가 표적치료제 없이 일반 세포독성 항암제만으로 치료받을 경우 변이가 없는 환자보다 예후가 더 불량한 특성을 보인다.
반면 적절한 표적치료제를 적시에 투여할 경우 예후가 유의하게 개선되는 만큼, 적은 비율이라도 바이오마커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 NGS 사실상 필수 검사…치료 방향 설정에 중요
아울러 유전자 검사를 통해 향후 치료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임상적으로 큰 가치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이충근 교수는 "해당 검사를 통해 표적치료제 선택뿐 아니라 면역항암제 치료 결정에 참고되는 바이오마커 평가에도 활용된다"며 "최근들어 새로이 신약이 개발되고 있는 KRAS 등 다양한 유전자 변이도 폭넓게 탐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반항암제를 사용하더라도, NGS 결과는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 예후, 향후 치료 전략 및 임상시험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며 "NGS 검사는 치료 결정에 필요한 다수의 유전적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부 환자에서는 암세포의 후천적 돌연변이뿐 아니라 선천적으로 보유한 생식세포계열(germline) 유전자 이상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암 발생 위험 평가나 유전상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암은 유전적 이질성을 가진 질환으로 환자마다 보유한 유전자 변이가 다르고, 동일 환자에서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새로운 변이가 생길 수 있다"며 "이러한 경우, 일부 필요한 환자들에 한하여 새롭게 조직검사를 해 추가 NGS 검사를 할 경우, 또다른 적합한 치료 표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세브란스병원에서도 이에 적극적으로 NGS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는 방안 역시 고심 중이다.
이 교수는 "저희 기관에서는 NGS 결과를 해석하고 적절한 치료 전략을 제안하기 위한 개인맞춤신약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며 "병리과, 유전체 전문가, 종양내과 전문의 등이 함께 참여하는 정밀의료 다학제 진료 형태로 운영되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유전자 검사 결과 해석, 적합한 치료제 탐색, 임상시험 매칭 등 치료 시작 앞단에서부터 개인에 맞춘 최적화된 치료방법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다학제 진료는 기존의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중심의 의사결정뿐만 아니라 NGS 검사, 바이오마커에 대한 여러 전문가 분석, 이를 통한 적합한 개인 맞춤 치료의 탐색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러한 접근 역시 NGS 검사를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만큼 현재 담도암에서는 NGS 검사가 사실상 필수 검사라고 보고 있다. 또 NGS 검사의 경우 결과를 확인할 때까지 길게는 4주에서 6주를 기다려야 하는 만큼 빠른 검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충근 교수는 "특히 간내담관암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담도암 특성상, 수술이 가능한 담도암 환자라도 재발 위험이 높은 만큼 가능한 한 진단 초기에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며 "진단 초기에 미리 검사 결과를 확보해두면 향후 치료 선택이나 임상시험 참여 여부를 보다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최근에는 담도암 분야에서의 임상시험이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정밀의료 기반 연구가 증가하고 있어, NGS 결과가 환자가 참여할 수 있는 임상시험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충근 교수는 "국내에서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 등을 중심으로 병원 간 임상시험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유전자 변이에 따라 적절한 연구 참여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표적치료제를 면역항암제와 항암화학요법에 추가해 1차 치료부터 적용하는 글로벌 임상시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향후 표적치료제의 적용 시점이 더욱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 초기 유전자 검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비용 부담이 장벽…치료 기회 확대 넘어 의료비 절감 가능
다만 이같은 중요성에도 실제 치료에서의 활용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이는 비용이라는 장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충근 교수는 "현재 NGS 검사 본인부담금은 환자에 따라 약 120만~160만원 수준으로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며 "과거 NGS 검사의 환자 본인부담률은 50% 정도였지만 2023년 이후 담도암의 NGS 검사 환자 본인부담률이 80%로 높아져 검사를 권유하는 과정이 예전보다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담도암은 2차 치료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제한적이고 비급여 치료도 많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큰 암종으로 NGS 비용이 환자 입장에서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며 "검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NGS를 시행하지 못할 경우, 결과적으로 환자가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상대적으로 검사 수용도가 높지만, 임상시험 접근성이 떨어지는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NGS 검사를 적극적으로 권고하기 쉽지 않은 현실도 있다"며 "그럼에도 담도암은 실제 치료와 직접 연결되는 표적치료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의료기관 규모와 관계없이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의료기관에서 일반적인 표준치료를 먼저 시작한 뒤 2차 의견을 얻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 중에는 NGS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검사 결과를 새롭게 확보하는 데 다시 4~6주 정도가 소요될 수 있어 치료 전략 수립이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적극적인 치료는 물론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충근 교수는 "NGS 검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단순히 검사비 지원의 의미를 넘어, 환자가 보다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초기 검사 비용 때문에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치게 되면 오히려 질병 진행에 따른 추가 의료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담도암은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NGS 검사가 강하게 권고되는 대표적인 암종 가운데 하나로, ESMO(유럽종양학회)에서도 담도암은 NGS 검사가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대표 4가지 암종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며 "특히 FGFR2 융합, IDH1 돌연변이 등 치료와 직접 연결되는 바이오마커 확인이 매우 중요한 간내담관암에서는 사실상 필수 검사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결국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때문에 검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NGS 검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검사 문턱을 낮추는 것은 단순히 검사 비용 지원의 의미를 넘어 환자가 적절한 치료와 임상시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더 나아가 삶을 연장시킬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