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제품 옴니팟 5 비롯 과거 제품까지 700만개 회수
캐뉼라 손상 문제 지속…메드트로닉 등 반사이익 기대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시장을 주도하며 당뇨병 의료기기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인슐렛이 또 다시 대규모 리콜 사태를 맞으며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올해 초 이미 심각한 리콜이 있던 상황에서 다시 유사 문제가 반복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것. 이로 인해 경쟁 기업인 메드트로닉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27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인슐렛(Insulet)이 제조 이상 문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지적을 받으면서 대규모 리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리콜에는 현재 주력 제품인 옴니팟 5(Omnipod 5)뿐 아니라 이전 세대인 옴니팟 대시(Omnipod Dash), 옴니팟 에로스(Omnipod Eros)까지 포함되면서 규모도 상당하다.
현재 FDA와 인슐렛에 따르면 이번 리콜 대상이 약 700만개 팟(Pod)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인슐렛에서 또 다시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지면서 의료산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 제조 문제 이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튜브 없는 패치형 펌프를 앞에서 자동 인슐린 전달(AID)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온 인슐렛의 핵심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미 올해 초 한 차례 심각한 리콜이 있었던 상황에서 다시 유사 문제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시장에 주는 충격파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일단 이번 리콜 원인은 팟 내부 캐뉼라(cannula) 손상이다.
인슐렛과 FDA에 따르면 일부 제품에서 피부 바로 위쪽 튜브 부위에 작은 찢어짐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 경우 인슐린이 체내로 정상 주입되지 않고 외부로 누출될 수 있다.
문제는 환자가 이를 즉시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민한 사용자는 피부의 젖은 느낌이나 인슐린 냄새를 통해 이상을 감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이유다.
결국 전달돼야 할 인슐린이 새어나오면서 인슐린 저전달(under-delivery)이 발생하면 고혈당 상태가 이어지면서 심한 경우 당뇨병성 케톤산증(DKA)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
특히 인슐린펌프는 제1형 당뇨병 환자에게 사실상 생명 유지 장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단순 기기 오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 FDA는 올해 3월 진행된 이전 옴니팟 5 리콜을 가장 심각한 등급(Class I Recall)으로 분류하고 있다. 당시에는 476건의 의료기기 이상사례(MDR)와 29건의 중증 사례가 보고됐다.
이렇듯 인슐렛에서 지속적으로 리콜 사태가 벌어지면서 인슐린 펌프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글로벌 인슐린펌프 시장은 크게 메드트로닉(Medtronic)과 인슐렛, 탠덤 다이어비티스 케어(Tandem Diabetes Care) 등이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메드트로닉은 폐루프(closed-loop) 자동 인슐린 전달 시스템과 병원 네트워크 강점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센서 정확도와 알고리즘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탠덤은 t:slim X2와 Mobi 플랫폼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사용자 경험 강화 전략을 밀고 있다. 특히 덱스콤과의 연결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번 사안이 연속혈당측정기(CGM) 시장과도 연결된다는 점이다. 최근 당뇨병 시장은 단순 펌프 경쟁이 아니라 연속혈당측정기와 자동 인슐린 전달 시스템, 나아가 어플리케이션과 인공지능이 결합한 플랫폼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인슐렛 역시 덱스콤 G6, G7과의 연동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워 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최근 덱스콤 역시 일부 G7 센서 관련 문제와 회수 이슈가 불거진 상태다.
결국 당뇨병 의료기기의 경쟁 포인트가 과거 혁신적 시스템에서 안전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경쟁 구도속에서도 메드트로닉의 반사이익을 점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메드트로닉은 이 시장에서 인슐렛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튜브형 펌프 구조를 유지했고 혁신 속도 면에서도 인슐렛이나 탠덤 다이어비티스 케어(Tandem Diabetes Care)보다 다소 느리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하지만 반대로 메드트로닉은 오랜 기간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축적해 왔고 병원 네트워크와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강점을 유지해 왔다.
특히 최근 출시된 미니메드(MiniMed) 780G 시스템은 자동 보정 알고리즘과 저혈당 방지 기능 개선을 통해 임상적 신뢰성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메드트로닉은 최근 자체 센서 심플레라 싱크(Simplera Sync)를 앞세워 완전 통합형 폐루프(closed-loop)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혁신 속도에서는 다소 밀렸다면 안정성과 통합 플랫폼면에서는 점수를 따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인슐렛 리콜이 메드트로닉에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뇨병 의료기기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생명 유지 장치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더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인 A사 임원은 "지금 의료기기 시장은 혁신성과 안전성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구도"라며 "이러한 리콜 사태가 벌어지면 무게추가 안전성으로 기울어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