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작고 오래가는 기기로 승부수…애보트 독주 견제 나서
행동주의 펀드 엘리어트도 가세…경영 혁신 전략도 시동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로 꼽히는 연속혈당측정기(CGM) 분야에서 만년 2위에 머무르고 있는 덱스콤이 차세대 기기를 통해 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현재 주력 제품인 G7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제품 G8 출시를 통해 본격적인 반격을 노리고 있는 것. 특히 여기에 조직 개편과 투자자 지원까지 이끌어내면서 2위 기업 이미지를 벗기 위한 총력전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덱스콤은 투자설명회를 열고 차세대 연속혈당 측정기 G8 모델을 공개했다.
G8은 현재 주력 제품인 G7 대비 50%나 크기를 줄였으며 정확도와 연결성, 디자인, 센싱 기능 등을 전반적으로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덱스콤은 이 변화를 완전한 세대 전환으로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 G8의 가장 큰 핵심은 초소형화와 사용기한이다. 덱스콤은 이미 G7에서도 소형화된 센서를 마케팅 포인트로 구현해 왔다. G8은 여기서 다시 절반 수준까지 크기를 줄인 셈이다.
덱스콤의 CEO 제이크 리치(Jake Leach)가 '존재감 자체를 없앤 CGM'이라고 표현한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G8은 더 작은 부착 면적과 개선된 설계를 적용했고 향상된 센싱 구조를 통해 정확도와 연결성을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발됐다.
그만큼 정확도에 대해서도 덱스콤은 적응형(Adaptive Accuracy) 개념을 언급하며 대대적 개선을 예고했다. 단순히 고정 알고리즘이 아니라 사용자 상태와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도를 동적으로 보정하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사용 기간이다. 덱스콤은 G8을 15일 연속 착용 형태로 개선했다. 이는 애보트 리브레 시리즈와의 정면 경쟁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애보트는 긴 사용 기간과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 왔다. 덱스콤은 상대적으로 정확도와 프리미엄 사용자 경험을 앞세웠지만 센서 지속 기간 경쟁에서는 다소 불리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카드를 내세운 셈이다.
덱스콤이 급하게 G8이라는 차세대 기기 카드를 꺼낸 배경도 여기에 있다. G7을 둘러싼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다.
덱스콤은 G7을 통해 더 작은 일체형 센서를 구현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정확도와 연결 안정성, 센서 수명 문제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사용 후기에 블루투스 연결 문제와 보정 착오, 조기 센서 종료에 대한 불만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상황. 결국 주력 제품인 G7을 빠르게 정리하고 다시 시장 리더쉽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제품을 내놓은 셈이다.
그만큼 G8을 서둘러 꺼낸 이유에는 CGM 시장의 과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G7으로 밀어붙이기에는 시장 자체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CGM은 제1형 당뇨병 중심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2형 당뇨병은 물론 비인슐린 환자를 넘어 비만 관리와 대사 관리, 나아가 웰니스 시장으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 CMS(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의 보험 확대 가능성도 중요한 변수다. 만약 비인슐린 2형 당뇨병 환자까지 보험 적용이 확대되면 수천만명 규모의 신규 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CGM 시장은 단순히 당뇨병 관리 기기의 경쟁이 아니라 사실상 헬스케어와 웰니스를 포괄하는 플랫폼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시장에서 그동안 덱스콤은 애보트와 다른 길을 걸어왔다.애보트가 가격과 대중화를 앞세웠다면, 덱스콤은 정확도와 인슐린펌프 연동, 고급 사용자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다.
실제 덱스콤은 자동 인슐린 전달(AID) 시스템 연동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인슐렛 등과의 생태계 연결이 대표적이다. 즉, 기기 판매보다는 당뇨병 관리 솔루션을 지향해 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들어 시장은 변하고 있다. 애보트가 가격 경쟁력과 글로벌 유통망을 앞세워 출하량 기준 우위를 강화했고, 웨어러블·웰니스 시장까지 빠르게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덱스콤도 전략을 넓히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내놓은 전략 무기인 G8은 멀티 애널라이트(multi-analyte) 센싱과 케톤·칼륨 측정 등이 함께 포함됐다.
결국 덱스콤도 당뇨병 관리 솔루션을 다양한 생체 데이터를 측정하는 바이오센싱 플랫폼 기업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번 사안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행동주의 펀드로 대표되는 엘리어트 매니지먼트의 참여다.
행동주의 투자사가 헬스케어 기업에 들어오는 사례는 대개 성장 정체와 운영 비효율, 품질 문제 등으로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덱스콤도 최근 CEO 교체와 품질 이슈, 주가 하락 등을 겪었다. 주가는 지난 1년간 큰 폭으로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엘리어트 매니지먼트는 기회를 본 것으로 보인다. CGM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외부 이슈로 성장이 둔화된 경쟁력 있는 기업을 타깃으로 삼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과연 이사회 개편까지 진행된 엘리어트의 압박이 운영 효율화와 품질 강화로 이어질지도 관심사 중의 하나다.
제이크 리치 CEO는 "우리는 더 이상 소규모의 당뇨병 환자가 아니라 CGM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나아갈 것"이라며 "지금까지 쌓아온 정확도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새롭게 CGM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