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요' FDA 승인 및 직판…노보, 판정승 임상 데이터로 맞불
"나올 때마다 규제할 건가"… 규제 방식은 '전환' 필요성 커져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비만 치료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경구제' 시장을 놓고 글로벌 빅파마들의 기싸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일라이 릴리가 경구용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오르포글리프론)'를 출시하자 이보다 먼저 시장에 위고비정(세마글루타이드)를 앞세워 진입한 노보노디스크가 임상 데이터를 무기로 맞대응에 나선 것.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뜨거운 열기와 달리, 국내에서는 비만 치료제를 두고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이라는 다른 선진국과는 다른 규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경구용으로 옮겨진 글로벌 시장
최근 릴리는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구용 비만 치료제 '파운데요(Foundayo, 오르포글리프론)'을 승인 받음에 따라 곧장 미국 시장부터 출시했다. 제품명에는 비만 치료의 기초(Foundation of obesity)를 다지겠다는 의지와 함께, 하루 한 번(Day) 복용하는 경구 치료제(Oral therapy)라는 핵심 가치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로써 올해 초 미국 시장에 먼저 출시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정(세마글루타이드)'과 함께 본격적인 경구제 경쟁 시대를 열게 됐다.
릴리는 파운데요 출시와 함께 공격적인 약가 정책을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파운데요의 비보험(Cash-pay) 환자 기준 시작가를 월 149달러(약 20만원)로 공표했다. 이는 월 1000달러를 상회하던 기존 주사제 '젭바운드'나 가격과 비교하면 70% 이상 낮은 수치다.

동시에 단순한 가격 인하를 넘어 유통 구조의 변화도 주목할 대목이다. 릴리는 자사 직판 플랫폼인 '릴리다이렉트(LillyDirect)'를 통해 중간 유통 마진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제약사가 환자에게 직접 약을 배송하는 D2C(Direct-to-Consumer) 모델을 강화해 최종 소비자 가격을 낮춘 것이다.
물류 비용의 절감 또한 가격 파괴를 가능케 한 핵심 동력이다. 단백질 제제인 주사제와 달리, 합성 의약품인 파운데요는 상온 보관 및 유통이 가능하다. 냉장 설비가 필수적인 '콜드체인'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대량 생산을 통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뒤질세라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10일부터 12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비만의학협회(Obesity Medicine Association, OMA)에서 위고비정(25mg)과 파운데요(36mg)을 간접 비교(ITC)한 ORION 연구 결과를 전격 공개했다. 파운데요가 FDA 승인과 함께 시장에 본격 진입하자 자사 제품의 우월성을 부각하며 시장 방어에 나선 형국이다.
연구 결과는 위고비정의 '판정승'에 가깝다. 위고비정은 파운데요 대비 평균 3.2%p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으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입증했다.
안전성 면에서도 ITC 결과, 파운데요 치료군은 위고비정 대비 위장관(GI) 이상반응으로 인한 약물 중단 가능성이 무려 1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이상반응으로 인한 중단 가능성 역시 4배가량 높았다.
환자 선호도를 조사한 OPTIC 연구에서도 응답자의 84%가 위고비 정과 유사한 프로파일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파운데요 대비 위고비정의 까다로운 복용법이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응답도 65%에 달해, 내약성과 효과가 복용 편의성보다 우선순위에 있음을 시사했다.
노스웨스턴 파인버그의대 로버트 F. 쿠슈너(Robert F. Kushner) 박사는 "환자들은 비만 치료 결정을 내릴 때 약물 간의 비교 데이터를 자주 요구한다"며 "비만 치료용 위고비정과 파운데요를 직접 비교(head-to-head)한 임상이 없는 상황에서, ORION 연구의 간접 치료 비교는 공유 의사 결정 과정에 쓰일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무한 경쟁' 속 한국은 '규제' 임박
현재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위고비정과 함께 파운데요까지 출시되면서 무한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후속 치료제 개발에 열 올리고 있는 글로벌 빅파마와 한미약품 등 국내 제약사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임상현장은 글로벌 흐름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 신약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실제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방안을 심의했다.

중앙약심 논의가 식약처의 최종 결정의 방향키 역할을 하는 만큼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앙약심 회의에서 주요 비만 치료제가 '오남용 우려가 크다'는 방향으로 논의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로, 글로벌 빅파마들은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규제 정책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외 규제 당국(FDA, EMA 등)의 접근 방향과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 규제 당국의 경우 약물 자체를 오남용 우려 약물로 규정하기보다, 처방 자격을 제한하거나 적정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약물의 가치를 인정하되 '사용자'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약물 자체에 '오남용' 우려 대상으로 지정, 직접 규제를 검토하는 방식이다.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이철진 회장(좋은가정의원)은 "마약류도 아닌데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해버리면 현장의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며 "한국인은 BMI 23~25 구간에서도 혈압이나 당뇨병이 발생하는 민족이다. 단순히 허가 기준(BMI 27·30)을 벗어났다고 해서 무조건 '제재 대상'으로 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과거 BMI 25였던 환자가 노력해서 20까지 뺐더라도, 약물 등 유지 치료가 없으면 다시 27~28로 올라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요를 막기 위한 이러한 '유지 치료'를 단순히 오남용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며 "현재 중국에서도 BMI 24를 기준으로 임상을 진행 중인 만큼, 우리만의 데이터에 기반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제약업계에서는 추가적인 비만 치료제 개발과 허가가 뒤따르는 상황에서 실효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빅파마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사까지도 다양한 방식의 비만 치료제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그렇다면 뒤 이어 도입되는 치료제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지 의문이다. 경구제에 패치형까지 다양할텐데 규제 접근 방식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