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획➀] 제이엘케이 분석...기술력은 뒤에 재무제표는 '빨간불'
FDA·PMDA 기반 미국·일본 시장 진출, '데스밸리' 넘을 구원투수 전망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대한민국 의료 AI 업계의 '퍼스트 무버' 제이엘케이가 창사 이래 가혹한 데스밸리를 지나고 있다.
2019년 국내 의료 AI 기업 중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며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제이엘케이는 현재 '기술력'이라는 훈장 이면에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 뇌졸중과 암이라는 중증 질환 분야에서 독보적인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면서, 시장의 시선이 기술력을 넘어 '수익성'이라는 현실적 문제로 옮겨가고 있는 것.
최근 국내외 의료 AI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다. 루닛, 뷰노 등 후발 주자들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매섭게 추격하는 가운데, 제이엘케이는 뇌졸중과 암이라는 중증 질환에 역량을 집중하며 차별화를 꾀해왔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2020년 이후 지속된 매출 감소와 적자 폭 확대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과연 의료 AI가 실질적인 돈이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을 던지게 했다. 제이엘케이의 사업 구조와 경쟁력, 그리고 재무적 위기 요인을 심층 분석, 미국과 일본 진출이 과연 이 회사의 '흑자 탈출'을 이끌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지 진단했다.
■ 루닛·뷰노와 다른 길…'비급여' 승부수 던졌지만
사업 구조는 선택과 집중이 명확하다.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지만 진단이 까다로운 '뇌'와 '암'에 올인하는 전략이다. 특히 주력 제품인 '메디허브 스트로크(MEDIHUB STROKE)'는 단순한 영상 판독 보조를 넘어선다. CT와 MRI를 아우르며 뇌경색 진단, 대혈관 폐색 검출, 뇌출혈 분석까지 뇌졸중의 전주기를 관리하는 국내 유일의 토털 솔루션이다.

업계에서는 제이엘케이의 기술적 해자를 높게 평가한다. 의료진 간 실시간 정보 공유 플랫폼인 'FASTRO'를 통해 뇌졸중 환자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이미 현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전립선암(JPC-01K)과 유방암 분석 등 암 진단 분야까지 확장된 포트폴리오는 제이엘케이를 종합 의료 AI 기업으로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경쟁사들이 암 검진(루닛)이나 심정지 예측(뷰노)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할 때, 제이엘케이는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무기로 제도권 진입에 속도를 냈다. 2022년 12월, 뇌경색 진단 보조 솔루션 'JLK-DWI'가 보건복지부의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 1호로 지정되면서 비급여 수가 적용이라는 실질적 수익 모델을 확보했다.
하지만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뜻밖의 지점에서 발생하고 있다. 루닛이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매출 볼륨을 키우고 뷰노가 생체신호 분야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닦는 동안, 제이엘케이는 국내 의료 환경의 경직성과 인허가 지연이라는 변수에 발목을 잡혔다. 기술력은 뒤처지지 않으나, 시장 지배력을 수익으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 매출액 대비 판관비 10배…성장통으로 치환될까
2022년 34억원이었던 매출은 2023년 25억원으로 줄어들더니, 2024년에는 14억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의료 AI 산업 전체가 성장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역성장이다.
더 큰 문제는 비용 구조다. 매출이 반토막 나는 사이 판매관리비는 오히려 폭증했다.
2024년 판관비는 142억원으로 전년 대비 47.1% 늘어났다. 매출액보다 판관비가 10배 가까이 많은 '기형적 구조'다. 영업손실 또한 2022년 86억원에서 2024년 127억원으로 확대되며 자금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판관비율 991.5%라는 숫자는 현재 제이엘케이가 처한 재무적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배구조 역시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최대주주인 김원태 대표의 지분율은 18.27%로,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20% 수준에 불과하다. 소유구조가 상대적으로 분산돼 있어 향후 대규모 자금 조달이나 M&A 국면에서 경영권 방어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 조달을 위해 지속적으로 발행된 전환사채(CB)와 자기주식 처분 결정은 경영권 방어는 물론 주주 가치 희석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던진다.

다양한 과제에도 불구하고 제이엘케이의 반전을 기대하는 이유는 압도적인 글로벌 인허가 자산 때문이다. 제이엘케이는 현재 미국 FDA 510(k) 7건, 일본 PMDA 7건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총 76건의 인허가를 확보했다. 이는 국내 의료 AI 기업 중 최다 수준이다.
이런 인허가들이 실질적인 수익으로 변환되지 않는다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이엘케이는 이미 미국과 일본에 해외 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영업망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북미(전 세계 시장의 38.5%)에서 FDA 승인을 받은 뇌졸중 솔루션들이 현지 보험 수가 체계에 안착할 경우, 국내 매출 부진을 한 번에 만회할 수 있는 '슈퍼 사이클'을 맞이할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3분기 실적에서는 희망의 불씨가 보였다. 3분기 누적 매출이 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약 300% 급증했다. 영업손실 역시 소폭 축소되며 적자 탈출을 위한 예열을 마친 상태다.
■ 일본 CMI·마루베니와 동맹…흑자 탈출 분수령
일본 시장 역시 25.4%의 비중을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의 핵심이다. 일본 PMDA 인증을 받은 솔루션들이 현지 대학병원 및 의료기관에 안착한다면 국내 매출 부진을 상쇄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최근 제이엘케이는 일본 5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이토추 그룹의 자회사 '센추리 메디컬(CMI)' 및 마루베니의 헬스케어 자회사 '크레아보(CLAIRVO)'와 잇따라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의료 AI 스타트업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인 병원 영업망 확보를 현지 업계의 큰손들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50년 역사의 CMI는 허혈성 뇌졸중 등 신경계 의료기기 유통에 특화돼 있어, 제이엘케이의 뇌졸중 AI 솔루션과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제이엘케이가 '연구 중심 기업'에서 '매출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는 상징적인 분기점에 들어섰다고 분석한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제이엘케이가 제시한 구체적인 흑자 전환 로드맵이다. 제이엘케이는 올해 일본 내 의료기관 200곳에 솔루션 공급을 1차 목표로 설정했다.
수익 모델은 철저히 실리 위주다. 병원당 연간 약 3,000만 원 수준의 구독료(Subscription) 모델을 적용할 경우, 일본에서만 연간 60억원의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여기에 회사가 제시한 2026년 국내 매출 목표 70억원을 더하면 총 매출은 130억원 규모에 이른다.
제이엘케이의 분기당 영업비용이 30억~40억원(연간 120억~160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국내외 합산 매출 130억원은 손익분기점(BEP)을 통과하는 마법의 숫자가 된다. 2027년까지 계약 병원을 500곳으로 확대해 일본에서만 18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중장기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수년간 이어온 적자 고리를 완전히 끊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제이엘케이가 일본 시장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히 지리적 이점 때문만이 아니다. 일본 의료 시장의 특수성이 제이엘케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일본은 환자 정보의 외부 반출 규제가 엄격해 병원 내부에서 즉시 구동되는 '온프레미스(On-premise)'형 AI 솔루션 수요가 높다"며 "한국에서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통해 학습된 제이엘케이의 AI 모델은 일본인에게도 높은 정확도를 보여, 서구권 경쟁사 대비 도입 장벽이 낮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일본 현지에는 뇌졸중의 전주기를 포괄하는 AI 솔루션 라인업이 부재하다"며 "이미 일본 PMDA로부터 7건의 인허가를 확보했기 때문에 일본 진출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일본 내 유통 채널과 이익 분배에 대한 논의를 마친 만큼, 2026년은 실적 턴어라운드의 원년이 될 수 있다는 것. 일본 시장 진출은 단순한 영토 확장이 아니라, 수익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체질 개선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 의료기관의 AI 도입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구독형 모델의 유지율이 낮아질 경우 흑자 전환 시점은 늦춰질 수 있지만 급증한 판관비를 감당하기 위한 국내 '구독료' 매출 증가가 지원사격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풀이된다.
이어 이달 일본 현지법인 JLK JAPAN을 통해 일본 시장에서 자사 의료 AI 솔루션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획득, 일본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직접 영업 및 계약 체결이 가능한 부분도 일본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