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본법, 소통이 혁신 안전장치

발행날짜: 2026-02-02 05:00:00
  • 의료산업2팀 김승직 기자

AI 기본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의료 AI 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혁신을 가속하겠다는 정부 구호와 달리, 현장은 고영향 AI라는 모호한 단어를 족쇄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업계가 두려워하는 것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예측 불가능성이다. 인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단계에서 고영향이라는 잣대가 어떻게 구체화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기술 개발 의지를 꺾는 요인이 되는 것. 규제가 명확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결국 산업의 후퇴로 이어진다.

일반화의 오류도 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영역에서 통제와 관리는 필수지만, 모든 의료 AI를 하나로 묶어버리는 방식이 적절한진 의문이다.

의료 AI는 단순 병변 검출부터 실질적 처방 권고까지 그 역할이 다양하고, 어느 질환을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 위험도와 영향력이 다르다.

구동 방식에서도 병원 내 서버를 사용하는 온프레미스 방식과 클라우드 기반의 SaaS 방식은 데이터 보안과 관리 체계에서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들 도구가 그저 의료 AI라는 카테고리 안에 있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그 특수성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라는 인식을 준다.

의료 AI가 이미 식품의약안전처 인허가 과정을 거친 후 출시되는 것을 고려하면, AI 기본법이 이중 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정합성 역시 놓쳐선 안 된다. 유럽연합 인공지능법 등 세계적인 규제 흐름보다 엄격한 국내 지침은 우리 기업들에 역차별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 규제 문턱이 세계 시장보다 높다면 어느 기업이 국내에서 먼저 기술을 선보이려 하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이렇다 할 세부 지침까지 나오지 않았으니, 앞으로 AI 기본법에 어떤 독소 조항이 추가될지 걱정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세부 지침 마련 과정에서 기업과 의사, 정부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민관 합동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AI G3를 구호로 내건 상황에서 우리나라 의료 AI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인 것은 고무적인 성과다. 하지만 사후 통보식 행정은 이런 K-의료 AI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현장의 전문성이 결여된 규제는 혁신 동력을 마비시킨다.

소통이 곧 혁신의 안전장치다. AI 기본법 세부 지침은 기업을 옥죄는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혁신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모래장이 돼야 한다. 환자의 안전을 지키면서 기업 역시 혁신을 이끌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정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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