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인사이트]리눙 지 베이징의대 교수, 당뇨병 치료전략 강조
오젬픽 급여 속도 내야...투석 등 합병증 예방이 궁극적으로 이득

당뇨병 치료 트렌드는 혈당 조절 중심의 단일 치료 목표에서 벗어나 혈당 조절과 비만, 심혈관계‧신장 질환까지 다중 치료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 등 주요 글로벌 가이드라인 역시 제2형 당뇨병을 만성적이고 복합적인 질환으로 규정, 통합적 치료 전략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포괄적인 치료 혜택을 입증한 치료제 역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치료제를 꼽는다면 단연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 노보노디스크제약)'으로 최근 국내 임상현장 도입과 함께 급여 논의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13일 아시아당뇨병학회(AASD) 상임이사인 중국 베이징의대 리눙 지 교수(Linong JI, 내분비대사내과)를 만나 글로벌 당뇨병 치료 트렌드 변화와 임상현장 적용을 위한 해결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GLP-1RA 도입, 치료 패러다임 변화
그동안 제2형 당뇨병 치료는 진행성 질환으로 판단, 메트포르민을 기본으로 환자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경우 다른 약제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표준 치료로 인식돼 왔다. 즉 경구제로 혈당을 관리하다 결국 인슐린 주사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기존에는 인슐린이 사실상 유일한 주사제 옵션이었다.
하지만 환자가 매일 혈당을 측정하고 그 결과에 맞춰 인슐린 용량을 조절해 주사해야 했기 때문에 불편함과 부담이 상당했다. 동시에 저혈당 발생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탓에 관리가 필수였다.
리눙 지 교수는 대표적인 GLP-1RA인 오젬픽이 도입되면서 환자와 의료진 부담을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GLP-1RA가 도입, 인슐린 치료 시 보다 혈당 관리가 훨씬 용이해지고 저혈당 우려도 크게 줄었다"며 "이로 인해 환자 치료 만족도 역시 높아졌고, 의료진 입장에서도 치료가 한층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리눙 지 교수는 오젬픽의 적응증 확대 과정에 주목했다. 당뇨병을 넘어 만성질환 통합관리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젬픽의 경우 최근 FLOW 임상 3상 연구를 기반으로 만성신장병(CKD) 동반 제2형 당뇨병 적응증을 추가로 허가받은 바 있다. FLOW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젬픽은 베이스라인(Baseline) 대비 지속적인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의 50% 이상 감소 발생, 말기 신장병 발생, 심혈관계 또는 신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포함한 ‘신장 질환 관련 복합 평가지표’ 발생 위험을 위약 대비 24%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p=0.003)
해당 연구에 참여한 리눙 지 교수는 "GLP-1RA 치료제가 등장하기 전까지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만성신장병을 관리하는 방법은 혈당 조절이나 고혈압 관리 정도로 국한돼 있었다"며 "오젬픽은 FLOW 연구를 계기로 GLP-1RA 중에서도 2형 당뇨병 환자의 신장을 보호하고, 투석이나 이식 위험을 낮추며, 나아가 신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까지 줄일 수 있다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한 최초의 치료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당 임상 연구 참여자의 약 4분의 1이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인구였다는 점에서, 한국과 중국 모두에서 만성신장병 적응증에 대한 허가 확대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며 "처음에는 GLP-1RA가 단순히 혈당 조절 개선 효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면, 이제는 주요 임상 연구를 통해 심혈관계 보호 효과, 나아가 신장 보호 효과까지 근거를 확인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건강보험 적용, 장기적 의료비 지출 절감
리눙 지 교수는 오젬픽의 만성질환 적응증 확대 속에서 건강보험 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약가 측면에서 오젬픽이 메트포르민, DPP-4 억제제, 인슐린 등 기존 당뇨병 치료 약물 대비 약가가 높은 것은 맞지만 장기적 관리 관점에서 의료비 지출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는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를 비롯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오젬픽이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돼 있다는 것이 리눙 지 교수의 설명이다.
리눙 지 교수는 "중국 정부가 급여 적용을 결정한 것은 오젬픽의 효과가 단순히 혈당 조절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당뇨병 치료 약물들도 혈당 조절 효과는 보였지만, 체중과 혈당 그리고 심혈관계 및 신장 보호 효과까지 포괄적으로 혜택을 제공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임상현장에서 오젬픽이 급여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의외'라고 평가했다.
참고로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은 오젬픽 급여를 신청,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급여 적정성을 인정 받았다. 비급여로 이미 임상현장에 치료제를 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순조롭게 약가협상만 타결된다면 내년 상반기 급여 적용을 기대할 수 있다.
리눙 지 교수는 "오젬픽에 대한 급여는 매우 논리적인 선택이다. 물론 약가만 놓고 본다면 메트포르민이나 DPP-4 억제제에 비해 높지만, 당뇨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아직 한국에서 오젬픽이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뇨병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합병증 발생은 불가피하다. 치료비 부담은 결국 정부나 민간 보험회사로 전가되는데. 특히 신장 질환이 있어 투석을 받게 되면 치료비가 막대하다"며 "한국 정부가 이미 신장 투석 치료에 대해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혈당 조절이 되지 않아 신장 투석까지 가는 상황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논리적인 선택"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