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고령 환자 펜타닐 진통제 투여 후 호흡부전으로 심정지
법원 "의료진, 정상 범위 진통제 투약 및 10여 차례 활력징후 측정"

퇴행성 관절염으로 좌측 슬관절 인공관절치환술을 받고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판사 정혜원)은 환자 A씨의 유가족가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기각했다.
70대 환자 A씨는 지난 2023년 7월 19일 양쪽 무릎에 통증이 느껴져 의사 B씨가 운영하는 병원을 찾았다.
양쪽 슬관절 퇴행성 관절염을 진단받은 A씨는 9월 4일 오전 10시 45분경 우측 슬관절 인공관절치환술을 먼저 받고, 1주일 후 좌측 슬관절 인공관절치환술을 받기로 계획했다.
수술 전 혈액검사, 소변검사, 심전도검사, 심장 초음파검사, 흉부 X-ray, 폐기능 검사 등을 진행했지만 마취 및 수술과정에 영향을 줄 만한 별다른 특이소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술 후 A씨가 수술 부위 통증을 호소하자 의료진은 오후 1시 펜타닐 및 아나포, 파록시 및 생리식염수를 혼합한 진통제를 투여하는 정맥 자가통증조절장치(IV PCA)를 연결했다.
또한 노스판 패치 1매를 부착했으며, 환자와 간병인에게 진통제 투여로 인한 어지러움 및 호흡고란 등 부작용을 설명하고 이상 증상이 나타날 시 간호사실에 알리도록 설명했다. 의료진은 9월 4일 총 3차례에 걸쳐 환자 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다음날 오전 6시 진통제가 모두 소진됐음에도 A씨가 통증을 호소하자 자가통증조절장치는 제거하되 트리돌 1앰플을 주사하고 노스판 패치는 유지했다.
A씨는 5일 오후 3시경 수혈을 받았고 혈압, 맥박, 호흡 모두 정상으로 측정됐다.
의료진은 같은 날 오후 6시 환자에게 혈전색전증을 예방할 수 있는 아릭스트라주(Arixtra)를 투여했다.

다음 날 오전 8시 30분 노스판 패치를 유지한 상태에서 A씨에게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수술 부위 소독을 종료하고 항혈전스타킹(anti embolism stocking) 및 간헐적 공기압박기계를 이용한 하지 압박 치료를 시작했다.
간병인은 6일 12시 35분경 A씨가 의식을 잃고 침상 난간에 엎드려 늘어진 상태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담당 간호사실에 알렸다. 간호사들은 담당의사와 내과 의료진을 호출하면서 A씨를 처치실로 옮겼다.
이후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제세동기를 시행했지만 환자가 호전되지 않자, 오후 1시 10분경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A씨는 이송된 병원에서 뇌 CT 검사를 진행한 결과 광범위한 뇌부종이 확인됐고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진단받았다.
이후 자가의식과 호흡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10월 6일 또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보존적 치료를 받던 중 10월 25일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은 B씨가 운영하는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1억3000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의료진은 고령의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IV PCA 투여 및 진통제 패치 부착을 병행할 경우 호흡부전 발생 가능성이 증가함에도 과다한 양의 진통제를 투여했다"며 "이로 인해 환자에게 호흡 억제가 나타났고 심정지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진은 진통제 투여 후 개별감시장치인 모니터링 기기 등을 활용해 환자의 활력징후를 면밀하게 관찰하지 않아 뒤늦게 호흡부전으로 심정지 상태에 이른 것을 발견했다"며 "심정지 상태 발경 후에도 곧바로 심전도 측정 및 산소 공급 처치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환자가 입원 및 수술 전 진행한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진통제 과다 투여를 인정할 수 없다"며 "환자는 73세로 고령이었으나 마취제 및 진통제 사용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관련된 기왕증을 앓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당 2mcg/kg 이하의 펜타닐 정맥투여는 적정한 용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노스판 패치 역시 주성분은 부프레노르핀"이라며 "이를 펜타닐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다거나 함께 사용시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따른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은 "의료진은 환자가 노스판 패치를 유지한 상태에서 A씨에 대해 하루 동안 10여 차례 걸쳐 활력징후를 측정하고 이상증상이 없음을 확인했다"며 "또한 합병증을 방지하기 위해 항혈전스타킹 착용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 감정의는 A씨의 수술 후 상태를 고려했을 때 모니터링 기기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산소 포화도 및 혈압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소견을 밝혔다"며 "환자에게 개별 모니터링 기기를 부착하지 않은 것이 경과관찰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