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강경책에 목소리 높이는 학회들 "책임 전가 말라"

발행날짜: 2024-02-19 12:10:06
  • 일방통행식 정책, 필수의료 붕괴 및 전공의 파업 불러
    "필수의료 인력 공백, 저수가 등 근본적 원인 해결 필요"

의료계 학술단체들이 전공의 파업에 대한 정부의 강경책에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필수의료 인력이 현장을 떠나게 된 본질은 원가 이하로 책정된 의료수가 및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부실한 보호막에 있는데도 이에 대한 해결은 커녕 엉뚱한 의대 증원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

의대 정원 확대로 묵묵히 의료현장을 지키는 전공의나 강의실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을 병원과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는데도 정부는 오히려 면허취소를 운운하며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대한대장항문학회 대정부 성명서를 통해 "묵묵히 환자를 지키는 전공의를 병원 밖으로 내몰지 말라"며 "의대정원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회는 "10만명이 넘는 대다수의 선량한 의사들을 갑자기 의대 증원을 방해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 세우는 프레임은 무엇을 위한 것이냐"며 "필수의료 위기의 본질과 해결책이 무엇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생명을 지키는 대장항문외과 간담췌외과 등의 외과, 신경외과, 심장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이 기피과가 된 것은, 1977년 건강보험 제도의 시작과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 학회 측 판단.

돈 없는 나라에서 건강보험을 도입하다 보니, 모든 병원을 건강보험 요양기관으로 강제 지정, 수가는 원가의 70% 이하로 정했으며, 병원은 CT, MRI 등의 검사와 비급여 진료를 통해서 보상케 한 것이 현재의 필수의료 위기를 만든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학회는 "그동안 의료계 내부에서 비급여 진료 과목별 편차가 인기과와 기피과 차별을 낳는 원인이라 제기했다"며 "따라서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 위기를 개선하기 보다는 인적자원의 쏠림을 가속화해 국가백년대계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의대 증원의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학회는 "정부는 OECD 국가가 인구 천명당 의사 숫자가 3.6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6명으로 고령화 속도가 빨라 2035년에는 OECD국가 대비 1만5천명 정도 부족할 것이라는 근거를 내세웠다"며 "그러나 우리나라가 의사 숫자가 적음에도, 기대수명, 영아사망률 등 각종 지표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은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89%가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는 여론도 비전문가의 의견을 바탕으로 한다"며 "의대 증원 2000명 확대가 의대 열풍의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의대 증원으로 의사의 인기가 떨어지면, 의대 열풍도 해결될 것이라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대한응급의학회도 이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의료계 의견에 귀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응급의학회는 입장문을 통해 "학회는 국민에게 최상의 응급의료서비스를, 그리고 회원에게는 긍지와 보람을 제공하는 것을 미션(mission)으로 삼고 있다"며 "항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있으며, 이에 현재 상황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대규모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정부의 의료 정책 추진으로 발생한 의료계 현안으로 인해 응급의료 이용의 불편과 애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응급의료인력 부족은 있을 수 있으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각 응급의료기관에서 응급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이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의료계 의견에 귀 기울여 주시고, 적극적으로 소통해 주시기 바란다"며 "대한응급의학회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보호에도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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