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부담완화 논의 시작했지만…의료계 반신반의

발행날짜: 2023-11-03 12:31:16
  • 의료분쟁 협의체 첫 회의 직후 목소리내는 필수의료 의사들
    "보여주기식 안된다" "정부가 책임져라" 우려·제안 쏟아내

정부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완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필수의료 의사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액배상 판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될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3일 필수의료 의사들이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 관련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날 협의체 회의가 대략적인 논의에 그치면서 향후 방향성에 대한 의견 제시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발족한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통해 의료사고 부담완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불가항력 의료사고에만 보상하는 정부 방침은 조삼모사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관련 대책으로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대상을 기존 분만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반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불가항력 의료사고는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데다가 이를 인정받는다고 해도 보상 수준이 터무니 없이 낮다는 게 소청과의사회 지적이다.

최근 의료분쟁에서 10억 원이 넘는 배상판결이 계속되고 있는데, 정부가 제시한 3000만 원 수준의 보상액은 큰 의미가 없다는 우려다. 무엇보다 관련 내용엔 의사에 대한 형사 면책과 다른 필수의료 영역에 대한 부분이 없다는 것.

대한내과의사회도 성명서를 내고 최근 논란이 된 독감치료제 사고 배상판결 문제를 지적하며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는 독감치료제 환각으로 환자가 추락해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된 사건으로, 법원은 이를 처방한 의사에게 5억70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처방 당시 환자나 보호자에게 항바이러스제 환각 부작용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내과의사회는 환자가 경험한 환각이 독감 증상인지, 치료제 부작용인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판결의 근거는 의사의 설명 의무 위반을 법원이 인정한 것인데, 이 역시 설명 의무의 범위가 명확히 규정된 바 없고 모든 의료행위의 모든 과정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것.

내과의사회는 이번 판결 외에도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 대비 월등히 높은 의료인 검찰 입건, 기소 건수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예비의사들이 고난도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만들어 관련 인력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내과의사회는 "보여주기식 정책을 남발하는 행정부, 면허박탈법 등 의료계를 옥죄는 입법부,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사법부의 파상공세로 필수의료는 고사하고 있다"며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그 분야에 몸담고 있는 의료인이 소신 진료를 할 수 있게 법적으로 보장하고, 의사 결정 과정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회는 과학적 인과관계가 명확지 않은 사고에 의사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을 떠넘긴 법원의 이번 판결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필수의료의 중대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의료분쟁 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근 의료사고에 대한 고액배상 판결이 계속되면서 필수의료 의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분쟁 사례가 많은 외과계 역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대한외과의사회는 현 상황의 원인으로 상대가치점수에 있는 업무량과 위험도의 불균형을 지목했다.

여기 책정된 위험도 수가는 현재의 고액배상 판결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것. 위험도 수가를 받지 않을테니 필수의료 분야에서 발생한 의료분쟁의 모든 책임을 정부가 지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대한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은 "외과는 저수가 타격이 가장 큰 필수의료 분야인데다가 민·형사소송에도 가장 많이 시달린다"며 "이 때문에 요즘 '위험도 수가를 받지 않을테니 정부가 의료분쟁을 해결하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과거엔 행위료와 위험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았는데 최근 의료분쟁과 배상액이 늘어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상에서 수가는 정부가 강제로 정한 것이지 의사가 원해서 받는 것이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배상은 자본주의적으로 개인이 배상하라는 것은 부당하다. 위험도 수가를 받지 않아도 되니 모든 민사소송 또는 형사소송에서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의 우려에 대해 복지부는 3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아직 세부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입장을 내놨다.

한편, 전날 열린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 첫 기획 회의에선 ▲협의체 운영 목적 공유 및 역할 분담 방안 ▲우리나라 의료분쟁 관련 제도별 현황 ▲의료분쟁 제도개선 방향 및 주요 개선 과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회의엔 보건복지부에서는 박민수 제2차관과 박미라 의료기관정책과장,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및 의료계·환자단체·법조계 관련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이 협의체가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물꼬를 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며 "의료과실로 인한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 의료인에 관한 형사처벌 등의 특례를 정함으로써 의료분쟁 피해의 신속한 해결을 촉진하고, 안정적 진료환경이 조속히 보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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