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맞추니 뇌졸중 유튜브 구독자 늘어나네요"

발행날짜: 2023-09-19 05:30:00
  • [학회초대석] 김태정 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
    "4200명 구독자에서 1년만에 2만명 수직 상승…모법답안 공부"

시대에 따라 의학회의 역할과 활동도 바뀐다. 과거 의학회들이 주로 최신 의료 지견, 술기 공유를 위한 비공개 커뮤니티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공유를 기치로 대국민 캠페인, 국민 소통까지 아우르며 외연을 확장시켰다.

변화의 단면은 각 학회 홈페이지 대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 진입 화면부터 전문가(의료인)과 일반인(국민)으로 나누는 방식이 많아진 것은 그만큼 대국민용 콘텐츠의 제작, 소통의 비중이 학술적 활동만큼이나 중요해졌다는 걸 대변한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미디어 빅뱅으로 일컬어지는 온라인 디지털 기술 역시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각종 학회들이 채널을 개설하면 소규모 미디어를 자처한 것.

질병이 없으면 학회의 존재 이유가 흔들린다. 환자도 마찬가지다. 질병을 인지하고 찾아오는 환자가 있어야 학회의 존재 이유가 성립한다. 보험 정책 결정에서 환자들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 또한 최근 학회의 화두. 대국민 홍보 및 인지도 제고는 더 이상 옵션이 아닌 학회의 필수 역할로 자리잡았다는 뜻이다.

학회 이사들의 명함에도 유튜브 채널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구독자 늘리기에 '진심'인 김태정 뇌졸중학회 홍보이사(서울대병원 신경과)를 만나 학회의 온라인 홍보 강화의 이유 및 채널 운영의 실제에 대해 들었다.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학회의 역할이 급진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 성격을 버리고 정보의 공유 및 대국민 인지도 개선에 눈을 돌린 것. 학회마다 경쟁적으로 채널 개설에 나선 것도 그의 일환이다.

김태정 이사는 "각 질환, 적응증마다 전문가가 있고 그런 전문가들은 공신력을 가진다"며 "의료진 누구나 뇌졸중에 대해 주제로 올릴 수는 있지만 신경과 전문의가 가장 해당 질환을 잘 알고 정확한 지식을 전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유튜브의 노출 알고리즘 특성상 재미나 자극적인 요소들이 가미될 때 반응도가 올라가고 그런 채널들만 더 노출이 되는 현상이 있다는 것"이라며 "의료인 중에서도 재미 위주로 뇌졸중에 대해 엉뚱한 설명이나 대응법 등을 알려주는 경우가 있어 바로 잡을 필요성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김태정 홍보이사는 대국민 홍보 및 캠페인 등 인식 제고 활동이 각 학회의 필수 역할로 확장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학회가 채널을 개설한지는 거의 10년이 다 되가지만 구독자 수는 작년 기준 4200명에 불과했다"며 "이에 뇌졸중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대국민 예방 수칙이나 뇌졸중 발생 시 대응법을 알리기 위해 유튜브 운영 활동에 팔을 걷게 됐다"고 밝혔다.

채널의 중요성과 위상을 구독자 수로 단순 환원할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 15만명의 신규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일생에 네명 중 한명꼴로 뇌졸중에 걸린다는 점을 볼 때 뇌졸중학회 채널의 구독자 수는 턱없이 부족하단 판단이 가능했다.

▲뇌졸중학회의 특명 "채널을 심폐소생술하라"

김태정 이사가 유튜브 채널을 인계받은 건 지난해 2월. SNS는 커녕 유튜브 구독도 하지 않았던 그에게 채널을 심폐소생술 하라는 특명은 날벼락과 같았다. 무엇이 뜨는 영상인지, 어떻게 제작해야 구독자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지 감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당시 동영상 콘텐츠에 관심이 없어 문맹 수준이었다"며 "어떻게 제작하고 편성해야 환자나 보호자의 관심을 끌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몰라 구독자의 관점으로 접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인이라고 생각하고 그간 올라간 콘텐츠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니 양질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재미란 요소가 빠진 것이 느껴졌다"며 "소위 잘 나가는 학회들의 구독자가 수 만명에 달하는 것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과 한번 해보자라는 오기도 생겼다"고 털어놨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모범답안을 답습하는 전략을 짰다. 잘 나가는 의사 유튜버에게 자문을 구하는 한편 구독자가 많은 의학 채널의 포맷을 분석, 자체 콘텐츠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김 이사는 "우리동네 산부인과, 브레인 튜브 채널을 운영중인 의료진들은 각각 인턴 동기이자 신경과 동기"라며 "그들에게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배우는 한편 서울대병원 간 이식 팀의 채널에도 직접 출연하면서 어떻게 제작하고 찍는지 유심히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콘텐츠는 Q&A 방식을 활용한다"며 "특히 구독자 질문에 대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이 의학 채널의 대세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포맷은 물론 편집자까지 바꾼 데 이어 홍보위원회 위원들과 논의 끝에 2주에 한번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채널 활성화의 방법론은 알았지만 이를 실천할 수 있냐는 다른 문제였다. 당직 일정도 빠듯한 마당에 주제의 선정부터 스크립트 작성 및 섭외, 촬영, 편집본 검수 등 각종 절차는 사람의 힘으로 해야하는 가내수공업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이미 많은 주제들이 제작됐기 때문에 새롭고 눈에 띄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 자체가 머리를 쥐어짜는 일"이라며 "이후 대본을 직접 만들고 출연자를 섭외, 일정을 조율하고 촬영하는 일, 편집본을 검수하는 일 등 모두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홍보위원회에 소속된 일곱 분의 위원들과 돌아가면서 제작을 맡아 하고 있다"며 "섭외가 되면 좋은데 워낙 변수가 많아 요즘은 본인이 진행자 역할을 겸하면서 대담 형태로 주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구조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1년만에 2만명 달성…구독자 수직 상승

뇌졸중학회는 채널명이 적힌 명함을 별도 제작, 회원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현직 의사가 꼭 챙겨먹는 영양제 탑3, 뇌 회복 돕는 필수 영양제, 뇌졸중 환자가 불면증이 생기는 이유, 집에서 하는 재활운동법 등 흥미를 끄는 콘텐츠가 부쩍 많아진 것은 물론 최근엔 짧은 동영상인 쇼츠 제작에도 진심을 담고 있다.

변화를 시도한 지 1년. 결과는 어떨까. 결론만 놓고 보면 충분히 노력상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9년째 4200명 안팎에 머무르던 구독자는 2만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온라인 언어로 말하자면 소위 '떡상'한 것. 콘텐츠 수는 117개로 웬만한 주제는 한번씩 다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태정 이사는 "학회 채널의 궁극적인 목표는 구독자 수나 재미 추구가 아니"라며 "시간 상 외래에서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학회 채널은 또하나의 소통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들으면 잊어버리는 생활 수칙, 주의점 등을 틈날 때마다 동영상 콘텐츠로 접하면 반복 숙달이 된다"며 "왜 지금 이런 치료를 받는지, 왜 이런 약을 먹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유튜브 채널명을 직접 찍어 드리고 무엇을 궁금해 하시는지 물어 콘텐츠 주제로 삼기도 한다"며 "채널명이 적힌 명함을 돌리기도 하고, 원하는 회원들에게도 유튜브 명함을 제작해 공급해 환자들의 교육에 활용하도록 돕고 있다"고 했다.

채널 운영을 맡을 때 세운 목표는 구독자 수 1만 돌파. 임기 내 목표는 2만명 돌파였는데 이미 목표는 달성했다. 이런 속도라면 10만명 구독자에 수여하는 실버 버튼 수상도 꿈이 아니라는 게 그의 전망.

김태정 이사는 "과거 환자가 수동적인 존재였다면 지금은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능동적인 의료 소비자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들이 의료 정책의 결정에도 입김을 내기 때문에 이들의 질환 인지도를 높이고 질환을 더욱 잘 이해하게 하도록 하는 대국민 홍보 파트가 학회의 필수 역할로 자리매김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돈이 안되고 일만 늘어난다는 인식보다는 효율적인 대국민 인식 개선 및 홍보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한 학회들이 유튜브를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며 "의사뿐 아니라 환자와 국민들 모두 현행 뇌졸중 응급시스템 전달 체계 등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개선 목소리를 내야 사회가 바뀐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까닭에 지역 심뇌혈관센터가 필요한 이유나 뇌졸중환자에 꼭 필요한 응급의료 시스템과 같은 정책 내용도 다루고 있다"며 "이런 노력들이 중첩되고 누적되면 사회적인 변화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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