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고액배상 증가…의협 공제조합 보상한도 늘려야

발행날짜: 2023-08-22 05:30:00 수정: 2023-08-22 19:19:14
  • 공제조합 역할 확대 목소리…보험은 해법 아니라는 반박도
    특례법 제정 시 의무 가입 전환…보상한도 인상도 논의 중

의료사고에 대한 고액배상 판결 기조가 계속되면서 의료계 일각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공제조합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1일 의료계에서 따르면 지난달부터 신생아 뇌성마비 분만의 12억 원 배상, 심장기형 소아환자 수술 집도의 9억 원 배상 등 의료사고에 대한 고액배상 판결이 늘어나고 있다.

의료사고에 대한 고액배상 판결 기조가 계속되면서 대한의사협회 의료공제조합 강화가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생아 뇌성마비 분만의 사건과 관련해서, 법원은 환자 내원 직후 전문의가 아닌 간호사에 의해 진료가 이뤄지면서 병원 측이 주의를 소홀히 했다고 봤다. 심장기형 소아환자 수술 집도의 사건과 관련해선, 수술 직후 인공심폐기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대동맥 캐뉼라가 탈락된 것이 의료진의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의료사고에 고액배상 판결 기조가 계속되면서 의료계 일각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의료배상공제조합 보상한도는 5억 원인데 이를 최소한 10억 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

이를 다른 손해보험과 비교한다면 보장범위가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자동차보험의 경우 대인사고에서 보상한도가 무제한이다. 또 전국택시·버스·화물차·렌터카공제조합 등은 교통사고 관련 법적 분쟁에서 일반 보험사보다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더 많은 배상 책임을 떠안고 법적 분쟁에서의 대응역량을 키우는 식으로 재정을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은 의료사고 관련 소송에서 의료진이 승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 상황이 바뀐 만큼 의료배상공제조합을 책임보험화하는 등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이와 관련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는 "형량을 줄이기 위해 드는 것이 손해보험이다. 의료배상에서도 운전자보험 같이 형사 책임을 드는 특약을 만들어야 한다. 교통사고에서 내가 가해자라고 해도 자동차보험이 보험사가 대신 소송에 나서게 된다"며 "의료배상공제조합에 가입돼 있으면 의사는 의료사고에서 한발 물러서는 셈이고 보상액이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따지고 보면 수가에 있는 위험도 항목은 보험료를 내라는 개념인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적게 내고 있다"며 "의료배상공제조합을 책임보험으로 만드는 한편 변호의 질을 올려야 한다고 본다. 변호의 질이 떨어져 보험금은 보험금대로 내고 소송도 가입자가 대응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고액배상 판결 기조를 보험으로 해결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는 반박도 나온다. 관련 문제를 보험으로 해결하는 국가의 대표적인 예가 미국인데, 우리나라는 수가가 훨씬 낮다는 이유에서다. 애초에 수가에 책정된 위험도 관련 비용이 적기 때문에 보험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전제가 잘못됐다는 것.

의료배상공제조합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에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책임보험으로 가입자가 늘어난다면 보상금을 방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이렇게 높아진 손해율은 의료배상공제조합을 운영하는 의협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의료배상공제조합이 방어율을 올리기 위해 다른 공제조합과 같이 악역을 자처한다면 이는 의협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환자들 입장에선 보상금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만큼, 의사와 환자 간의 불신이 커질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 의료배상공제조합 임민식 공제이사는 "의사가 보험을 들든 안 들든 환자가 받는 보상은 같다. 이 둘의 차이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가 위험 분산할지, 개인 돈으로 충당할지의 차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진료받는 환자의 소득이다. 일례로 재벌총수를 치료하다가 장애율이 0.1%라도 생기면 몇억 원을 보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 입장에선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수가를 받으라고 하면서 배상액 차이가 큰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의료배상공제조합은 의사들의 조합으로 적정보상이 목표다. 환자에게 돈을 적게 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배상공제조합은 보상한도와 관련해선 인상하는 방안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또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을 통해 의료배상공제조합을 책임보험화 하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정근 이사장은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을 통과된다면 조합 가입이 의무화될 것"이라며 "외부 용역을 맡긴 결과, 그렇게 된다면 회원은 더 저렴하게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액수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보상한도를 인상하는 것도 논의 중이다"라며 "다만 가입자의 진료 방식이나 종별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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