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중증정신질환 관리 국가가 책임져야"

발행날짜: 2023-08-07 11:55:22 수정: 2023-08-07 12:05:40
  • 신경정신의학회 7일 성명 예방 및 사후관리 대책 요구
    복지부도 법무부 등과 합동 TF 운영 계획 공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이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신의학과 학계가 정부에 적극적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 TF를 구성해 제도 개선책 찾는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7일 성명서를 내고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원인으로 정신건강복지법을 지목하며 비극의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한 적극적 대책을 요구했다. 복지부 역시 같은날 즉각 관계부처 합동TF를 구성했다는 것을 알리며 정신질환자 입원 제도 전반을 검토하고 외래치료 제원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분당 서현역에서 생긴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는 2020년 조현병 전단계인 '조현성 인격장액' 진단을 받은 후 3년 동안 치료를 중단해 왔다. 자신을 해하려 하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 범행했다고 하는 등 피해망상이 원인으로 발표됐다.

자료사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초 신경정신의학회는 조현성 인격장애라는 정신질환과 강력 범죄를 섣부르게 연결지어서는 안된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지만 경찰조사 결과를 확인 후 정신건강복지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7년 5월 바뀐 정신건강복지법은 비자의적 입원에 대한 심의절차를 담았다. 학계는 비자의적 입원 중에서도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문제라고 꼽았다. 정신의료기관은 정신질환자 보호의무자 2인의 요청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을 때만 정신질화자를 입원 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신경정신의학회는 "2016년 이뤄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은 인권에 대한 강화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치료 필요성과 함께 자타해 위험성을 입원의 필수요건으로 법제화하는 변화는 충분한 준비없이 시행될 경우 적절한 치료가 어려워진다"라며 "이 대문에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만 증가하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반대 의견을 꾸준히 보여왔다.

학회는 환자를 비난할 게 아니라 시스템 개선을 통해 누구나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중증 정신질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질병이 있어도 조기에 치료받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의료-복지 시스템의 부족이 문제라는 관점이 필요하다"라며 "우리나라는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와도 경찰과 지자체에서 관련 전국 통계조차 집계하지 않는 등 병원전단계와 이송에 대한 적극적 관리가 미비하다"고 짚었다.

일례로 2019년 4월 발생한 진주방화사건을 보면 지역사회에 방치된 정신질환자가 급성기 악화를 보이는 상황에서 직계가족이 아닌 형이 시도한 응급입원, 행정입원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경찰이 6번 출동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학회는 "우리나라는 정신건강복지법 응급입원규정에 따라 자타해 위험이 클 때, 즉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송이 이뤄지지 못하며 경찰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할 수 있는 조치는 환자를 설득하는 것밖에 없다"라며 "초기 현장 대응 인력에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고 최소한 전문적 정신건강평가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면을 위해 경찰에 의한 병원이송 또는 찾아가는 평가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증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도 제시했다. 이는 신경정신의학회가 수년 동안 주장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학회는 "핵가족 또는 일인가구 중심 사회로 변화된 상황에 중증 정신질환의 무거운 부담은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라며 "입원을 포함한 어려운 결정을 가족에게만 부여할 게 아니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의 폐지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보호의무자 입원제도의 폐지와 사법입원 또는 정신건강심판원 제도 도입을 학회의 공식의견으로 채택한 바 있다"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비자의 입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호의무자 입원과 의무조항의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고 충분한 준비를 통해 혼란 없이 시행해 인권과 치료가 동시에 보장될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정신질환 치료와 회복을 위한 과감한 혁신.

학회는 "암센터, 아토피 센터 등 주요 신체질환 센터를 거점 의료 기관에 설치하는 것처럼 조현병 조기/집중치료 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며 "조현병의 의료사회경제적 질병부담은 매우 크지만 국가의 재정지원은 매우 열악한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 조현병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받고 재활하며 유지할 때 충분히 회복 가능한 질병이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의 중증 정신질환 체계를 손볼 수 있는 골든타임이 완전히 지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정책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