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세션 늘리는 학회들, 추진력 얻으려면

발행날짜: 2023-06-21 05:30:00
  • 의약학술팀 최선 기자

공감없는 정책은 공회전하고, 공유없는 정보는 사장된다는 걸 깨달은 걸까. 의료 관련 학회를 출입하면서 느낀 최근의 변화는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으로 요약된다.

일본의 학회들이 국제 교류에 있어 특유의 폐쇄성을 나타낸다고는 하지만 비단 일본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회원이 아니라면 학회 홈페이지에서 숱한 자료 하나 검색하기 쉽지 않았던 게 현실. 입구부터 봉쇄하는 학회가 대국민 홍보에 대한 무관심한 것은 오히려 당연해 보였다.

그런 학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앞다퉈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쉽게 풀어 설명해 주는가 하면 국민 눈높이에 맞춰 만화 형태로 질병 안내 책자를 발간하기도 한다.

일부 학회 임원은 개인 명함 대신 학회 유튜브 채널명이 박힌 명함을 돌리며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하고 사회적 책임 이행에 앞장서겠다고 ESG 경영 요소 도입을 선언한 학회도 등장했다. 고지식했던 옛 학회 모습을 기억한다면 이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긍정적인 변화는 또 있다. 보건의료 정책 추진에 있어서 보건당국과 전문 학회의 '물밑 접촉' 대신 공론화를 통해 어떤 정책이 보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합리적인지 따져보는 공론의 장 마련이 빈번해졌다는 것. 각 학술대회마다 정책세션 코너가 부쩍 늘은 것도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책의 추진에는 사회 구성원 스스로가 내적 필요에 의해 선택한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그 당위성의 배경에는 사회가 공유하는 시대정신, 공감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질병이나 의료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접할 때에만 의학의 필요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는 것.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 활동을 통해 올바른 의료 정보/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노력이 있어야만 이것이 장기적으로 대중의 합리적 선택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정책 공론화는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의견 교환의 통로다. 국민들과 아젠다를 공유하고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정책 추진의 당위성에 대한 검증은 물론 국민들의 이해와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이다.

공감없는 정책은 공회전하고, 공유없는 정보는 사장된다. 그리고 공감이 빠진 전문가들의 논리 무장만으로는 정책 변화에 한계가 있다. 개방을 외치며 투명해진 학회들이 많아지길, 공유·홍보의 가치를 이해하는 학회가 많아지길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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