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없는 열풍…'신기술' 환상 걷어내야

발행날짜: 2023-05-03 05:30:00
  • 의약학술팀 이인복 기자

"계속해서 차세대 먹거리다 열풍이다 하는데 저희는 전혀 느껴지는게 없어요. 뭘 볼 수 있어야 의견을 내죠."

최근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한 보건의료 공공기관 고위 관계자가 가장 먼저 내놓은 답변이다.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검증을 맡은 기관이자 신기술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냉정한 평가를 기대한 의도가 무색해 지는 답변이다.

국내 의료산업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헬스케어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헬스케어라는 단어를 빼고는 이제 의료산업을 논할 수 없는 지경이다.

실제로 의료 인공지능부터 차세대 이미징 기술, 메타버스, 디지털치료기기까지 헬스케어, 좁게는 디지털헬스케어 산업군은 계속해서 영역을 넓혀가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고 나면 디지털헬스케어 기업들이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타트업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을 필두로 대기업들도 속속 발을 담구는 모양새다.

이에 맞춰 정부의 자금을 기반으로 하는 모태펀드도 수년전부터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이미 수조원대 자금이 흐르는 가운데서도 각 부처마다 앞다퉈 곳간을 열며 하루가 멀다하고 이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모태펀드가 움직이니 벤쳐캐피탈 등도 연이어 돈을 풀고 있다. 그나마 금리인상 등으로 일부 제동이 걸렸지만 여전히 헬스케어 산업은 강력한 모터를 달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 나온 허무한 답변은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 것일까. 정답은 '성적표'다.

스타트업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생겨나고 있고 상장까지 이른 기업들도 탄생하고 있지만 이러한 열풍을 실감할 수 있는 제품은 한정적이다.

그 기술에 대한 키워드는 말 그대로 열풍이지만 눈에 보이는 기술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극히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이에 대한 검증을 맡은 기관들의 상황을 보면 이러한 문제는 여실이 드러난다.

행정적 절차가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는 지적에 통합심사, 원스톱서비스, 혁신 트랙 등 계속해서 이를 보완한 제도가 나오고 있지만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은 연간으로 집계해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도 산업계에서는 '세상에 없었던 기술'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수없이 생겨나고 있다. 모두가 '선도'를 외치고 '글로벌 시장'을 외친다. 그렇다면 과연 그 기술들은 대체 다 어디에 간 것일까.

이 또한 그 관계자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불과 몇 년전에 3D 프린팅이 세상을 바꿀 것처럼 열풍이 불었잖아요. 저희한테 접수된 기술이 세개도 안돼요. 개발한다. 개발했다는 기업들만 어림잡아 수십개도 넘었는데. 메타버스부터 디지털치료기기까지 세상은 떠들썩한데 저희는 실감 못하겠어요. 뭐가 있어야 보죠."

그러나 지금도 산업계에서는 '신기술'을 둘러싼 열풍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레져 용품을 만들던 기업, 요식업을 하던 기업들도 디지털헬스케어를 표방하는 웃지 못할 풍경도 나온다. 키워드만으로 기업 가치가 올라가는 비정상적 열풍이 만든 해프닝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이러한 과대포장을 걷어낼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그럴싸하게 키워드만 차용해 알맹이 없이 포장지만 화려하게 장식하는 상황들이 반복되도록 놔둬서는 안된다. 환상으로 가득한 열풍도 한두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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