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부산대 교수, 대 이은 전공의 괴롭힘에 의사들 "아직도?"

발행날짜: 2023-03-10 05:30:00
  • "아이큐 70이야?" 업무 실수 지적하며 폭언, 사직서 종용 논란
    해당 전공의, 병원 미온적 대응 호소…의사들 "시대가 바뀌었다"

"사기꾼, 자격미달, 엉망진창"
"왜 계속 기어오르냔 말이야. 싸가지 없이. 싸가지도 적당히 없어야 받아주지."
"아이큐 70짜리야? 소아 정신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이랑 다른 게 뭐고?"

양산부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3명은 지난 한 해를 이 같은 인격모독성 폭언 속에서 보냈다.

교육을 받는 수련의이자 근로자라는 이중 신분을 갖고 있는 전공의는 특성상 다양한 과정에서 '미숙'함이 발견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양산부산대병원 사건이 공론화되며 전공의를 이끌어야 하는 '교수' 태도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2022년, 양산부산대병원 전공의에게는 무슨 일이?

지난해 양산부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는 7명의 전공의가 있었다. 이 중 2년차와 3년차 전공의 등 3명은 지난해 3월에 새롭게 부임한 교수에게 폭언에 시달렸다. 이들 전공의에 따르면 A교수는 전공의의 업무 미숙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인격을 비하하는 폭언을 함께 곁들였다.

일례로 A교수는 지난해 4월 응급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전공의들에게 "응급실에서 환자 신체강박(Physical restaint, PR) 어떻게 해요? 몇 명이 가요?"라고 물었다. 전공의들이 대답하지 않자 대답을 하지 않냐며 소리를 쳤고, 이에 한 전공의가 대답하자 "어떤 돌대가리 머리에서 나온 겁니까?"라며 폭언을 했다.

이 밖에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전공의들을 향해 사기꾼, 자격미달, 엉망진창이라는 폭언 및 인격모독 발언을 이어갔으며 참다못한 전공의들은 교육수련부와 고충처리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그럼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전공의들은 사직서까지 1차적으로 제출했지만 과장의 만류로 다시한번 마음을 추슬렀다.

자료사진. 양산부산대병원 교수 부자의 폭언 사건이 공론화 되고 있다.

A교수는 해당 사건의 영향으로 올해 재임용에 탈락했다. 그렇게 폭언의 나날에서 벗어나나 했더니 이 같은 과정을 알게 된 한 원로교수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그는 같은 과에 근무하던 A교수의 아버지였다.

이 원로 교수는 전공의들에게 사직서를 강요했다. 그는 "이것들아 내가 만든 의국이다. 너희가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나가고 싶으면 나가는 거야?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는데 왜 말이 많아. 당장 써! 앉아서 쓰라고"라고 소리를 지르며 사직서 쓰기를 종용했다.

지속적으로 사직서를 강요받은 전공의들은 결국 지난 1월 초 분리조치가 필요하다며 병원 고충처리위원회에 신고했다. 더불어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이동 수련도 요청했다. 병원 고충처리위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했지만 원로 교수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 사안은 인사위원회에 올라갔다.

1년이 넘도록 이어지자 전공의들은 공론화를 결심했다. 분리수련이라는 이름으로 지하 방에 피해 전공의들만 모아놓고 업무 배제 처분을 내리는 등 수련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한 피해 전공의는 "병원은 현재 약자인 전공의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병원 측은 절차대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충처리위가 괴롭힘이라고 판단했지만 사안이 인사위원회로 넘어가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

일부 수련병원, 교수 대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강의까지 "폭언보다는 합리적 지적"

해당 사건을 간접적으로 접한 대학병원 교수들은 "명백한 폭언"이라며 "시대가 바뀌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오히려 "아직도 이런 병원이 있나"라고 반문할 정도였다.

특히 2019년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만들어지면서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에 대한 인식이 더 전향적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은 업무 중 폭언, 욕설을 당한 적 있고 최근 일년을 기준으로 폭언, 욕설을 한 가해자는 '교수'가 차지하고 있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지난해 전공의 수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 10명 중 3명은 폭언과 욕설을 경험했다. 가해자는 교수가 56.3%로 가장 많았고 환자 및 보호자가 51.3%로 뒤를 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수련병원은 교수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강의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경기도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요즘은 욕설은 물론이고 인격모욕식 발언은 당연히 문제 된다"라며 "업무 과정에서 전공의들의 부진, 미숙함을 인지했다면 인격 모욕식의 말 대신 잘못된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해야 한다. 화를 먼저 내기보다는 마음을 다스리고 알려준다는, 교육한다는 생각으로 수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한 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도 "폭언과 폭행은 수위를 결정할 수가 없다. 모든 피해는 피해자가 피해라고 이야기하면 피해"라며 "어느 병원에서나 원내 해결이 가장 원만한 해결일 텐데 대외적으로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병원 안에서 해결이 객관적으로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전공의들이 개인 미래가 걸린 일인데 대외적으로 쉽게 공론화하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하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가해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실 교수 입장에서도 본의 아니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세대차도 한몫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교수들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관련 법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피해 전공의들이 이동수련을 하루속히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병원 측에는 징계가 미뤄지고 있는 데 대한 해명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강민구 회장은 "양산부산대병원은 수년 전 발생한 폭행 사건에서도 솜방망이 처벌로 구설에 올랐는데 여전히 안일한 대처만 하고 있어 실망이 크다"라며 "대전협은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며 수평위는 실태조사 및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원 부회장도 "이번 사건은 폭언이 비교적 명백하고 이동수련도 필요한 상황인데 사실 현실적으로 회색 지대의 사건들이 앞으로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라며 "양산부산대병원 전공의 구제와는 별도로 이동수련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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