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검사 의료계 합의안 윤곽…내과의사회 구원투수 될까

발행날짜: 2023-02-14 05:30:00 수정: 2023-02-14 06:03:55
  • 각 진료과 협의 추진…정부·정치권 수용 여부가 관건
    조직병리 검사만 정부 고시 적용·그외 기존안 유지 가닥

갑작스러운 정부 수탁검사 시행령에 개원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내과의사회 주도로 의료계 합의안 윤곽이 마련되면서 정부·정치권이 이를 수용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내과의사회는 최근 각 전문과와의 회의를 통해 보건복지부 수탁검사 시행령에 대한 의료계 합의안 윤곽을 마련했다. 조직 병리 검사에 한해서만 정부 안을 따르고 그 외의 영역은 기존 안을 유지하자는 구상이다.

갑작스러운 정부 수탁검사 시행령에 개원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병리학과는 해당 시행령에 긍정적인 만큼 시행령대로 가고, 그 외의 전문과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 수렴된 결과다. 비즈니스 용어인 할인율이 시행령 안에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것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논란의 발단은 복지부가 지난해 3월 개정한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 제정안을 지난달 행정 예고하면서다.

이 시행령은 수탁기관이 위탁기관인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할인율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 수탁기관은 의료기관에 50~60% 수준의 할인율을 제공해왔는데 이를 10%로 줄인다는 것.

개원가는 할인율을 리베이트가 아닌 ▲체취·판독료 ▲주사기 등 소모품 및 검체 보관 비용 ▲의료진 임금 등이 포함된 행위료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대안 없이 줄이기만 한다면 기존 위탁기관은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

이와 관련 한 내과 전문의는 "혈액검사만 해도 간호사 월급과 체취료 등 인적 비용이 기본적으로 들어가고 주사기, 검체통, 검체 보관료 등 부수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의사가 검사 결과를 판독해 설명하는 것에도 품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말은 할인율이라고 하지만 이는 리베이트와 다르다. 기존에도 관련 비용을 세금 처리해왔는데, 어느 업계에서 리베이트를 세금 처리하느냐"며 "이를 10%로 줄이면 대부분 위탁기관은 문을 닫아야 한다. 결국, 정부 입장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보전해야겠으니 1차 의료기관은 혈액검사를 하지 말고 종합병원에 보낼 소견서만 쓰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건강보험 검체검사 비용요소 현황

이 같은 시행령이 적용될 경우 신규 개원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도 경쟁에 밀려 폐업하는 위탁기관이 많은데 전체 파이가 준다면 대형기관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정부·정치권은 모든 위탁기관이 많은 수익을 낸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실상은 다르다. 대형검진센터면 몰라도 일반적인 의원은 풍족하지 않다"며 "내과의원은 시골에도 몇 개씩 있을 정도로 포화 상태이고 서로 경쟁하다 폐업하는 경우도 많다. 혈액검사를 통한 수익 없어진다면 아예 개원 자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과계 의견이 누락된 채 시행령 수립된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대한개원의협의회의 실수로 의견조회 공문이 내과 측에 전달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행정예고 전 의협에 의견조회를 전달하면 관련 공문이 대개협을 통해 각과 의사회에 전달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대개협은 행정예고 의견조회에서 각과 위원 추천이 필요한 경우는 나서고 있지만, 일반적인 회무에선 의협이 직접 공문을 발송해왔다고 맞서고 있다. 공문을 누락한 것은 의협임에도 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과의사회가 의료계 합의안을 주도하면서 개원가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내과의사회는 합의안 확정에 있어 추가적인 조율이 필요하지만 상황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또 내과의사회는 오는 19일 강남역 sc컨벤션센터 개원 심포지엄에서도 관련 내용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수탁검사와 관련해 의사협회의 대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대한병원의사협회 경기도지회 정원상 부회장은 "위탁검사료를 10%로 제한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처사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의협 집행부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시행령이 만들어지기 전에 현장 의견이 반영됐어야 했는데 지금에 와선 복지부가 이를 받아줄지 미지수다. 또 복지부가 수용한다고 해도 시행령을 만든 정치권이 받아줄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시행령을 무기한으로 연장하고, 근본적으로는 폐기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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