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보험사에 빅데이터 제공 가능할까…중재안 공개

발행날짜: 2022-11-02 05:30:00
  • 연구계획서 외 '연구활용계획서', '목적 내 활용 확약서' 받을 것
    "심평원과 빅데이터 제공 사후관리 규칙 제정도 협의" 내용 담아

데이터 3법 개정 후, 민간 보험사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꾸준히 보건의료 데이터를 요청하고 있다. 이에 심평원은 응답했고, 건보공단은 불승인하고 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민간보험사에 보건의료 데이터 제공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민간보험사 데이터 제공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수년간 같은 문제가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자 건보공단은 결국 민간보험사에 자료제공을 위한 중재(안)을 만들었다.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한 데 이어 최근에는 보험사와 접촉하며 안을 다듬고 있다.

건보공단 신순애 빅데이터전략본부장

건보공단 빅데이터전략본부(본부장 신순애)는 1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민간보험사 자료제공 중재(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민간보험사 5곳은 6건에 대한 연구 자료를 건보공단에 요청했다. 심의 결과 건보공단은 과학적 연구 기준 미흡 등으로 승인하지 않았다. 이후 보험사 한 곳이 자료를 보완해 다시 연구 자료를 요청했지만 지난 2월 이마저도 정보주체의 이익 침해 우려 등의 이견으로 심의가 보류된 상황이다.

신 본부장은 "같은 민간기업이라도 제약 바이오 업체에는 연구 데이터 제공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기업에서 연구자에게 펀딩 형태로 연구를 진행하는가 하면 민간보험사는 기업 소속 직원이 연구를 하는 식"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보험사에 손해가 되는 사람을 상품 가입에서 배제하거나 특정 상품에 맞춤 진료 요구 등 진료행태 왜곡 심화가 우려된다는 반대 목소리가 크다"라며 "자료제공 중재안에 반대 목소리를 우선 담았다"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이 만든 민간보험사 자료제공 중재안

중재안은 크게 세 가지를 담고 있다. 연구계획서 외에도 '연구활용계획서', '목적 내 활용 확약서'를 제출 받아 목적 외 사용을 제한토록 하는 것이다.

방향은 ▲특정 집단에 대해 보험상품 가입에서 배제하거나 보험료율을 높이는 등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활용을 위한 연구에 자료를 제공하지 않음 ▲민간보험사가 연구를 수행하는 도중 데이터를 왜곡하거나 오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건보공단과 학계가 공동연구 형태로 참여하며, 필요시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함 ▲연구결과 활용 시 부적절하게 활용하지 않도록 건보공단의 동의를 거치도록 한다(연구목적 외 사용 제한) 등으로 설정했다.

박종헌 빅데이터운영실장은 "찬반 입장이 워낙 민감하고 첨예하기 때문에 양쪽의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라며 "현재 보험업계와 소통을 시작했다"고 진행 상황을 알렸다.

그러면서 "중재안을 구체적인 규정이나 지침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정도 남아있다"라며 "몇 줄 되지 않는 문구지만 지키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문구 정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종헌 빅데이터운영실장

나아가 빅데이터 제공 후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심평원과도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후관리 규칙 만들기를 협의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국정감사에서는 민간보험사 데이터 제공에 대한 공통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박 실장은 "이미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빅데이터 제공에 대한 10가지의 공통 가이드라인이 있다"라면서도 "양 기관은 자료가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큰 운영 가이드라인은 공유하지만 연구심의 과정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심평원은 단년 자료인 반면 건보공단은 다년간의 자료를 코호트로 제공할 수 있다.

박 실장은 "자격보험료 등은 인구·사회·경제적 변수들이다. 장애나 소득수준 등의 데이터는 취약계층이 구분되는 특성이 있다"라며 "다만 사후관리 부분은 같은 규칙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협의를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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