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신약 정체 10년…디지털에 눈 돌린 의사들

발행날짜: 2022-03-31 05:00:00 수정: 2022-03-31 09:07:49
  • 학회초대석 김도훈 대한뇌자극학회 초대 회장
    "유럽은 이미 보편화…임상 근거 축적 및 인식 향상 집중"

유럽 전문가 패널이 우울증 관련 경두개직류자극(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tDCS) 사용 지침을 마련한 데 이어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관련 사용 지침이 등장하면서 임상 활용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의 우울증 치료 트렌드를 감안하면 약물 대신 전기자극 활용 방식은 낯선 편. 반면 유럽에선 우울증뿐 아니라 뇌졸중, 중독, 편두통까지 적응증을 승인받아 임상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전기 자극으로 과활성화된 신경을 안정시키는 편두통 완화 의료기기가 최근 시장에 진입한 것 역시 국내에서의 활성화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는 부분. 이어 각종 학회들도 의료기기 방식의 디지털 치료제를 임상에 접목, 수가 신설 방안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전자약의 장점 및 한계는 무엇일까. 우울증 치료에 전기자극 활용하는 tDCS 사용 지침을 마련한 대한뇌자극학회 김도훈 회장을 만나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진단했다.

▲대한뇌자극학회가 지난 달 발족했다. 구성원 및 활동 계획, 창립 취지가 궁금하다.

지난 달 창립 기념 심포지엄을 통해 공식 출범을 알렸다. 뇌자극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세션을 넣었고, 왜 현재 시점에서 뇌자극술이 부상하는지, 그리고 이론적 근거와 활용성을 점검한 세션까지 총 4개를 마련했다.

구성원들은 정신과 전문의들 위주로 구성이 됐다. 임원진은 회장까지 15명으로 정신과 영역에서 쟁쟁한 석학들을 많이 모셨다. 그간 정신과 영역에서 치료는 약물 치료가 우선이 됐다. 문제는 혁신적인 약물이 꾸준히 나오거나 기존 약제가 개량/개선돼야 하는데 10년간 정체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약물은 부족한 편이고 약물 사용에 따른 부작용도 있어 10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다른 방향에서 문제를 풀어보자는 접근이 있었다. 뇌를 자극하는 방식을 시험해 보는 것이었는데 이런 기기가 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덜하고 활용성에 있어서는 약물치료의 대안뿐 아니라 약물과 병합했을 때 더 좋다는 연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뇌자극학회는 약물 치료의 한계 혹은 다른 대안을 찾기 위한 의사들의 열망이 모여 만들어졌다.

▲우울증 전자약에 대한 치료지침이 발간됐다. 주요 내용은?

주요 우울장애를 대상으로 tDCS 치료의 체계적 문헌 검토를 통해 지침을 완성했다. 체계적 문헌 검토를 통해 기존 선행연구에서 제시된 18개의 문헌 외에 추가적으로 6개의 국내외 문헌을 추가해 총 24개의 문헌을 기초로 했다.

김도훈 대한뇌자극학회 초대회장

주요 내용은 tDCS의 우울증 치료의 기술원리와 치료근거에 대한 자료분석을 토대로 임상 효과와 안전성, 정신작용약물과의 병용에 따른 효과, 임상적용 프로토콜과 환자 적용시 고려사항 등이 주 내용이다. 국내에서 전문의 처방용 우울증 치료기기인 마인드스팀이 상용화 돼 있는데 이런 미세 전기자극을 이용한 치료에 대해 분석했다.

임상적 효과 및 안전한 치료에 핵심이 검증된 기기 및 확립된 tDCS 프로토콜 준수다. 적합한 프로토콜과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극 배치 방법, 안전하고 효율적인 사용을 위한 자극 시간, 회수, 자극 세기 등 매개 변수 설정 등 활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해외에서의 전자약 관련 지침 현황은?

우울증의 tDCS 사용 관련 유럽 전문가 패널 지침은 2014년 중반까지 유효한 증거를 수집해 2017년 발간됐으며 2021년도에 두번째 지침이 나왔다. 유럽 전문가 패널은 tDCS에 주로 적용되는 9가지 카테고리 중 아급성 뇌졸중 및 주요 우울장애 두 가지 질환을 확실한 효과를 의미하는 레벨A로 제시했다. 효과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보통 수준의 효과와 결과의 편차가 적은 질환은 주요 우울장애가 유일한데, 그만큼 주요 우울장애에 tDCS를 적용하면 보편적이며 신뢰성 있는 증상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울장애에 tDCS 적용 결과가 궁금하다.

임상 근거로 보면, 경증 및 중등증 환자가 매일 30분씩 6주 사용하면, 62.8%가 관해율을 보였다. 동일한 조건에서 항우울제가 50%일 때 항우울제보다 비슷하거나 더 높게 나타났고, 항우울증제와 같이 사용 시 부스팅 효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환자 및 항우울제를 쓰기 어려운 환자들도 사용이 가능할 것을 보인다. 단독 사용도 가능하며, 항우울제와 병용 시 더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울증은 초기치료에 따라 만성화가 결정된다. 만성화 예방을 위해 빠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심평원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의 권장 치료기간인 6개월 중 첫 1달만에 50%의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며, 6개월이 되면 85%의 환자가 치료를 중단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항우울제의 경우 실제 복용 여부가 모니터링이 안되고 특히, 한번에 다량 복용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게 현실이다. 전자약은 의사의 정확한 처방에 따라서만 쓰도록 할 수 있다. 실시간 사용 기록을 통해 순응도 관리가 가능해 기존 정신과 약물의 취약점인 약물의 오남용도 원천 차단한다.

▲전자약 활용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급여 적용 여부가 활성화에 핵심으로 보인다.

전기 뇌자극 분야만 놓고 보면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광범위하게 승인받아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FDA와 발을 맞추기 때문에 다소 시장 진입이 늦은 편이다. 우울증에 대한 기기 사용은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의료보험 체계가 지원해야 본격적으로 임상 활용 및 시장이 개화할 수 있는데 지금 보험 적용 여부를 논의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의료기기 자체는 허가를 받았지만 급여 단계는 아니다. 뇌 자장 자극기가 있는데 이건 우울증에 대해 인정 비급여로 사용이 가능하다.

자장 자극기는 미국에서 보험이 적용된 이후 엄청 활성화됐다. 우리나라는 보험이 안돼서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효과/부작용 면에서 약과 헤드 투 헤드로 비교한 연구 결과들이 더 축적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회에서 그런 노력을 할 것이다. IT 기술의 진보가 워낙 빠르다보니 5~10년 안에 디지털 치료가 보편, 대중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급여도 중요하지만 대중화에서는 우리나라 임상 데이터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임상에 참여해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신뢰도가 높아지고 활용도 많아질 것이다.

▲전자약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다. 약물 대비 전자약의 장단점은?

물론 어떤 기기를 쓰느냐에 따라 효과는 다를 수 있다. 또 모든 환자에게 전자약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약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거나 부작용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대안이 될 수 있다. 약물 치료가 반복되면 효과가 감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럴 때 자극기 병용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약보다 더 좋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대체재나 보완재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기기는 계속 개선, 개발되고 있으므로 효과성이 더 올라가면 언젠가 약물 치료에 버금가는 수준까지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자장 자극기는 30분~1시간 씩 일주일에 2~3번을 해야 했지만 새로운 프로토콜이 개발되면서 3분만 하면 되는 것으로 바뀌어 편의성이 올라갔다. 집중적으로 3분만 자극하면 효과가 기존 프로토콜과 동일하다는 연구가 나왔는데 문제는 3분만 하고 끝났다고 하면 임상 현장에서는 오히려 환자가 치료 지속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들의 인식 속에는 아직 치료 효과를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뜻이다. 전자약이 보편화되고 다양한 환자 체감이 쌓이면 조금씩 인식이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 또 홈에서 가능한 재택 기기도 개발이 됐는데 허가는 아직 안됐다. 이런 기기들이 널리 보급돼야 인식이 변할 것으로 본다.

의사 처방을 받아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약이 등장한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다. 항우울증약을 쓸 수 없는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기존 우울증 치료는 약물 밖에 없었지만, 전기 자극 치료라는 새로운 옵션이 추가된 것 자체가 긍정적이다. 전자약은 소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므로, 부작용 등의 이슈가 없고, 미세 전류는 인체에도 안전하다. 단점이라고 할 만 부분은 별로 없다. 다만 사람에 따라 전기자극에 반응이 다를 수 있으니 사전 테스트 등을 거치는 것이 좋다.

▲창립 초기 단계다. 학회 운영 목표 및 향후 중점 추진 사업은?

의사들마저도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태동하는 단계이니 만큼 정신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운영하지만 향후 다양한 관련 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생각이다. 전세계적으로는 관심도가 높아지며 연구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학회가 지속적으로 창립되고 있다.

뇌자극 기기가 중요한 치료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걸 대국민 홍보하고 전문가들에게는 적절한 기기 운용법을 교육하고, 연구를 통해서 국내 허가나 보험 적용의 근거를 축적해 나가겠다. 기기 운용의 효율적인 프로토콜 및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역량을 쏟으려고 한다. 필요하면 인증의 제도를 만들어서 전문가를 양성할 생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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