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 툭하면 재발…고대안암병원의 해법은 '고해상도'

발행날짜: 2022-01-25 12:48:46 수정: 2022-01-27 08:25:56
  •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 심재민 교수
    재발 잦은 부정맥…치료 핵심은 '3D 맵핑 시스템'

시술하면 끝이다? 부정맥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치료 이후에도 재발이 잦아 1년에만 2~3차례 시술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문제는 뭘까. 전문가들은 심장의 질환 발생 위치를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의 부족한 성능을 잦은 재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 흐름이 뒤엉킬 때 발생한다. 전기가 정상적이지 못한 경로로 흐를 때 맥박이 지나치게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등 불규칙한 상태가 된다. 네비게이션이 이런 '비정상 경로'를 정확히 찾아낸다면 완치 가능성은 높아진다.

다시 말해 그간 시술에 활용됐던 심장 맵핑 기기들의 성능이 완벽한 시술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뜻. 다양한 환자들이 재수술에 시달리면서 완치를 체념하거나 시술 자체를 불신하는 사례가 나왔지만 당시의 부족했던 기술로는 어쩔 방도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소식은 있다. 네비게이션의 정확도를 높인 고해상도 3D 심장 맵핑 기기들이 출현하면서 고위험군의 완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 부정확한 지도에 의지해 여러 차례 돌아가며 목적지를 찾았다면 지금은 단 한번으로도 쉽고 정확하게 목적지까지의 도달이 가능해졌다.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 심재민 교수(순환기내과)를 만나 고해상도 3D 심장 맵핑 장비의 도입 전후 예후 변화 및 부정맥 치료의 트렌드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 심재민 교수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가 작년 6월 국내 최초로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 5000례를 달성하며 부정맥 치료의 메카라는 점을 입증한 바 있다. 그후 현황은?

전체적으로 시술 건수가 매년 늘고 있다. 2020년 여름 신관이 오픈됐다. 신관 오픈 후 상시적으로 부정맥만 시술할 수 있는 곳이 2~3개로 늘어나 여건이 더 좋아졌다. 이전엔 환자가 몰리면 소화하기 어려웠는데 신관이 생겨 대응 여력이 생겼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연령에 비례해 심장질환자 발생률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고대안암병원에는 재수술이나 고위험 환자군이 많이 찾는 것이 특징이다. 재수술 및 고위험 환자에 대한 대응 능력이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지난 1년 동안 심방세동 시술만 100례에 달한다. 모두 고해상도 심장 맵핑 시스템인 리드미아를 통해 시술했다.

▲많은 분들이 흉통이나 호흡곤란 등, 일상속의 부정맥 증상을 쉽게 지나친다. 만성 부정맥의 주요 증상 및 진단이 꼭 필요한 환자군은?

많은 사람들이 부정맥을 잘 모르고 지나치는데 통계학적으로는 전체 인구 대비 1%가 심방세동을 가졌을 것으로 본다. 증상을 느껴서 오는 것보다 건강검진에서 심전도를 찍었더니 부정맥이 보인다고 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 젊어서는 두근두근하는 부정맥을 자각하지만 점차 적응하면서 증상을 못 느끼게 된다. 특히 심방세동은 증상이 뚜렷치 않아 진단에 애를 먹는다. 다행히 최근에 여러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들이 등장해 부정맥을 찾아보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부정맥은 심전도 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데 침습적이지도 않고 간단한 패드를 붙여 확인할 수 있으니 호흡 불편, 흉통 등 증상을 느낀다면 의료기관을 꼭 방문해 검사받길 권한다.

▲부정맥 만성환자 진단 및 치료법은 급성 환자와 어떻게 다른가?

부정맥 진단은 만성이든 급성이든 다를 건 없다. 심장의 전기 흐름이 비정상 적일 때 부정맥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커니즘상 만성이든 급성이든 다르진 않다. 따라서 진단에서는 심장의 전기 현상 분석이 우선된다. 부정맥 진단은 심전도가 가장 기본이다. 더 정밀하게 하기 위해선 전기 흐름을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게 하는 3D 맵핑 장비가 필요하다. 외부에서 전기 신호를 보는 것보다 심장 자체에 카테터를 꽂으면 정확한 관찰이 가능해진다. 엑스레이만 보면서 할 때는 볼 수 없었던 구체적이고 명확한 질환 위치 타겟팅이 가능해진다.

▲부정맥 시술 이후 재발이 잦은데 원인 및 해결 방안은?

간단한 부정맥 환자들은 엑스레이만 보고도 치료할 수 있다. 완치율도 높다. 반면 고령의 고위험군이거나 수 차례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은 심장 구조를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는 3D 맵핑 기기가 필요하다. 심장에서 부정맥의 발생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부위를 치료하는 경우, 부정맥 재발은 필연적인 수순이기 때문이다.

부정맥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은 대부분 3D 맵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엑스레이가 2차원이라면 3D 맵핑 기기는 말 그대로 3차원으로 심장 구조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작 문제는 3D 시스템이 얼마나 더 정확하게 심장을 볼 수 있게 해주느냐에 달렸다.

대표적인 3D 맵핑 기기는 3개 업체가 만들고 있다. 고대안암병원은 대학병원급에서 유일하게 3개사 품목을 전부 구비하고 있다. 각각의 장단점이 달라 환자 개개인에 최적화된 진료 및 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보스톤사이언티픽이 개발한 리드미아 맵핑 시스템은 앞선 기기들보다 '고해상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입체형의 64개 전극으로 이뤄진 카테터로 혈관을 통해 심장내로 직접 들어가 고해상도 심장 지도를 만들어 준다. 고해상도가 정확한 시술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심장의 전기 신호를 제대로 봐야만 어디가 문제인지 파악해 여러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원인 부위만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3D 맵핑 시스템 도입 후 고난이도 환자의 수술에서 변화는?

본원의 경우 재수술이나 고위험군은 모두 리드미아를 활용해 치료한다. 리드미아 도입 전후 변화도 크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고해상도 이미지를 통해 심장 전기 흐름을 파악하게 되면서 최적의 치료가 가능해졌다. 부정맥 치료는 비정상 전기 신호를 만드는 부위에 열을 가해 괴사를 유발하는 원리로 이뤄진다. 만일 그 원인 부위를 오진하면 정상 조직에 열을 가해 태우게 되는 것이다. 심장 조직에 흉터가 생기는 것은 물론, 이런 실패가 누적될 수록 정확한 원인 부위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

실제 사례를 보면 타 병원에서 여러차례 시술을 받았지만 지속된 재발로 고통을 호소하던 환자가 있었다. 부정맥 시술만 5번을 했는데도 계속 재발했다. 예상하듯이 심장에 흉터 조직이 많아 전기 흐름을 제대로 보기 어려웠지만 리드미아 시스템을 통해 정확한 타겟팅 및 치료가 가능했다. 이전에 고해상도 맵핑 시스템이 있었더라면 적어도 이 환자가 5차례나 시술하는 일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계속되는 재발로 시술 자체를 불신하기도 했는데 6번째 시술에서 환자나 의료진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현재까지 2년 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국내 최초, 최다 시술로 유명하다.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만의 환자 케어 방식이 있다면?

안암병원 부정맥센터에서는 특히 난치성 부정맥의 근원적인 치료를 위해 전기생리학검사 및 전극도자절제술을 연간 500회 이상 시행하고 있다. 심방세동의 전극도자절제술은 1999년 국내에서 최초로 시행한 이후 2009년 아시아 최초로 단일 기관 1000례 달성 등 현재까지 가장 많은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의 높은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숫자가 증명하는 것은 바로 '축적된 경험'의 양이다. 고대안암병원은 고난이도 시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병원에서 해결하지 못한 고위험군, 재발한 환자들이 본원을 많이 찾게 된다. 즉 많은 환자들이 몰리면서, 의료진들은 풍부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게 됐고, 이는 다시 높은 시술 성공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는 뜻이다.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의 핵심은 팀웍이다. 부정맥 시술은 '좋은 의사' 한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맵핑 기기를 조작하는 오퍼레이터부터 방사선사, 간호사, 의료기사들의 축적된 경험이 한데 어우러져야 좋은 시술 결과가 나온다. 오랜 기간 같이 일했기 때문에 팀웍이 탄탄하고 죽이 척척 맞는다. 모두 스페셜리스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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