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등 기간제 간호사 선발 경쟁률만 수백대 1 넘어
계약직 간호사 중심 간호간병·코로나 병동 등 이탈 심화
코로나 검사 건수 증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롯한 각 지자체 선별진료소에서 간호사를 대거 흡수하면서 일선 의료기관들이 구멍을 메우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계약직 간호사와 저년차 간호사를 중심으로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코로나 전담 병동부터 간호간병서비스 병동 등이 비어버리는 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이에 반해 중대본 간호사 선발의 경우 경쟁률이 수백대 1을 기록하는 등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중대본 등 간호사 선발 수백대 1 기록…일선 간호사 이탈 심화
6일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중대본을 비롯한 선별진료소에서 간호사 수급이 본격화되면서 간호사 이탈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A대학병원 간호팀장은 "지난 2년간은 어떻게 메우며 버텨왔는데 지난해 말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로 간호사들의 이탈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지난달, 이번달만 해서 벌써 수십명의 간호사들이 사표를 던진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이러한 이탈이 간호 인력이 주축인 코로나 전담 병동부터 간호간병서비스 병동 등으로 이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들 병동의 간호사가 이탈하면서 다른 부서 간호사들을 착출하고 이들이 또 다시 병원을 떠나는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의료기관 전체 간호 인력 체계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간호팀장은 "한달에도 몇번씩 간호 인력 배치를 새로 짜고 있다"며 "아랫 돌을 위로 올리면 다시 윗돌이 나가는 식이니 체제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특히 심각한 것이 바로 코로나 전담 병동과 간호간병서비스 병동"이라며 "두 병동 모두 간호 인력이 핵심인 곳인데 계속해서 인력이 이탈하니 사실상 교육하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일단 중대본, 나아가 선별진료소나 보건소 등에서 간호사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 자체를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선별진료소나 코로나 전담 병원에 파견된 간호사들의 하루 수당은 25만원에서 30만원 수준. 특히 이도 기간제의 경우로 풀 타임을 근무한다는 가정 아래 월 급여가 700만원~1000만원에 이르고 있는 상태다.
일선 대학병원 등에서 계약직 간호사로 일할 경우 병원별로 연봉이 3000만원에서 5000만원 정도로 책정돼 있는 상황. 결국 굳이 대학병원에 남아 계약직을 하느니 두배 이상의 수익을 바라고 이곳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정규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전담 병동이나 간호간병서비스 병동 등은 간호사들의 로딩이 심한데다 감염 위험에 대하 우려도 크다는 점에서 저년차 간호사들의 이탈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서울의 B대학병원 간호팀장은 "중수본 간호사 모집에 경쟁률이 기본 100대 1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 많은 간호사들이 다 여기에 몰리니 일선 의료기관에 간호사들이 남아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간호사는 줄줄이 떠나고 있는데 정부는 계속해서 중증환자를 받으라고 하니 그나마 있던 간호사들도 다 나갈 지경"이라며 "사실상 병원 자체가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병원부터 도미도 붕괴 심각…수천명 간호인력 대이동
문제는 이렇게 중대본 등으로 간호사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병원계에 도미도식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대거 중대본으로 이동하면서 이들이 다시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기 때문.
결국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중대본으로 가고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다른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간호사들을 채용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간호 인력에 대한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심각한 점은 이렇게 의료기관에서 자리를 잡은 인력들이 크게 이동하면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숙련된 인력들이 맡아야 할 자리에 계속해서 구멍이 뚫리면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셈.
C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코로나가 시작되고 같이 합을 맞추던 간호사들이 두번이나 바뀌었다"며 "병원 내 이동도 그렇지만 병원간의 간호사 이동도 엄청난 것 같더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빅5 병원에 간호사 이탈이 심각해지면서 경력직들이 대거 그쪽으로 갔다고 들었다"며 "어느 직군이나 사다리 타고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만은 이렇게 변동성이 심한 상황은 의료 체계에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일선 코로나 전담 병동의 이탈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 중의 하나다. 코로나 검사를 위한 시설에는 간호사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막상 더욱 간호 인력이 필요한 관리 시설에는 인력이 없는 이유다.
특히 이러한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저년차나 계약직 간호사들을 코로나 전담 병동에 보내는 일이 많아지면서 의료기관 내에서의 갈등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중대본 등 정부와 대한간호협회 등 간호계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이탈 현상에 대해 개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중대본 등은 간호사 시험에 합격만 하면 면허증이 나오지 않더라도 즉각적으로 취업이 가능하게 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했지만 이렇게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여전히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D간호단체 관계자는 "사실상 각 병원들이 매일 같이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죽하면 국민청원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겠냐"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대한간호협회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 의료체계 전체의 문제니 만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할 문제"라고 밝혔다.
더욱이 현재 전국 간호대생들이 간호법 제정을 요구하며 간호사 국가고시 거부와 동맹 휴학 등 집단 행동을 준비중이라는 점에서 더욱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거부가 현실화된다면 그나마 수급되던 신규 간호사의 씨가 마를 수 있기 때문. 그나마 신규 간호사들이 수급되며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간호법 제정의 명분 자체가 국민 건강 증진에 있는 만큼 예비 간호사들이 국가시험을 거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며 "지난해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 사태에 대한 질타를 잊지 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립하는 일을 만들어선 안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