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세워도 간호사가 없다”...병상동원 세금낭비 우려

이창진
발행날짜: 2021-09-15 05:45:59
  • 행정명령 이행 고심…일부 병원, 배치 간호사 추가 수당 검토
    코로나 위기 대책 공감, 실효성 반신반의 "의료진 설득 관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와 위드 코로나에 대비한 지방 종합병원 행정명령 발동 이후 병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음압병실 공사를 비롯한 병동 개선은 정부 지원으로 가능하나 감염병 병실에 투입할 간호사 인력 배치를 놓고 병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지방 종합병원은 보건복지부의 병상 확보 행정명령 발동 이후 병실 공사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지방 종합병원들은 복지부 행정명령에 따른 감염병 전담병상 공사 준비에 들어갔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0일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담치료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지난 8월 13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대상 행정명령 발동 이후 두 번째이다.

4차 유행에 따른 확진자 증가와 델타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일부 비수도권 지역의 병상 가동률이 증가한데 따른 조치이다.

비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기존 1% 병상 확보를 1.5%로 확대해 93병상을 추가 확보한다.

종합병원의 경우, 700병상 이상 종합병원 7곳은 허가병상의 1%인 53병상을 위중증 전담병상으로, 300~700병상 종합병원 46곳은 허가병상의 5%인 1007병상을 치료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복지부는 행정명령 이후 3주 이내 시설 공사 완료를 주문했다. 음압병실을 비롯한 병상 공사 비용은 복지부가 지원한다.

첫 행정명령을 받은 지방 종합병원들은 이행을 위해 지자체와 논의에 들어간 상태이다.

충청권은 백제병원과 천안충무병원, 청주성모병원, 건국대 충주병원, 대전성모병원과 대전선병원, 유성선병원 등의 종합병원이 대상이다.

강원권은 강릉동인병원과 춘천성심병원, 동해동인병원이, 호남권은 대자인병원과 목포한국병원, 성가롤로병원, 광주기독병원, 첨단종합병원 등이다.

영남권은 대구보훈병원과 동강병원, 포항성모병원, 구미차병원, 순천향대구미병원, 창원한마음병원, 창원파티마병원 등이며 제주권은 제주한라병원과 중앙병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의료 인력이다.

충청권 A 종합병원 간부는 "병실 공사는 지원비로 문제가 없지만 의료인력 중 간호사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면서 "지금도 낮은 간호등급으로 힘든 상황인데 감염병 병실에 별도 간호 인력을 투입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자체와 협의 중에 있다. 병실 공사를 한 후 투입할 간호 인력이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코로나 위기 상황에 대비한 병상 확보는 이해가 되지만 자칫 재정 낭비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남권 B 종합병원 경영진은 "행정명령 공문을 받고 병실 공사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의료진의 헌신이 필요하다고 이해를 구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다"며 "간호사 인력 부족 상황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고민이다. 자체 예산으로 전담병상 담당 간호사들의 수당과 당직비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협회는 지역 종합병원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협회 임원은 "복지부가 수도권 행정명령 경험과 추석 연휴를 감안해 2주에서 3주로 이행 기간을 확대했다. 병상 가동률이 낮은 종합병원은 전담병상 지정이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관건은 의료진 동의와 합력"이라면서 "이행 기간 중 지방 병원 상황을 점검해 보완할 부분을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국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으로 확대된 감염병 전담병상 확보 행정명령이 코로나 집단면역 형성과 위드 코로나 전환의 방어막으로 작용할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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