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 혈우병약 헴리브라 '삭감' 논란에 두 손 묶인 의료진

발행날짜: 2021-06-11 05:45:57
  • 심평원, 자료 불충분‧의학적 증거 부족 이유로 청구 족족 불인정
    삭감 당사자인 유철주 교수 "논문내고 찾아가도 봤지만…" 씁쓸

혈우병 치료를 전담하는 의사들부터 환자 보호자들까지 모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단단히 뿔이 났다.

올해 2월부터 JW중외제약의 A형 혈우병 예방 요법인 '헴리브라피하주사'(성분명 에미시주맙)에 대한 급여 기준이 확대됐지만 의학적 증거 부족으로 연이어 삭감 결정이 내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환자들은 청와대 청원에서부터 강원도 원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심평원 본원에까지 와서 삭감 철회를 촉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심평원으로부터 지속적인 삭감을 당한 대형병원 교수는 헴리브라를 당분간 쓰지 않겠다고 밝히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의사와 환자, 보호자들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심평원은 병원 측에서 제시한 입증 자료 부족하다는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기존 치료방법인 면역관용요법(Immune Tolerance Induction, ITI)을 대신해 헴리브라가 우선시 돼야 할 의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논문 내고 심사위원 직접 만났지만 결국 불인정"

앞서 지난 9일 심평원은 이례적으로 헴리브라 투약 사례 4건의 급여 여부를 심의한 중앙심사조정위원회(이하 중심조) 결과를 공개했다. 심의한 결과는 '불인정' 곧 삭감을 뜻한다.

JW중외제약의 A형 혈우병 예방요법인 '헴리브라피하주사'(성분명 에미시주맙) 제품사진이다.
투약사례 4건 중 3건이 신촌 세브란스병원 사례로 삭감액은 수천 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헴리브라는 지난해 5월 ▲만12세 이상이면서 체중이 40kg 이상인 경우 ▲항체역가가 5BU/mL 이상의 이력이 있는 경우 ▲최근 24주간 투여했거나 또는 ITI에 실패한 경우 '최대 24주간 급여 인정'이라는 기준으로 건강보험에 등재됐다.

올해 2월에는 만 12세 미만도 투여 받을 수 있도록 급여기준이 확대됐다. 다만, 단서로 ▲ITI에 실패한 경우 ▲ITI 요양급여에 관한 기준에 의한 ITI 대상자 기준에 부합되나 시도할 수 없음이 투여소견서 등을 통해 입증되는 경우 ▲ITI 성공 후 항체가 재 출현한 경우로 한정했다.

삭감 당사자인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유철주 소아혈액종양과 교수는 2월 헴리브라 급여 기준이 확대된 후 3월까지 소아 혈우병 환자들에게 투여했다. 유철주 교수는 소아혈액종양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등 국내 혈우병 치료 권위자다.

당시 유 교수를 중심으로 한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확대된 급여 기준에 따라 만 12세 미만 혈우병 환자에게 기존 ITI를 할지 아니면 헴리브라를 투여할지 논의했다.

그 결과, 환자비용 부담 측면에서도 기존 ITI보다 헴리브라 투여가 약 40% 가까이 저렴하다는 결론을 얻게 돼 결국 ITI 시술이 힘든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헴리브라 투여를 결정했다.

실제로 ITI를 실시할 때도 그린에이트, 애드베이트, 이뮤네이트, 베네픽트 등 약제가 사용된다.

유철주 교수는 "급여기준이 확대된 후 약 2개월가량 주사를 맞기 힘든 소아 혈우병 환자에게 헴리브라를 투여했다. 당연히 그 약이 위험하거나 금기라 판단했다면 투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후 큰 비용을 삭감 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감지한 후 ITI를 할 수 없는 근거 자료를 들고 심평원 심사 위원한테 직접 찾아갔지만 입장이 완고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ITI를 할 때면 보통 1년 이상 기간이 걸린다. 주사도 매일 맞아야 하는데 소아의 경우 중심정맥도관을 넣어야 하는 고통이 뒤 따른다. 특히 아이들 중 한명은 뇌출혈 이력도 있는 환자였다"며 "아직까지 심평원으로부터 삭감 통보는 받지 못했지만 향후 대응 방안을 고민 중인데 앞으로는 소아환자 대상 헴리브라 투여는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햇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월 개정한 헴리브라 급여기준이다.
마찬가지로 환자들도 심평원의 이 같은 방침에 분통을 터뜨렸다. 일주일에 2~3번 ITI 치료를 위해선 중도정맥도관을 통한 주사를 1년을 맞아야 하는데 좋은 약을 두고 왜 이렇게 치료를 받아야 하느냐는 항변이다.

4건의 불인정 사례를 받은 소아 환자의 보호자는 "심평원이 계속해서 의학적인 증명이 부족하다는 점과 근거 자료가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며 "좋은 치료제가 나왔는데 정작 투여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ITI는 고문 형틀이나 마찬가지"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해외의 ITI 부작용 사례를 각 나라마다 조사해서 자료까지 제출했다"며 "ITI를 할 때 마다 아이는 바늘 고문이다. 그냥 피하주사를 맞지 말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려운 결정한 심평원 "ITI가 소아에 더 안전"

그렇다면 왜 심평원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일까.

일단 심평원 중심조는 '면역관용요법 대상자 기준에 부합하지만 이를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 입증되는지를 집중 논의했다.

위원회는 4개의 사례 중 3개의 사례는 헴리브라 투여 시 정맥 혈관 확보가 어렵고 중심정맥도관 삽입 및 유지가 어려웠다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고 봤다.

나머지 하나의 사례 역시 과거 면역관용요법을 시도할 수 없었지만 현재도 같은 요법 시도가 여전히 불가능한지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인정했다.

결국 모두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심평원과 유철주 교수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결국 급여기준 상의 해석 차이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유 교수 측은 ITI를 위한 주사를 놓기 어려웠다는 의사 소견과 함께 일부 소아 환자는 주사 트라우마가 있어 헴리브라를 투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사 트라우마 관련해서는 이로 인해 언어발달 장애까지 왔다는 정서 치료사 의견도 함께 제출했다.

하지만 심평원은 주사 트라우마와 언어발달 장애의 인과 관계를 입증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봤다.

심평원 위원회운영부 관계자는 "급여기준 상 소아환자에 헴리브라 투여 시 입증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의사의 소견만이 아니라 ITI를 위한 주사 삽입을 몇 번 실패했는지 등을 자세히 제출해야 한다"며 "주사 트라우마에 따른 언어발달 장애 관련해서도 뇌신경 MRI 자료나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 등 인과 관계를 연결시킬만한 근거자료가 필요하다. 정서 치료사의 의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심평원은 헴리브라 투여가 기존 ITI 치료를 뒤집을 만한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응고인자에 대한 항체가 있는 중증 혈우병A 환자에게 면역관용요법을 시행할 때 항체 제거 성공률은 70~80% 수준이다.

또한 일각에서 높은 약값에 따른 건강보험 부담 증가 우려에 따른 결정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까지 ITI라는 것이다.

심평원은 기존 치료법인 면역관용요법보다 헴리브라가 치료율 면에서 뒤집을 만한 근거가 아직까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존 치료법인 ITI를 뒤집을 정도로 헴리브라가 의학적 근가가 아직까지 부족하며 아이들에게는 아직까지 ITI가 더 안전한 방법이라는 결론을 지었다"며 "심평원 심사위원 그 누구도 건강보험 부담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헴리브라가 ITI를 받지 않고도 아이들이 계속 버티게 해줄까 라는 고민만이 존재했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ITI를 받아야 하는 소아와 그 보호자들의 겪는 고통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심의 결과 ITI가 의학적으로 증명된 현존하는 가장 치료율이 높은 방법으로 봤다"고 입장을 밝혔다.

심평원 승인 받아야 하는 ITI에 "두 손 묵인 심정"

이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기존 치료법인 ITI조차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ITI를 임상에서 시행하려면 심평원으로부터 사전에 이를 신청 승인 받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1년에 2~3번 신청 기간에만 가능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

ITI를 신청하지 못한다면 의료진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헴리브라이지만 심평원의 이같은 결정으로 이마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유철주 교수는 "헴리브라가 2월부터 급여기준이 확대돼 소아한테 투여가 가능해지면서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ITI 사전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즉 ITI도 심평원이 정해놓은 기간에 사전 신청에 승인받아야지 할 수 있는데 이 기간 전까지는 아무것도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치료법이 현재 없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최근에야 다시 ITI를 심평원에 신청한 상황"이라며 "결국 헴리브라도 투여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 승인을 받기 전까지는 의사 입장에서 환자에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관련 학회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TI 사전승인 관련 제도 상 허점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소아혈액종양학회 관계자는 "현재 사전 신청외 방법이 없는 ITI를 상시로 전환한다면 이 같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현재는 ITI를 하기 위해서 사전 승인 신청을 한 뒤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소아환자에게는 특히나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선택지는 결국 헴리브라 등 신약이지만 이번 삭감 사태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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