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작용 인과관계 저평가, 피가 거꾸로 솟는다

강윤희 위원
발행날짜: 2021-04-23 05:45:50
  • 강윤희 전 식약처 심사위원

코로나 백신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평가된 후 허가된 의약품이 아니다. 대부분 약 3만명을 대상으로 2개월의 짧은 임상시험을 거쳤을 따름이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허가가 난 것이 아니라 미국/유럽은 긴급사용승인, 우리나라는 조건부 허가로 사용 승인이 났다. 즉, 어떻게 보면 코로나 백신은 현재 전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간 임상시험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피해 보상은 제약회사가 지는 것이 마땅하지만,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서 판매자인 제약회사보다 사용자인 국가가 더 백신이 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약회사는 부작용에 대한 책임 면책을 요구했고, 이는 전세계적으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졌다. 그럼, 백신 부작용에 의한 피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정상적인 국가라면 당연히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백신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지겠다고 분명히 발표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2021년4월15일 기준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 51건, 중증 사례는 28건 중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단 1건이었다! 인과관계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어떤 비윤리적인 제약회사도 이 따위로 인과관계를 저평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20대 코로나19 대응요원에게 발생한 뇌정맥동 혈전증, 20대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발생한 심부정맥 혈전증/폐색전증 모두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받지 못했단 말인가?

지난 칼럼(2021년4월13일자)에서도 언급했지만 의약품부작용의 인과관계를 평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의외로 temporal relationship이다. WHO의 웁살라 약물감시 모니터링 센터에서 주관하는 약물감시 교육을 받을 때 이 요소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를 해서, 속으로 '아니 이렇게 당연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니!'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즉, 백신을 접종하고 발생했다면 일단 의심을 해야 된다는 것이다.

또 동반 증상도 중요하다. 백신 부작용으로 알려진 다른 증상/증후와 유사한 시기에 발생했다면 백신으로 인한 가능성을 좀 더 의심할 수 있다. 그 외 중요한 것은 그 부작용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요소, 예를 들어 해당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기저질환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기저질환이 있다고 해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경우 기저질환의 경과를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주치의의 인과관계 평가가 중요하게 된다. 그 외 dechallenge, rechallenge 등 인과관계 평가의 주요 요소가 있지만 이는 1~2회 접종하는 백신에는 해당되기 어렵다.

또한 의약품과의 인과관계를 평가할 때 그 강도를 일반적으로 5단계로 나눈다. 1. 인과관계가 명백함(definite), 2. 상당히 확실함(probable), 3. 가능성이 있음(possible), 4, 가능성이 적음(unlikely), 5. 관련성이 없음(not related). 즉, 1~4단계는 모두 '관련성이 있음(related)' 범주에 들어간다. 과거에는 4. 가능성이 적음(unlikely)을 '관련성이 없음' 범주에 넣기도 했으나, 의약품 안전성 관리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수년 전부터는 이 또한 '관련성이 있음' 범주에 들어간다. 그러므로 의약품과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이 아닌 다른 원인, 예를 들면 외력에 의한 외상 등 분명한 다른 원인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1번(인과관계가 명백함)인 경우만 관련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렇게 협의적 해석을 하는지 묻고 싶다.

의약품과의 인과관계를 평가할 때 기저 발생빈도(background incidence)를 참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그 질환 자체가 해당 부작용의 위험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경우 대부분 면역을 억제하기 때문에 암발생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자가면역질환 자체가 암 발생을 높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질환의 치료제의 암발생 부작용 빈도를 평가할 때에는 해당 질환의 기저 암 발생 빈도와 비교한다. 또 한가지 예를 든다면 폐암 치료제에서 혈전증 부작용의 빈도를 평가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폐암 자체가 혈전증의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료제에 의한 혈전증 위험을 평가하는데 교란이 되므로, 이 경우에도 폐암의 기저 혈전증 빈도를 참고해 평가하게 된다.

그런데, 코로나 백신은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접종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슨 기저 발생빈도와 비교를 한다는 말인가? 그런 자료를 참고로 할 수는 있겠지만 마땅히 개별 사례에 대해 각각 인과관계를 평가하는 것이 마땅하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은 20대 여성 의료기관 종사자에서 발생한 심부정맥혈전증/폐색전증의 경우 해당 여성이 혈전유발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백신과의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40대 간호조무사에게 발생한 급성파종성뇌척수염에 대해서도 방역대책본부는 "확정진단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안전신호를 통해 발생이 올라가고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재평가가 좀 더 근거있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 무슨 개소리인가! 이 뉴스를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이 사례에 대해서 적어도 의약품 부작용 인과관계를 평가해 본 경험이 있는 의사라면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없다(not related)라고 평가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당장 코로나백신 예방접종 피해보상위원회의 위원 명단과 2021년 4월15일 기준 사망 51건, 중증 28건에 대한 인과관계를 평가한 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기 바란다. 그리고 인과관계 평가에 자신이 없으면 약물부작용 감시를 모범적으로 시행해 온 서울대병원이나, 임상시험 중 약물부작용 감시를 그나마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서울아산병원 기관윤리위원회(IRB)에 위탁하기 바란다.

P.S. 서울대병원은 수년전부터 여러 명의 전담인력을 배치한 병원내 약물감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필자가 아는 한국내 병원 중 유일하다. 서울아산병원 IRB는 필자가 식약처에서 약 2년간 일하면서 임상시험 중 발생한 중대한 약물부작용 보고서를 검토하면서 제약회사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기 전 기관윤리위원회에서 먼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경우를 2건 보았는데 2건 모두 서울아산병원이었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