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들 근무 태만 원인 레지던트 시험 대대적 손질키로

발행날짜: 2021-01-25 05:45:57
  • 레지던트 시험 일정 한달 조정…10월 평가 공백 방지
    필기시험에 최저 합격선 최초 도입 "실효성 제고 목적"

대한의학회가 레지던트(전공의) 수련의 질 향상을 목표로 시험 방식을 중심으로 수련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 나선다.

연말 인턴들의 근무 태만 원인으로 꼽혔던 레지던트 시험 일정을 조정하고 필기시험에 최저 합격선을 최초로 도입하는 방안 등을 통해 실효성 제고에 나선 것.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수련제도의 구멍을 메우겠다는 의도다.

레지던트 시험 일정 등 수련제도 전반 대대적 개정

22일 대한의학회 등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을 목표로 레지던트 시험은 물론 전문의 자격시험 등 수련제도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개선 작업이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련제도 실효성 제고를 목표로 시험 방식 등이 대대적으로 개선된다.
이번 개정 작업은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위원회와 대한병원협회 수련환경평가본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등이 함께 논의하며 추진중인 사안으로 인턴과 레지던트는 물론 전문의 자격시험까지 총체적으로 반영된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이미 2018년도부터 전문의 자격시험 일정과 입영 일자 조정 등 수련제도와 시험 일정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진행해 왔다"며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문제들을 조정하고 수련의 질 향상을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일단 중점적으로 추진되는 사안 중 하나는 레지던트 시험 일정을 변경하는 안이다.

현재 레지던트 모집은 11월 필기시험 원서 교부를 시작으로 12월 필기와 실기 시험을 치러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병역 대상자와 입영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 병협 등은 시험 결과를 1월 10일까지 국방부와 병무청에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험 일정으로 인해 레지던트 시험을 앞둔 인턴들의 근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도 사실이다.

시험 일정에 맞추기 위해 인턴 근무 성적 평가를 10월로 마무리하면서 흔히 말하는 말턴, 즉 '말년 인턴'들이 10월부터 수련에 소홀해 지는 상황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특히 3월에 수련이 시작되는 인턴 과정의 특성상 10월에 평가를 마무리할 경우 사실상 인턴 기간은 8개월에 불과해 수련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따라 의학회와 병협은 내년도 레지던트 시험부터 일정을 변경해 인턴 근무 성적을 현행 10월에서 11월말까지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중에 있다.

이에 따라 병무청 등에 시험 결과를 보고하는 시기도 현재 1월 10일에서 1월 말로 미루기 위해 국방부, 병무청과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A대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사실 근무 평가가 끝난 일명 말턴의 근무 태만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그저 관습처럼 개선하지 않고 이어져온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본교 레지던트로 올 생각이 없거나 어레인지(지원과 사전 조정)에 실패한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지만 그러려니 넘어갔던 측면도 크다"며 "보완책이 마련된다면 일정 부분 상황은 나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의 시험 방식도 개선 추진…최저합격선 추진도 논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단 굵직한 변화를 살펴보면 레지던트 필기시험에 최저합격선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수험자 편의를 고려해 전문의 자격 시험방식이 태블릿으로 변경됐다.
현재 레지던트 시험은 각 수련병원별로 인턴 근무 성적과 필기, 실기 시험 성적, 면접 등을 총괄적으로 평가해 합격자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미달 등이 일어날 경우 아무런 제한없이 수련병원에 입성할 수 있다는 구멍이 있었다. 즉, 눈치 작전만 잘 한다면 시험 성적이 아무리 엉망이어도 합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중심으로 레지던트 필기시험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최저점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내년도 시험부터 이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앞으로 만약 레지던트 필기시험에서 총점이 40점을 넘지 못하면 수련병원에 지원 자격이 없어진다. 해당 수련병원에 일부 전문과목이 미달된다 해도 최저점을 받지 못하면 들어갈 수 없다는 의미다.

전문의 시험 방식도 개선된다. 시대 흐름에 맞춰 수험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가장 대표적인 개선은 전문의 자격시험 1차 시험을 태블릿 PC로 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문의 자격시험은 십수년간 OMR 카드에 마킹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던 것이 사실. 하지만 현재 의과대학이나 수련병원에서 이뤄지는 교육과 시험이 모두 태블릿이나 PC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한 동영상 등을 통해 교육 방식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를 담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었다. 만약 시험 문제를 동영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질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의견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의학회는 수험자 편의를 목적으로 준비된 일부 학회에 한해 전문의 자격시험을 태블릿 방식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일단 이를 추진하는 학회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영상의학과 등 9개 학회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시험 일정들과 수련제도의 구멍을 개선하는 동시에 교육과 수련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개정의 목적"이라며 "최근 정기총회를 통해 의학회에 새로운 회장과 이사진, 위원회가 꾸려진 만큼 이에 대한 후속 작업과 개선 방안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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