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 회계장부 공개 앞두고 병원들 불만

발행날짜: 2020-11-11 05:45:58
  • 초점대형병원에 적용해온 회계기준, 3000개 이상 병원 적용시 여파는?
    건보공단 원가자료 비교 가능해져…회계사들 "병원 행정부담 우려"

중소병원도 회계기준 적용 대상이 된다. ‘얼마나 벌었고 그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각 항목 별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행정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종합병원 이하에는 적용하지 않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의료기관 경영정보를 파악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 2월 말 20대 국회 종료 직전 의료법을 통과시켰다.

의료법 개정에 힘입어 보건복지부는 최근 하위법령격인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의견수렴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대로 확정된다면 내년 3월부터 100병상 이상 병원 모두는 회계기준을 지켜야 하며 정부는 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자료사진.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11일 메디칼타임즈는 정부와 국회가 추진한 의료기관 회계기준 적용 대상 확대의 의미와 향후 전망을 짚어봤다.

중소병원 재무상태 투명공개, 3000곳 넘게 적용

의료기관 회계기준 적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은 지난 2004년도 개정된 이후 올해까지 유지돼 있다. 직전 회계연도 종료일을 기준으로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의료기관 회계기준을 준수해야 했다. 의료법인이나 개인 상관없이 종합병원이면 무조건 적용됐다.

하지만 20대 국회 종료 직전 여당을 중심으로 관련된 의료법을 개정했다.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에서 '병원'으로 회계기준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2021년 3월 시행하도록 명문화한 것.

심평원 2020년 3분기 종별 요양기관 현황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약 362곳에만 해당됐지만, 내년 3월부터는 100병상 이상 병원과 요양병원 약 3100곳도 의료기관 회계기준 적용 대상이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0년 3분기 종별 의료기관 현황에 따르면, 병원은 1518곳, 요양병원은 1585곳이 새롭게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병원들은 내년 3월부터 '의료기관 회계기준 규칙'에 따라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기본금변동계산서, 현금흐름표 등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여기에 추가적인 부대비용도 함께 기재해야 하는 의무도 생긴다. 주차장‧매점‧일반식당‧장례식당 등 의료 외 부대수익과 고유목적사용준비금 사용 내역, 의료수익 삭감내역 등을 기재해야 한다.

사실상 병원들도 대형병원처럼 자금흐름을 회계기준에 따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 원가파악 돋보기…개인병원 회계팀 신설 일상화

그렇다면 정부가 의료기관 회계기준 적용 확대 목적은 무엇일까.

이면에는 복지부의 지원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행 중인 적정수가 현실화 작업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문재인 케어 '설계자' 알려진 김용익 이사장이 건보공단에 취임한 후 적정수가 현실화 작업이 진행 중인데 그 일환으로 의료기관 회계기준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건보공단은 김용익 이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병원의 원가자료 수집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적정수가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병원들의 인건비 자료와 부대시설 수익, 지출구조 등 속속들이 볼 수 있는 '원가자료'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입맛에 맞는 원가자료 수집이 어렵다는 것이 건보공단의 입장.

건보공단은 김용익 이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원가자료 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정 의료법이 시행된다면 병원들의 원가자료를 대형병원들처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의료기관 회계기준이 병원에까지 확대되면서 건보공단의 원가자료 수집이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건보공단 급여전략실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일반 기업 회계기준에 따라 병원들은 손익계산을 포괄적으로 알 수밖에 없었다"며 "병원들도 의료기관 회계기준 대상으로 적용되면서 구체적으로 병원들이 공개하는 자료를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원가자료 활용 시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병원들은 별도의 '회계팀' 신설이 필수가 되는 한편, 행정 부담이 가중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영회계법인 김선웅 회계사는 "엄밀히 병원들도 개인사업자이다. 이들에게 세밀한 회계 관리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라며 "입원‧외래수입, 약품비 등 세분화시켜야 한다는 뜻인데 결국 누군가는 시간과 비용을 관리해야 한다. 행정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에도 세금신고를 충실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목을 추가로 세분화한다는 것은 결국 관리비용이 들기 마련"이라며 "기존에는 전문 회계법인에 맡기는 형태로 운영됐는데, 앞으로는 작은 병원이라도 전담 회계팀을 신설하는 것이 필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병원들은 불만이다.

대한병원협회 임원인 한 수도권 병원장은 "그동안 기업의 회계기준에 맞춰 신고해왔는데 이제는 100병상 정도인 중소병원이 대형병원에 맞춰서 신고를 하라는 말"이라며 "공공병원이나 의료법인은 이해가 가지만 자영업자인 개인병원에까지 이를 들이대는 것은 과도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그렇다고 세제상 민간 개인병원에게 주는 혜택도 전혀 없다"며 "내년 법이 적용되면 신고과목이 구체화됨으로써 회계상으로 큰 변화가 있을 것인데, 현실화된다면 특별히 잘못된 것도 없는데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비춰져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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